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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한국 노동운동의 새로운 전략을 이야기하기 ‘시작’하자!
2010 여름, 장마와 국지성 폭우와 찌는 듯한 무더위가 한데 겹쳐 몸과 마음 모두가 가눌 수 없이 갑갑하다.
만약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그건 상상하는 것조차 고통스러운 일이다.
2010 여름, 한국 노동운동의 현실도 이와 똑같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라는 전방위적인 대노동 공세와 민주노조운동의 무기력이 맞물리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힘겹고 갑갑한 현실이다.
2010년 여름의 무더위만큼이나 갑갑한 현실이다.
“민주노조가 ‘타임오프’ 때문에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의 탄압에 속수무책이다.”
“노동조합 조직율이 10%도 채 안되는 상황이다.”
“산별노조가 형해화되고, 현장이 무너지고 있다.”
“노동자계급 내부의 분할과 위계화가 고착되고 있다.”
“민주노조의 개량화와 관료화가 구조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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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한 큐의 처방이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뭔가 근본적인 ‘돌파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만능키나 만병통치약은 아닐 지라도, 뭔가 지금 한국 노동운동이 직면하고 있는 위기의 현실을 뛰어넘을 수 있는 ‘새로운 모색’, 어떤 수준의 ‘몸부림’이라도 이루어져야 한다.
그 새로운 모색과 몸부림은 현장이나 지역에서의 투쟁으로부터 시작될 수도 있고, 거꾸로 노동운동 전반에 대한 총체적인 평가로부터도 시작될 수 있으며, 이 두 가지가 서로 맞물려 이루어질 수도 있다.
우리가 지금 한국 노동운동의 ‘전략’에 대해 진단하고, 평가하고 전망을 얘기하려면, 지금의 한국 노동운동을 있게 한,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민주노조를 중심으로 한 노동운동 발전전략에 대한 평가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2010년 지금, 한국노동운동의 현실은 87년 7~9월 노동자대투쟁의 성과와 발전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87년 노동자대투쟁의 성과로 한국의 노동운동은 노동운동의 자생적 동력을 회복했고, 지난 20여 년간 여러 우연곡절을 겪었지만 지속적인 성장 발전을 해 왔다.
그렇다면, 지금의 한국의 노동운동을 있게 한 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노동운동의 발전전략’은 무엇이었나?
대략 다음 다섯 가지 정도였다.
1) 이념적으로는 ‘자주적 민주노조’
2) 한국노총 민주화가 아닌, 민주노조의 독자적인 내셔널센터(N/C) 건설 전략: ‘민주노조 총단결’에 바탕한 ‘천만노동자 총단결’
3) 기업별노조체계 극복: ‘산별노조 건설 -> N/C 건설’ 경로가 아닌, ‘민주노총(N/C) -> 산별노조 건설’ 전략
4) 자유주의적 헤게모니로부터 ‘노동자민중의 독자적 정치세력화’ -> 2000년대 초반에 진보정당운동으로 구체화됨.
5) 아래로부터의 대중동원 전략과 그에 바탕한 교섭 전략: 현장의 투쟁동력, 대중파업 중요시
처음부터 이러한 전략적인 방향 아래 일관되게 추진되어 온 것은 아니었지만, 매 순간 투쟁과 논쟁을 거치면서 현실화되어 왔다.
그래서 그 성과로 이제 민주노조운동은 한국사회에서 그 실체를 인정받게 되었고, 노사관계에서도 일정한 주도성을 확보했으며, 형식적인 측면에서는 산별노조 건설과 정치세력화라는 전략적 목표를 거의 이루어낸 듯 보인다.
그런데 ‘위기’다.
민주노조운동은 지난 20여 년간 양적으로 성장하고, 산별노조 건설과 진보정당 건설이라는 전략적 목표를 이룬 듯하지만, 내적으로는 심각한 정체성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1) 민주노조의 정체성 위기와 관련해서, 계급적 대표성의 위기가 가장 심각하다. 민주성의 위기, 자주성의 위기 등. 즉 민주노조가 더 이상 노동자계급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조직된 특정 집단의 민주노조로 고립됐고, 또 그 고립 속에 안주하고 있다. ‘민주노조 총단결’ 통한 ‘천오백만 노동자 총단결’이라는 경로가 후퇴하고 실종되고 있다. 그 결과 노동자계급 분할과 위계화가 구조적으로 고착화되고 있다.
2) 산별노조 건설이 계급적 단결의 구심으로서의 산별노조로 전환되지 못한 채 형해화되고 있다.
3) 노동자의 독자적 정치세력화가 의회 진출을 위한 진보정당운동으로 협소화되면서 노동자계급이 정치의 주체로 서지 못하고, 동원 대상으로 전락했다. 노동자계급의 해방이라는 정치적 전망을 잃어버리고, 여전히 이념과 정책에서 자유주의적 헤게모니를 극복해 내지 못하고 있다.
4) 무엇보다 현장이 다 무너지고 있다. 구조조정과 노동유연화 공세로 현장에서의 주도력을 상실하고 있다. 대중파업의 무력화, 형해화 등.
왜 그런가? 왜 이러한 ‘위기’에 직면하게 됐는가?
여러 수준에서의 진단은 가능하다.
보수세력, 자유주의세력 가리지 않고 정권과 자본의 민주노조 탄압 ---,
정규직 남성노동자 중심의 민주노조의 문제점,
민주노조운동 진영 내 정파 구도의 문제,
진보정당의 분열 ---
물론 각각의 진단은 다 일말의 진실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전략’적인 수준에서 판단한다면, 이러한 위기가 지난 20여 년간 노동운동 발전전략의 결과로서 발생하는 위기라는 점이다.
