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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9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학생 자치기구인 생활도서관에서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이 있어서,
혹시 필요하신 분들이 있으면 드리려고 합니다.
물건 목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 석유난로 큰 것 1개
- 14인치 컴퓨터 모니터
- 스티로폼(전지 2~3배크기) 5장.
필요하신 분들은 아래 덧글에 메일 주소 남겨 주셔요.^^
@ 7장 재택근무 @
- 전망들 -
“대중적 미래학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책들의 저자가 보통 남자라는 것과 직접 관련되겠지만, 이런 탈중앙화한 노동 시나리오 중에서 중심인물은 역시 절대적으로 남성이다. 이들은 전통적인 ‘통근자’보다는 판에 박은 ‘창조적’ 노동자와 더 공통점이 많은 모습이다. ‘원격 통근자’와 비교해 이들 ‘원격지 근무자’들은 훨씬 개인주의적이고 덜 전통적이며, 자영업자일 가능성이 높다. 좀더 따져보면 이 남성은 정장보다는 청바지를 입고 도시 교외보다는 전원에 살 것이라고 상상할 수 있다.” (136쪽)
“하지만 이 두 가지 생각은 많은 공통점도 지니고 있다. 주인공은 두 쪽 모두 중산층 남성이고, 노동자들이 어디서 일할지와 일을 하지 말지 자체를 결정할 자유가 있다는 걸 전제하고 있다. (이는 또한 완전 고용을 전제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두 쪽은 모두 기술이 상서로우며 각 개인 사용자가 통제할 수 있는 것으로 여긴다. 70년대 말에 이 두 가지 생각은 어느 정도 서로 결합해서 앨빈 토플러의 ‘전자적 전원주택’이라는 개념을 만드는 데 이르렀다.” (136~137쪽)
“하지만 그 와중에 기술에 대한 대중의 태도에 급격한 변화가 나타났다. 1978년에는, 서방세계가 대규모 실업을 동반한 대형 산업구조조정에 들어섰다는 것이 분명해졌을 뿐만 아니라 이런 구조조정의 중심 도수는 ‘실리콘 칩’이 상징하는 정보기술이 되리라는 것도 분명했다. 적어도 영국에서는 갑자기 신문들이 “모든 것에 칩을”이라는 제목으로 가득 찼고, 텔레비전 화면은 불길한 예언과 소년 같은 쾌활한 흥분이 묘하게 뒤섞인 분위기로 ‘새로운 산업 혁명’을 설명하는 일련의 프로그램들이 휩쓸기 시작했다.” (137쪽)
“이렇게 날카롭게 모순되는 시각을 접하면서 기술은 기본적으로 부드럽고 상서로운 것이라는 대중들이 그동안 공유하던 생각이 깨어지기 시작했다. 기술적 진보를 피할 수 없는 건가라고 의문을 제기하는 건 여전히 러다이트운동과 같은 것으로 여겨졌지만, 기술이 ‘위협인지 약속인지’를 묻는 건 정당한 일이 됐다. 이 단계에서 집에서 일할 수 있는 가능성은 ‘약속’ 쪽에 해당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아직은 위협이 아닌 듯했지만 이런 상황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다.” (138쪽)
“컴퓨터를 ‘작동’하거나 통제하는 이들로 표현되는 흰색 옷을 입은 기술자나 고위 경영진과 연관되는 대신 컴퓨터는 수동적인 여성 조작자들이 이용하는 도구로 표현되기 시작했다. 게다가 컴퓨터는 조작하는 이 여성들 자신을 통제하는 수단이 될 수 있는 것으로 표현됐다. …… 컴퓨터는 이제 멍청한 금발머리도 조작법을 배울 수 있을 정도로 쓰기 쉬운 기계로 표현된다.” (138~139쪽)
“애초에 이런 생각은 가정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이 여성주의자들이 관심을 끌기 시작했는데 이는 특히 당시에 사무직 여성 노동자의 노조회가 급속히 진행되는 것과 맞물려 나타났다. …… 노동자들을 서로 분리시키는 그 어떤 것도 반대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내노동이 아직은 즉각적인 현실이라기보다 이론적 가능성으로 여겨지기는 했지만, 노동자를 분리시키는 것으로 분명히 분류했다.” (139쪽)
