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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쓰는가?
조지 오웰의 번역된 새 책 제목이다. <1984>와 <동물농장>으로 잘 알려진 조지 오웰 말이다. 노동자의 일상과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나니, 자연스럽게 무
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조지 오웰 한겨레출판, 2010 |
엇을 쓰나, 왜 쓰나 하는 문제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이때 조지 오웰이 쓴 가장 빼어난 에세이 선집이라는 소개를 달고 나온 <나는 왜 쓰는가>는 단박에 나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아, 이거구나. 평생 인습과 관성을 거부하며 자신의 소신을 지킨 관점 좋은 작가가 ‘나는 왜 쓰는가’를 고백할 때 가지게 되는 기대와 떨림이 있었던 것이다.
오웰은 말한다. 생계 때문인 경우를 제외한다면, 글을 쓰는 동기는 크게 네 가지다. 1. 순전한 이기심. 2. 미학적 열정. 3. 역사적 충동. 4. 정치적 목적. 이에 대한 하나하나의 해석이 가슴에 콕콕 와 닿는다. 순전한 이기심은 사람들의 이야깃거리가 되고 싶은, 사후에 기억되고 싶은 욕구를 말한다. 미학적 열정은 외부 세계의 아름다움에 대한, 또는 낱말과 그것의 적절한 배열이 갖는 묘미에 대한 인식을 말한다. 어떤 소리가 다른 소리에 끼치는 영향, 훌륭한 산문의 견고함, 훌륭한 이야기의 리듬에서 찾는 기쁨이기도 하다. 역사적 충동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고, 진실을 알아내고, 그것을 후세를 위해 보존해두려는 욕구를 말한다. 정치적 목적에서 ‘정치적’이라는 말은 가장 광범위한 의미로 사용되었다. 이 동기는 세상을 특정 방향으로 밀고 가려는, 어떤 사회를 지향하며 분투해야 하는지에 대한 남들의 생각을 바꾸려는 욕망을 말한다. 다시 말하지만, 어떤 책이든 정치적 편향으로부터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예술은 정치와 무관해야 한다는 의견 자체가 정치적인 태도이다.
자, 이제 각자 물어보자. 나는 왜 쓰는가? 순전한 이기심에서 또는 미학적 열정에서, 역사적 충동 때문인가 아니면 정치적 목적 때문인가. 네 가지 가운데 어느 하나로 뚜렷하게 정리될 수도 있겠지만, 두 가지 이상의 동기가 섞여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답하기 만만치 않다. 하지만 애써 질문에 답해보도록 하자. 내가 쓰는 이유를 오웰이 제시한 네 가지 동기로 분류해보고 내가 왜 쓰려 하는가에 대해 답해본다면, ‘나’라는 사람에 대해 더 잘 알게 된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려고 하는지,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나는 어떤 정치적 태도를 취하고 있는지. 그래서 오웰처럼 내가 가장 따르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밝혀낼 수 있다면, 다음의 질문으로 넘어가볼 수 있지 않을까?
노동자들은 왜 써야 하는가? 활동가들은 왜 써야 하는가? 글쓰기를 통해서 ‘말’로서 명료하게 밝혀지지 않는 부분들을 밝혀야 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게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인지, 자신을 머뭇거리게 만드는 게 무엇인지,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게 자기 자신을 보여주는 것임을. 그래서 함께 일하고 활동하는 사이라면 더더욱 글쓰기를 통해 자기 자신을 서로에게 잘 알도록 표현해야 한다. 작업장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 가족 내에서 고민하는 일들, 지역에서 발생한 문제들을 찾아내고 정리하고 써내야 한다. 이렇게 조사하고 수집하고 정리하는 일이 일상적인 습관이 된다면, 문제를 바로 볼 수 있고 제대로 된 성찰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공동의 해결을 모색할 수 있다. 노동자와 활동가들은 글쓰기 운동을 해야 한다. 같이 글을 쓰며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해나가는 가운데 자신감을 붙여나가야 한다.
해연海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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