바로 이 점이 근본적으로 진단돼야 한다.
그래야 기존의 노동운동 주체를 중심으로 노동운동 발전전략에서 미흡한 부분을 더 완성시켜 나갈지, 아니면 노동운동발전 전략을 다시 새롭게 수립하고 새로운 주체를 형성해 나갈지가 좀 더 명료해지기 때문이다.
현재 민주노조운동이 위기에 직면한 근본적인 이유, 또 지금 새롭게 노동운동의 전략에 대해 논의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노동운동 발전전략이 ‘87년 민주화체제’의 성과이지만 동시에 그 한계에 갇혀 있다는 점이다.
즉 ‘민주화 운동’으로서의 민주노조운동이었다는 점이다.
민주노조운동이 ‘반자본’의 전망과 전략을 구체화시켜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점이 90년대 초반 이후 ‘신경영전략’이라는 형태로 등장해서 97년 IMF 외환위기를 통해 전면화된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구조조정, 노동유연화라는 자본의 공세에 대해 민주노조운동이 ‘계급적’ 전망과 관점에서 불철저하게 만들었던 이유이다.
민주노조운동이 1995년 민주노총 출범 이후에 ‘국민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론이 주도하면서 세계화를 매개로 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노동유연화 공세에 ‘계급적’ 대응을 하지 못했다.
1)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구조조정, 노동유연화라는 자본의 운동을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인정한 후에, 즉 ‘반자본’의 전망을 포기한 후에
2) 그 전제 아래서
- 정권(민주정권)과는 ‘허구적인 사회적 합의주의’를 추구하고
- 조직발전 전략으로 조직형식전환 중심의 산별노조 건설을 추진했으며,
- 정치세력화 역시, ‘노동자 출신을 국회로’ 수준의 의회주의적 진보정당운동으로 협소화시켜 버렸다.
그 결과
자본에 맞선 반신자유주의 대중투쟁전선(1996~97년 노개투투쟁의 패배, 1998년 정리해고 조인 등)을 확고하게 구축해내지 못하고,
민주노조운동의 상층지도부는 타협과 투쟁 사이에서 동요했으며,
민주노조의 계급적 대표성은 점차 상실되어 갔고,
거듭되는 패배로 현장의 투쟁동력은 소진되어, 현장 자체가 무너져 갔다.
따라서 전략은 ‘87년 민주화 체제’의 한계에 갇힌, 그래서 97년 이후 전면화된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노동유연화라는 자본의 공세에 대한 전망을 주지 못하는 기존 ‘노동운동 발전전략’을 어떻게 새롭게 해나갈 것인가로부터 논의하지 않으면 안된다.
1~2년 내에 타임오프제가 정착되면, 기존의 민주노조방식으로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게 될 것이다.
이에 대한 획기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노동조합은 완전히 자본의 통제에 갇힐 것이다.
복수노조가 현실화되면, 이 역시 기존의 민주노조운동 구도가 재편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정권과 자본은 2010년 하반기에 근기법까지 개악을 해서 1990년대 초반 이후의 자본의 대노동통제전략인 노동유연화를 제도적으로 완성시키고, 민주노조 역시 철저히 무력화시킬 것이다.
무엇보다 2008년 이후 금융과 재정위기를 중심으로 심화되고 있는 세계자본주의의 위기 상황을 볼 때, 다가 올 시기에 계급투쟁이 격화될 것이고, 이에 대해 노동운동이 어떤 준비를 해야 할 지, 그 주체와 전망, 전략을 시급하게 세워내야 한다.
기존의 전략을 땜질해서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80년대 초반~중반의 과정이 87년 6월 민중항쟁과 7~9월 노동자대투쟁을 철저하게 예비하지 못함으로써, 87년 체제에서 노동자계급이 계급적 헤게모니를 구축하지 못했던 경험을 이번에는 넘어서야 한다.
그런 수준에서 노동운동 전략을 구체화시켜 내야 한다.
96~97년 총파업투쟁에서 후퇴가 결국 그 이후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노동유연화 공세를 전면화시켰던 쓰라린 경험을 넘어서야 하고, 그런 수준에서 노동운동 전략과 주체를 형성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지금 노동운동 전략을 이야기하는 것은 지난 20여 년간의 성과에 바탕하면서도 동시에 그 양적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질적 재편과 도약을 준비하는 것이어야 한다.
우리가 노동운동의 발전을 변증법적으로 이해한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전체 계급간 힘관계의 변화를 이끌어 낼 ‘노동자 대중투쟁’의 촉발이다.
물론 ‘대중투쟁’의 촉발은 두 가지에서 현실화된다.
하나는 주체의 투쟁 경험의 축적된 역량, 다른 하나는 정세변화, 특히 지배계급 내부의 균열이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노동자 대중투쟁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정치적 조직적인 수렴을 어떻게 해 나갈 것인가이다.
이 점에서 지금 노동운동 전략과 관련해서 가장 중요한 점은 ‘반신자유주의’를 ‘반자본 투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정치적, 조직적 역량이다.
이는 다가 올 정세를 보면 더욱 절박해진다.
세계 자본주의 위기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 정세에서, 자본의 위기 안에서 좌충우돌하는 것이 아니라, ‘반자본’의 전망으로 이끌어 갈 능력과 역량을 갖는 것이 핵심이다.
도서출판 메이데이도 이제 한국의 노동운동 발전전략에 대해 새롭게 모색하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고자 한다. 그 공론의 장을 마련하고 제안하고자 한다. 조만간 이에 대해 구체적인 제안을 할 예정이다.
이런 시도가 갑갑한 현실을 뚫고 나갈 하나의 ‘돌파구’가 되길 바라며 ---
박성인/도서출판 메이데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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