“가정은 남성들의 경우와 달리 여가의 장소가 아니라 억압의 장소라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 여성주의 문건 속에서 가정은 여성들이 24시간 내내 돈 한푼 받지 못하고 남편과 아이와 환자와 어른들에게 봉사하는 곳이며 여성의 사적인 공간이라고는 없는 곳이다. 또 결혼하게 되면 처벌 없는 강간의 희생자가 될 수 있는 곳이다. 여기서 탈출할 길이 없는 여성들은 우울, 자존심과 자신감 상실로 고통 받을 여지가 있었다. 종종 감옥과 비교됐다.” (140쪽)
“80년대에 접어들면서, 새 기술의 영향에 대한 대중적 논의에 전혀 새로운 분위기가 나타났다. 당시는 노동당 의원이었다가 나중에 사민주의당원이 된 셜리 윌리엄스(Shirley Williams)가 말한 “미세전자공학은 가족 재결합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개념이 나타난 것이다. 이 개념은 여성의 우려 일부를 반영하기는 했지만 일반적으로는 여성주의자들이 내세우는 건 아니었다. 반대로 명백히 반여성주의적 논쟁을 제기하는 이들이 가장 많이 내세우는 것이었다. 마가렛 대처 수상, 당시 정보기술 장관인 케니스 베이커(Kenneth Baker), 주교, 산업자본가 등이 그런 이들이다.” (140~141쪽)
“가족과 사무 노동은 여성노동의 특정한 표현으로 제시되는 대신에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는 추상적인 개념으로 표현된다. 하지만 물론 저자(Mike Aldrich)가 말하는 것은 여성의 변화하는 기능이다. 저자는 여성들이 집에 있으면서 어린이와 노인과 환자를 돌보던 날이 사라졌음을 애석해 한다. 또 여성의 가정 밖 경제 활동과 그 결과로, 원할 경우 혼자 아이들을 키우며 살 수 있는 자유를 얻게 되는 남성으로부터의 독립을 한탄한다. 그는 또 암암리에 화이트칼라 노동력에 포함되는 여성의 노동이 필요함을 인정한다. 정보기술을 이렇게 탐내는 것은, 집 밖의 여성 임금노동과 집안의 무보수 노동이 사회적으로 동시에 필요하다는 명백한 모순의 해법 차원에서다. 재택 노동자가 되면 여성은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있다.” (142~143쪽)
“원격 노동의 기능은 변화해 왔다. 통근 문제 또는 거대 관료조직의 거추장스럽고 이상한 특성의 해결책이 아니라 가족 붕괴의 해법이 됐다. 기능의 변화와 함께 원격 노동자의 이미지 또한 바뀌었다. 변화는 성별과 지위에서 모두 나타났다. 더 이상 통근을 하던 남성이나 자율적인 예술가가 아니라 여성에서다. 그리고 “가족을 우선시한다”고 암시됨으로써, 이런 여성의 일은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으며 할머니의 요강을 비우고 아이의 기저귀를 빠는 사이에 짬을 내서 할 수 있는 정도의 일이라고 추론할 수 있게 된다.” (143쪽)
“재택근무가 노조 조직을 파괴하는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을 걱정하는 이들은 여기서 착취의 증거를 찾고, (9시에 출근해 5시에 퇴근하는 미국의 노동자들 같은) 사무직 노동자를 대변하는 노조와 기타 조직들은 전자적 기술을 이용해 가정에서 일하는 노동자 규모를 억제하거나 이 제도 자체를 없애버릴 것을 요구했다. 독일의 거대 산별 노조인 금속노조(아이지 메탈) 같은 세력들이 이랬다. 이들과 다름없는 강도로 또 다른 이들은 재택근무가 여성을 해방시키는 도구라고 주장했다.” (145쪽)
“관리자들에게는 이런 (노동)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몇 가지 방법 가운데서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졌다. 그들에게 주어진 것은, 새로운 교대근무 형태, 연 단위 시간 계약, 복합 업무 협약, 임시 또는 고정조건 계약, 시간제 노동, 하청(공공 영역에서 하청은 민영화와 강제 경쟁 입찰의 수단으로 권장됐다), 시간제 노동자 사용 확대, 재택근무자 활용 등이다. 재택근무는 단지 이 많은 선택지 가운데 하나로만 여겨졌다.” (147쪽)
