메타가 미국의 거의 모든 주와 최대 180억 달러(약 24조 6000억 원) 규모의 합의에 도달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어린이와 청소년을 중독시키도록 설계되었고, 그 과정에 정신건강을 해치고 개인정보를 부당하게 수집했다고 주장하는 원고들과의 소송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금액으로만 보면 빅테크 역사상 가장 큰 합의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이 사건의 진정한 의미는 거액의 배상금보다 플랫폼의 설계 자체가 사회적 위해의 원인으로 법정에 섰다는 데 있다.
이번 사건은 2023년 미국의 여러 주가 공동 또는 개별적으로 제기한 소송에서 출발했다. 이 가운데 29개 주의 청구를 다루는 재판이 2026년 8월 시작됐는데 증언이 시작된 지 며칠 만에 대규모 합의로 종결됐다. 주 정부들은 메타가 어린 이용자의 취약성을 알면서도 무한 스크롤, 지속적인 알림, 개인화 추천, ‘좋아요’ 같은 기능을 통해 이용 시간을 늘렸다고 주장했다. 13세 미만 어린이의 데이터를 적절한 부모 동의 없이 수집했다는 혐의도 포함됐다.
합의에 따라 메타는 앞으로 10년에 걸쳐 최대 180억 달러를 지급하고 미국의 미성년 이용자에게 새로운 보호 장치를 적용한다. 하루 이용시간을 원칙적으로 두 시간으로 제한하고,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접속을 차단하며, 수업시간에는 알림을 제한한다. ‘좋아요’ 수와 외모를 변형하는 필터는 기본적으로 숨겨지고, 개인정보 보호와 콘텐츠 안전 설정도 강화된다. 연령 확인에는 자체 기술뿐 아니라 외부 기관의 검증 도구가 사용되며 정기적인 감사도 실시된다. 이번 합의는 소셜미디어 이용을 개인과 부모의 절제 문제로 돌려왔던 기존 접근에서 벗어나, 플랫폼 기업에 설계와 보호의 책임을 부과했다는 점에서 역사적인 전환이다.
그러나 이 합의를 문제의 해결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메타는 여전히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피해가 발생했는지, 회사가 그 위험을 언제부터 어느 정도 알고 있었는지, 위험을 알면서도 왜 문제의 기능을 유지했는지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규명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재판이 조기에 종료되면서 플랫폼 내부의 판단 과정과 책임 구조가 공개될 기회도 상당 부분 사라졌다.
무엇보다 이번 합의는 플랫폼의 핵심적인 사업모델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다. 알고리즘 추천 피드와 무한 스크롤은 제한적인 중단 장치와 함께 계속 사용될 수 있다. 부모가 일부 제한을 해제할 수도 있다. 보호 조치도 일단 미국 이용자에게만 적용된다.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는 다른 나라의 어린이는 동일한 수준의 보호를 자동으로 받지 못한다. 어린이의 안전이 보편적인 권리가 아니라 소송이 제기된 지역에서만 제공되는 선택적 서비스처럼 취급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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