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범죄수사청 본청과 서울청이 입주할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빌딩. 연합뉴스
오는 10월2일 검찰이 78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출범한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골자로 한 개정 형사소송법도 같은 날 시행된다.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부터 존재했던 검찰 수사권은 새 형사소송법에서 삭제됐다. 이제 수사는 경찰과 중수청이, 기소는 검찰청을 개편한 공소청이 담당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제한적인 수사·기소권을 가졌다. 공소청 검사는 수사기관이 송치한 사건에서 문제점이나 미비점을 발견할 경우 사건을 돌려보내 보완수사를 요구해야 한다.
2021년 당시 문재인 정부에서도 검찰개혁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과 함께 공수처가 출범했다. 공수처는 출범 직후부터 부족한 수사 역량을 노출하는 등 여러 논란을 일으켰다. 수사권 조정 이후에는 수사기관 간의 충돌, 사건 처리 지연 문제 등이 불거졌다. 5년 전 검찰개혁의 ‘여진’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새 형사사법 체계가 ‘연착륙’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만 수사관 1000명, 거대 특수부의 탄생
중수청은 검찰의 중대범죄 수사 기능을 대체하는 수사기관이다. 7대 범죄(부패·경제·방위사업·마약·국가보호·사이버·법왜곡)가 수사 범위이지만, 검찰의 ‘특별수사부(특수부)’가 담당하던 권력형 부패범죄와 대형 경제범죄 수사가 핵심 역할로 꼽힌다.
‘중수청과 그 소속기관 직제’(대통령령)에 따르면 중수청은 본청과 서울·수원·대전·대구·광주·부산 등 6개 지방청으로 구성된다. 본청은 수사 정책을 수립하고 지방청 수사를 지휘·감독한다. 중수청 정원 2874명 중 일반 직원을 제외한 수사관이 2567명(89.3%)에 달할 만큼 수사관 중심 조직이다.
특히 최대 규모 청인 서울청에는 수사관만 1000명 이상이 배치되는 것으로 1일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3부, 공공수사1~3부, 공정거래조사부 등 특수·공안부 인력이 200여명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중수청은 ‘거대 특수부’라고 할 만하다. 다만 서울청은 서울뿐 아니라 경기 북부와 인천, 강원 지역까지 관할하는 광역 수사기관이다. 1차장 산하 경제범죄수사국과 금융범죄수사국, 2차장 산하 반독점수사국과 반부패수사국, 3차장 산하 마약수사국과 첨단수사국으로 구성된다.
중수청이 안착하려면 부패·경제범죄 수사 전문성을 갖춘 ‘특수통’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게 중론이다. 중수청 개청준비단은 검찰에서 옮기는 검사·검찰수사관에게는 별도 시험을 면제하는 ‘특례임용’을 내세워 구애에 나섰다. 총 2376명이 지원했으나 검사 지원자는 100여명에 그쳤고, 특히 수사 실무자인 10년차 이하 검사는 소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나마 전날까지 615명이 지원을 철회했다. 중수청의 성공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중수청 특례임용에 지원한 A검사는 “많은 검사들은 중수청이 공수처처럼 유명무실화되진 않을까 우려해 당장 지원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는 분위기”라며 “중수청장을 비롯한 지휘부에 누구나 인정하는 수사 전문가를 발탁해야 그만큼 유능한 인재가 모여들 것”이라고 말했다.
중수청의 ‘개문발차(차량 문이 열린 상태로 출발)’식 출범은 불가피해 보인다. 중수청은 독자적인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을 마련하지 못해 한동안 경찰 KICS를 빌려 사용한다. 전산·통신·방호 등 핵심 장비는 12월에야 납품이 완료될 전망이다.
6개 지방청 건물 입주 계약도 한동안 난항을 겪다 출범을 불과 한 달 앞둔 지난달 말에야 마무리됐다. 중수청 개청준비단 관계자는 “청마다 일선 수사관의 필수 사무공간을 우선적으로 마련해 수사 업무에는 지장이 없도록 할 것”이라며 “전체 공사는 연말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대범죄 수사관이 민생범죄 보완수사?
중수청이 검찰과 달리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느냐도 성패의 기준이다. 특히 중수청 출범 직후에는 존재 이유를 증명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형 수사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많다.
행정안전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중수청에 외압을 행사할 통로로 악용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중수청법 6조는 ‘행안부 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중수청장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한다. 이는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규정한 검찰청법에서 가져온 것이다.
그러나 행안부 장관은 경찰의 사건 수사에는 경찰법상 관여할 수 없다. 경찰청장도 개별 사건 수사를 직접 지휘할 수 없고, ‘긴급하고 중요한 사건’을 경우에만 국가수사본부장을 통해서만 지휘한다. 경찰과 중수청 모두 사법경찰 조직인데도 정치권으로부터 경찰 수사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가 중수청에는 적용되지 않은 것이다. 엄격한 신분 보장을 받는 검사와 달리 중수청 수사관은 정치적 영향력에 더욱 취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수청 출범 전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삭제하지 않으면 중수청이 특정 정권에 예속될 것”이라며 “변호사 자격이 없는 대부분의 중수청 수사관들은 직장을 잃을 걱정 때문에 부당한 지시를 받아도 거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전날 31일 MBC 라디오에서 외압 우려에 대해 “기우라고 생각한다”며 “(중수청의 수사권 남용에 대한) 문민 통제 수단으로 장관의 지휘권이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중수청에는 7대 사회적 약자 범죄(아동학대·가정폭력·성범죄·아동성범죄·스토킹·장애인학대·노인학대)에 대한 보완수사요구 사건을 전담하는 부서가 마련된다. 본청에 사회약자범죄특별수사팀, 서울청에 사회약자범죄특별수사과, 다른 지방청에는 사회약자범죄특별수사팀을 뒀다. 보완수사요구 수요를 예측하기 어려워 일단 별도 수사국 형태가 아닌 반부패수사국 산하 팀·과 형태로 설치한다. 보완수사 부서는 인지수사 부서에 비해 수사관들의 선호도가 낮아 보완수사의 질적 수준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특수부 검사 출신 B변호사는 “중대범죄 수사가 존재 이유인 중수청 수사관이 주목도가 낮은 민생범죄 보완수사를 본연의 중요한 업무라고 생각하겠느냐”며 “중수청을 지망한 사람들은 자신의 수사 전문성에 대한 자부심과 공명심이 있을 텐데 경찰의 뒤치다꺼리를 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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