“이런 관점에서 표피를 보면, 재택근무라는 개념은 그동안 담겨 있던 감정적인 내용물 상당 부분이 사라지고 남녀 차별적 성격이 많이 탈색된 것처럼 보인다. 사실, 일터의 유연성에 관한 많은 문헌은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여성에게는 가족들의 요구에 대처하기 위해서 시간을 분배하는 데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언급한다. 하지만 (일터의 유연성과 개인적 유연성이라는) 서로 아주 다르고 일반적으로 공존하기 어려운 이 두 가지의 필요성이 실제로는 같은 것이라는 사실 곧 고용주의 유연성은 노동자의 우연성을 뜻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거론하지 않는다. 현실에서 맞아떨어진다는 증거는 놀라우리만치 적은데도, ‘핵심’ 노동자는 남성이고 ‘주변부’ 노동자는 여성이라는 일반적인 전제가 있는 듯하다. 이런 각본에서 재택근무자는 여전히 여성이지만, 이런 형태의 노동은 더 이상 가족 붕괴의 해법으로 제시되지는 않는다. 단순히 고용주의 간접 비용을 줄이고 조직적 적응력을 높이는 데 이용할 수 있는 한 가지 수단일 뿐이다.” (147~148쪽)
“재택근무가 찬조 출연하는 또 다른 논의가 이 논의와 교차하는데, 그건 기업 경제 문제에 관한 논쟁이다. 여기서 재택근무는 사업가로 가는 과정의 중간 단계로 간주된다.” (148쪽)
“이때 이후, 재택근무의 일부 정의에는 집을 근거지로 하면서 업무 도중 컴퓨터를 쓸 일이 생기는 자영업자도 포함했다. …… 늘어나는 자영업자 인구를 다시 집 밖으로 나가 중소기업을 세우게 될 예비 기업가군이 늘어나는 것으로 볼지 여부는 각자의 선택 문제로 열려 있는 것이다.” (148쪽)
“이런 관점을 통해 재택근무자는 다시 이미지를 바꾼다. 이들은 이제 다시 한번 남성일 여지가 높아지며(랭크 제록스의 ‘네트워크’들은 거의 모두 남성이었다), 가사 일에 묶여 있는 이들로 인식되지 않으며 대신 자유 경쟁 시장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 자발적으로 장시간 일하는 자유로운 행위자로 받아들여진다. 이들이 대표하는 것은 ‘의존 문화’에 대한 해법이다. 곧 그들의 기능은 경제의 활력을 되살리고, 복지 예산을 줄이고, 자립과 자유시장의 전통적인 가치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다.” (148~149쪽)
“재택근무가 너무나 모호하고 잘못 정의된 개념이어서 분명히 규정되고 계량화할 수 있는 방식으로 존재한다고 말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 이는 현실로서보다는 이데올로기적 구성물로서 훨씬 강력하게 존재한다는 것이다.” (149쪽)
@ 6장 작업장 내 여성 건강 @
“‘건강’이라는 단어의 뜻을 단지 의학적인 병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행복한 상태(well-being)를 뜻하는 것으로 본다면, 반대말을 ‘질병’보다는 좀더 폭넓은 ‘행복하지 않는 상태’(not-well-being)로 봐야 할 것이다. ‘질병’(dis-ease)의 본뜻은, ‘아픔’(illness)(‘ill’은 단순히 ‘well’의 반대다)보다 훨씬 폭넓은 것이다.” (115쪽)
“이 장은 임금노동이 여성의 행복한 상태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또는 의학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질병 이외에도 명확히 규정하기 어려운 불편함, 긴장, 불행감을 포함한 나쁜 상태를 유발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116쪽)
“첫 번째 질문은 이런 것이다. 도대체 왜 여성을 남성과 구별해서 인식하는가? 물론, 노동 환경이 안전하지 못하거나 유독물질로 오염됐다면 성별과 상관없이 모든 인체에 똑같이 영향을 끼치고, 여성을 다른 종족처럼 취급하는 것은 진정한 위험을 모호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할 수 있다. 여성을 취약한 존재로 보고 초점을 여성에 두면, 어떤 일자리에서는 여성을 완전히 배제하는 차별적 정책을 유발할 위험이 없는가? 실제로 이러한 위험이 있다. …… 하지만 여성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는 작업장 내 건강 문제를 이해할 수 없는 이유가 몇 가지 있다. 그리고 이 가운데 몇은 서로 연관된 것들이다.” (116쪽)
“첫째, 그리고 가장 분명한 이유는 여성의 몸이 많은 면에서 남성과 다르다는 것이다. …… 덩치와 힘이 차이가 문제가 되는 건, 단지 특정 화학약품 노출치 또는 들 수 있는 최대 무게 같은 현재의 안전 기준이 노동자를 젊고 튼튼한 백인 남성으로 전제하고 마련됐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화학물질 노출치 검사는 보통 해병대에서 ‘자원자’를 받아 실시한다.) 이런 기준치는 몸집이 더 작은 이들과 늙거나 장애 때문에 영향을 더 심하게 받을 수 있는 이들을 위험에 빠뜨린다.” (116~117쪽)
“몇몇 작업장 내 위험은 여성의 독특한 생리구조와 직접 관련된다. 2차 세계대전 때까지, 영국 랭커셔의 면화 공장에서는 정해진 짧은 시간을 빼고는 여성들에게 기계 옆을 떠나지 못하도록 하는 게 흔했었다. 그래서 여성들이 생리 중일 때는, 아무 것이나 있는 그대로 이용해서, 보통은 기름 먹인 헝겊을 썼는데, 흐르는 피를 닦았다. 산업용 기름에 접촉되는 일이 늘어나면서 많은 여성은 음부 암에 걸렸다.” (117쪽)
“생리는 대등한 기회 제공과 관련된 논쟁에서 아주 예민한 문제다. 총체적 차별을 당하고 있는데다가 고용주들이 이 차별을 영구화할 꼬투리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된 상황에서, 여성주의자 가운데 ‘동등한 권리’를 강조하는 이들은 전통적으로 생리의 영향이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해 왔다. 이들은, 여성이 생리를 하는지 아닌지가 고용주와 무슨 상관이냐고 주장한다. 이 문제를 공론화하는 건 개인의 사생활 침해일 뿐 아니라, 기분 상하게 하는 농담부터 생리하는 여성 앞에서 일하는 남성에 대한 종교적 금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학대에 여성을 노출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접근법에서 보면, 한 사람의 생리주기는 어떤 식으로든 노동 문제에 개입할 수 없는 순전히 사적인 것이다.” (118쪽)
“하지만 이런 신념은 여성들의 사적인 대화에서 보통 인정되는 또 다른 신념과 불편하게 공존한다. 그 신념은 생리는 (예컨대 위경련이나 생리 전 편두통 같은 것 때문에) 고통스러울 수 있으며 육체적으로 진을 빼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또 생리가 어떤 사람에게는 평소보다 손재주가 떨어지게 만들 수 있거나 집중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생각이다.” (118쪽)
“여성 개인의 일터에서 보면, 생리 중에 아무런 문제가 없거나 그저 생리를 잘 넘기지 않으면 상황은 결코 좋지 않다. 생리를 감추고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거나, 사람들에게 생리 사실을 알리고 필요하면 휴식시간을 더 갖는 선택을 해야 한다. 생리 사실을 알리게 되면, 농담거리가 되고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 취급을 받을 수도 있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스트레스 쌓이는 일이고, 어느 쪽도 행복에 도움이 안 된다.” (119쪽)
“이런 주장은, (납이나 이온 방사선 같이) 태아에 해를 끼치는 물질은 남녀 성인에게도 해를 입힐 수 있다는 사실을 무시한다. 또 일터를 청결하게 하는 걸 피하고 싶어 하는 고용주들이 연막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가임 여성이 배제되고 나면, 위험을 감수하는 대가로 임금을 조금 더 받곤 하는 남성들은 아주 위험한 환경에서 자신의 건강과 태어나지 않은 자식의 건강을 신경 쓰지 않고 일하게 된다. 이런 조처가 여성과 아이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야근 금지 조항 무시나 병원 간호사의 방사선 노출 같이 전혀 다른 상황에서 여성이 위험에 처하는 데에 무관심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120쪽)
“여성이 생리적으로 남성과 다르다는 게 문헌상에서중요하게 부각되지만, 일반적으로는 이 점 때문에 일터에서 여성이 겪는 불행은 전체 불행에 비하면 적다. 주된 위험은 생리적인 게 아니라 사회적으로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위험은 육체적으로 다르다는 데서 비롯되는 게 아니라, 남녀 차별적 권력 관계, 직업적 남녀 구별, 여성에게 보살피는 일이 부여된다는 데서 비롯된다.” (120쪽)
“특히 뒤의 두 가지 요소는 서로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일터에서 여성들이 맡고 있는 많은 일 곧 청소, 조리, 바느질, 간호, 교사일, 사회사업 등은 여성들이 집에서 하던 일을 직접적으로 연장한 것에 불과하다. 또 이 일들은 보살핌과 직, 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물론 보살핌의 핵심 요소는 다른 이들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지는 것이다. 아이가 화상을 입으면 어머니가 냄비를 제대로 간수하지 못했다고 비난당한다. 남편이 심장마비를 일으키면, 불포화 지방만을 섭취하게 할 여성의 임무를 제대로 못했기 때문이다. 노망난 시아버지가 문 앞을 어슬렁거리거나 버스 밑으로 들어가면 시아버지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 며느리의 잘못이 된다.” (120~121쪽)
“여성들, 특히 어린 아이를 돌보는 데 많은 시간을 들이는 여성들 가운데 이런 태도를 어느 정도씩 내면화하지 않은 이들은 거의 없다. 여성들은 일상적으로 자신의 복지를 등한시할 뿐 아니라 자기가 책임져야 하는 걸로 여겨지는 사람이 다치거나 아프면 죄책감을 느끼기까지 한다. 이런 태도와 보살피는 일을 떠맡는 사람이라는 고정관념은 임금노동 현장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122쪽)
“병원들은 가장 극적인 예를 보여준다. …… 간호사 대부분은 감염된 변, 토해 놓은 것, 혈액, 오줌을 매일 처리해야 하고, 감염된 바늘에 찔리거나 감염된 이빨에 물릴 위험에 직면한다. 많은 간호사는 만성적인 피로에 시달리고 극심한 등 통증은 흔한 질병이다. 하지만 자신의 건강을 위해 휴식을 취하면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린다.” (122쪽)
“자신의 건강은 문제가 안 된다는 생각은 일과 무관하고 여성성의 일반적인 조건과 관련되는 듯하다. 진짜 남성은 위험을 무릅쓰는 것(이고 자신의 건강을 위협하는 걸 두려워하는 건 ‘여성적인’ 것이다)이라는 남성우월주의 관념이 분명히 존재하는데도, 여성스러운 것에 대한 전통적인 관념이 결국 이런 결과를 부르는 것으로 보인다. 남성들이 위험한 노동 조건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지 않는 건 약한 모습을 보이는 건 ‘남성답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지만, 여성들이 불만을 터뜨리지 않는 건 이기적인 모습은 ‘여성답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위험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 (123쪽)
“직업에서의 남녀 구별이 건강에 끼치는 영향은 물론 여성을 보살피는 일자리로 내모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 ‘남성의 일’과 ‘여성의 일’이 분명히 구별되지 않는 산업은 존재하지 않는다. 공장에서 여성의 일은 가장 단순하고 반복적인 조립, 포장일, 특히 ‘손재주’가 필요한 일에 집중되어 있다. 유통업에서는, 여성은 금전출납기를 다루거나 값싼 물건들을 생글생글 웃으며 판다. (남성들은 여성들을 관리하거나 자동차, 컴퓨터, 음향기기처럼 비싼 첨단 제품들을 판다.)” (123~124쪽)
“이런 남녀 구별은 건강 문제에 몇 가지를 시사한다. 가장 단순한 수준에서는 여성들이 남성보다 적은 임금을 받고 더 가난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일터 밖에서 스트레스를 주는 수많은 요인들과 맞부딪칠 여지가 더 크며, 이는 일터에서의 상태에도 영향을 끼친다. 이런 현상은 특히 홀로 살거나 혼자 가족들을 돌보는 여성에게 두드러진다. 또 주거환경이 더 나쁘고 오염된 지역에 살 여지가 높다. 부적절한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여가를 제대로 즐기지 못할 여지도 높다. 무보수 가사노동에 따른 스트레스와 일터에서 남의 뒷바라지를 하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에다가 이런 스트레스까지 합쳐지면, 여성이 평소에 항상 느끼는 스트레스의 ‘기본수준’은 아주 높아진다. 그래서 일터에서 약간의 스트레스만 더 받게 되어도 위험한 수준에 이르게 된다.” (124쪽)
“공장이건 사무실이건 상점이건 여성들이 맡는 대부분의 일들은 좁은 범위에서 반복적인 움직임을 지속하는 일들이다. 게다가 집중적으로 무언가를 지켜봐야 하는 일들이기도 하다.” (124쪽)
“근육 일부를 긴장상태로 유지하고 자세를 바꾸지 않는 가운데 다른 부분은 가능한 한 빠르게 움직이는 건, 때로는 돌이킬 수 없는 신체 손상을 부를 수 있다.” (125쪽)
“이런 일거리 대부분의 또 다른 특징은. 한자리에 고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남성의 일은 이동이 잦다.” (125쪽)
“이렇게 한곳에 박혀서 일하는 이들이 차지하는 공간이 옮겨 다니느라 땅에 발을 딛는 일이 상대적으로 적은 이들의 공간보다 넓을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반대인 경우가 흔하다.” (125쪽)
“하지만 좁은 공간에 묶여 있는 것이 몸에 끼치는 영향이 이런 업무 분리가 만들어 내는 유일한 언짢음은 아니다. 언짢음은 작업장을 지배하는 남녀 차별적 권력구조가 표현되는 과정에서도 겪게 된다. 보통 칸막이가 없는 열린 공간에서 컴퓨터 앞에 종일 앉아 있는 여성들은 자유롭게 오가는 남성들에게 말 그대로 언제나 이용될 수 있다. 여성이 맡는 일에 비서 업무가 포함되어 있다면, 그는 특정한 상사를 돕도록 규정되어 있겠지만 급한 상황에서는 다른 관리자가 본디 업무 영역과 상관없는 일을 시키기 위해 부르는 것이 당연시된다. (“이봐요, 커피 좀 타줄 수 있겠소?”) 일반적으로 지위가 대등하거나 낮다고 여겨지는 남성들(예컨대 우편 수발 담당자나 수위)도 지나가면서 거리낌 없이 방해하거나 농담을 던진다.” (126~127쪽)
“이렇게 언제고 남성들의 눈길을 끌게 되는 상태는 비록 그 눈길이 가장 부드럽더라도 신경을 거슬리는 것이 될 수 있다. …… 이는 더 심각한 성적 괴롭힘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노동은 건강과 행복을 해치며 견디어야 하는 매일 매일의 악몽이 되고 만다. 의미심장하게도, 성적 괴롭힘이 가장 심하게 나타나는 경우 곧 남성 무리가 여성을 구조적으로 학대하는 경우는 여성이 눈에 보이지 않는 남녀간 업무 영역의 경계를 넘어설 때 나타난다. 또 여성들이 예컨대 건설현장, 인쇄소, 소방 업무 같은 ‘남성’의 일을 할 수 있음을 내세울 때도 그렇다.” (127쪽)
“나는 이 장에서 사회적 요소와 물리적 요소의 상호작용은 일터에서 언짢음을 유발하는 과정뿐 아니라 이 언짢음을 겪게 되는 방식에서도 극도로 복합적이라는 걸 보여주려 시도했다. …… 그래서 해결책 또한 다양한 측면을 지니게 될 것이다. …… (그러나) 언제나 여성의 행복이 보장되는 작업 환경을 만들어 내려면, 우리 사회의 기초가 되는 사회 관계 그 자체의 변혁을 일으키는 게 필수적이다.” (128쪽)
@ 5장 상품화에 맞서기 @
- 공장 밖에서의 유용성 창출 -
““이윤이 아니라 사용을 위한 생산”은 오랫동안 사회주의자들이 집중하던 슬로건이다.” (93쪽)
“그러나 … 이 요구는 당황스럽게 만드는 내적 모순을 감추고 있다. 이 모순은 대안적 경제, 산업전략이 취해야 할 방향에 관한 좌파들의 요즘 혼란 상당 부분을 잘 보여주는 예이다. 이 요구는, 이윤이 변화를 이끄는 최우선적인 힘이라고 인정하지 않고 이윤이 일자리를 제공할 것인지 말지를 결정하는 절대적 기준이라고 받아들이지도 않지만, 가장 효율적으로 이윤을 얻을 수 있다는 이유로 자본주의가 선호하는 산업활동인 상품 문제는 건드리지 않기 때문이다.” (93~94쪽)
“자본주의 제품 생산과정 그 자체에는, 모든 요소를 이윤에 종속시키는 개념이 자리 잡고 있다. 자본주의는 오직 교환을 위해 상품을 제조함으로써만 노동계급한테서 잉여가치를 착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94쪽)
“사회주의자들이 미래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구상하는 작업에 나서게 되면, 강조점은 대안 생산물에 확고히 두어진다. 공장의 일거리가 단조로운 단순 노동이며, 저급하며 위험한 것으로 널리 인식되고 있지만, 공장 폐쇄에 대응한 해법은 공장을 다시 열거나 새 공장을 짓는 것이다. 공장 체제 자체에 대한 총체적인 대안은 생각하지 않는다. 왜 좌파는 자본주의의 상품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기를 꺼려하는 것일까? 이윤을 최우선시하는 것에 대한 사회주의적 도전이 왜 열의가 약하고 모호할까?” (94~95쪽)
“서로 다르지만 연관성이 있는 일련의 요소들이 관련되는 것 같다. 여성을 ‘서비스’ 업종으로 내몰면서 공장 일은 남성의 일이라는 관념을 유발하는 노동의 성별 구분, 작업 내용을 합리적으로 분석하기보다는 ‘숙련기능’에 대한 임금 우대를 유지하기 위한 방어적 투쟁의 산물인 숙련기술의 왜곡된 정의, 과학과 기술이 모든 이에게 궁극적으로 이로운 진보의 중립적인 전령이라고 생각하는 맹신, 노동자 의식과 전투성은 상품 제조 과정에 직접 관여하는 노동자들의 전유물이라는 믿음이 이 요소들이다.” (95쪽)
“화폐경제의 이 3개 산업 외에 꼭 필요한 기능을 하지만 임금노동과는 상관이 없는 네 번째 활동이 있다. 이를 부르는 이름은 여러 가지인데, 어떤 것도 완전히 만족스럽지 않다. 재생산, 소비, 가사노동이라고 하는 영역이다. 이는 가정과 공동체에서 이뤄지는 상품 및 재화의 소비, 어린이와 노인과 장애인 돌보기, 임금 노동자에 대한 봉사와 관련되는 일들로 구성된다. 이런 일들은 거의 여성들이 맡는데, 이 장의 취지에 맞춰 ‘사회화하지 않은 노동’이라고 부를 것이다.” (95~96쪽)
“가정이라는 사적인 영역과 화폐경제라는 공적인 영역 간 왕래는 이제 쌍방향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집안에서 일어나던 활동을 야금야금 밖으로 가져가 사회화할수록, 생산성을 높이려는 욕구와 이윤이 나지 않는 일을 가능하면 외부 경제로 전가하려는 욕망이 소비자들에게 또 다른 일거리를 떠넘기고, 그래서 소비자들이 대가도 없는 일을 떠안는다.” (103쪽)
“많은 서비스 산업은 노동자들이 상사에 종속되지 않고 일을 해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면서 일정한 진보를 제시하기도 한다. 아주 특화된 지식을 갖춘데다가 자동화 정도는 낮은 상태여서, 대부분의 업무 관련 위험을 잘 이해할 수 있고 그래서 위험을 피하는 것도 상대적으로 쉽다.” (105쪽)
“제조업의 상황은 아주 다르다. …… 숙련기술과 관련해서는 두 가지 과정이 진행된다. 한편에서는 아주 고도의 숙련기술을 갖춘 통제 및 설계 담당 일자리를 극히 일부 창출하고 다른 한편으론 각 개인이 전체 생산 과정에서 파편화한 일부만을 수행하는 단순 반복적인 일거리를 대거 만드는 것이다. 이 둘의 간격은 결코 이을 수 없다. 대부분의 노동자는 이제 전체 노동과정에 대한 시각을 지니지 못하며 오직 자신이 맡은 부분에 대해서만 완전히 이해한다.” (105쪽)
“그들이 다루는 화학약품, 컴퓨터가 제어하는 통제 시스템과 기타 신비화한 ‘과학’의 산물들은 이제 이들에게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됐으며, 이는 자신들이 직면할 수 있는 위험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105쪽)
“일의 속도는 기계가 결정하기 때문에, 개별 노동자는 자신의 업무 속도를 조절할 힘을 잃어버릴 뿐만 아니라 관리자에게 업무 속도에 대해 항의할 수도 없게 되는 상황도 아주 흔하다.” (105~106쪽)
“가정의 소비 노동은 바로 위에서 언급한 제조업의 노동과정과 아주 유사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소비 노동은 가공식품, 가정용 화학제품, 가정용 기기, 기성복과 같은 상품의 구매와 가족들에 대한 제공 및 사용에 전적으로 바탕을 둔 활동이다. 이 제품들 대부분의 설계와 작동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주부들은 사용법과 사용에 따르는 위험성에 관한 정보를 ‘전문가’로부터 얻을 수밖에 없다. (보통 이 도움이란 끌끔하게 인쇄된 설명서의 형태다.) 망가지거나 사고가 나면 다른 전문가(수리공이나 의사)에게 연락하라고 되어 있고, 그래서 주부들은 그들이 문제를 해결해 줄 때까지 별 수 없이 마냥 기다려야 한다(이것도 물론 그들이 해결할 수 있을 때에 한하지만).” (106쪽)
“주부는 학교, 일자리, 상점 여는 시간 등 외부의 시간표에 맞춰 돌아갈 수밖에 없는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일처리 순서를 스스로 결정할 여지가 전혀 없지는 않지만, 주부가 해야 하는 일거리와 그 일의 마무리 수준은 날로 외부적인 것들에 의해 좌우된다. 이런 외적인 요소들은, 기계와 집의 구조, 음식이나 옷감의 화학적 구성, (아이들을 언제 남들에게 맡겨도 되는지, 또는 학교는 언제 보내야 하는지 등을 정하는 법률 같은) 법적인 제약, 강력한 이데올로기적 압력 같은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주부가 노동과정을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능력을 약화시킨다. 이런 과정은 또 공장 노동자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가사노동에서 모든 숙련기술을 박탈해 기계구조 속에 포함시킨다.” (106~107쪽)
“가정일과 서비스업 활동의 상품화가 진행될수록, 여성이 가사노동에서 해방되기는커녕 가사노동이 스트레스 쌓이는 고된 일로 바뀌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나는 걸 볼 수 있다. 공장노동에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타난다. 자동화의 물결이 몰아칠 때마다 숙련기술이 줄어들고 일의 만족도는 떨어진다.” (107쪽)
“상품생산 우선주의에 도전할 전략개발 측면에서 사회주의적 사고방식엔 몇 가지 장벽이 있는 것 같다.” (108쪽)
“그 첫 번째는 노동의 성적 분화다. 사회화하지 않은 노동 영역을 보면, 소비 노동을 처리하고 집을 유지하며 가족을 돌보는 일은 압도적으로 여성이 맡는다. 화폐 경제에서는, …… 여성들이 가정에서 무보수 노동을 책임지고 있다는 바로 그 점 때문에, 여성의 시간은 소중한 것으로 취급받지 못한다. 여성들이 일하는 차별받는 영역은 일반적으로 임금이 낮은 ‘노동의 빈민가’이기도 하다. (108쪽)
“이런 현상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이 바로 여성의 숙련기술에 대한 평가절하다. 청소, 요리, 아이 보살핌, 옷 만들기 같은 숙련기술은 모든 여성들이 당연히 갖춰야 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게다가 이런 기술은 가정에서 가족들을 위해 아무 대가 없이 발휘하는 것으로 취급된다. 그래서 이런 기술들은 그 어떤 희소가치도 없으며, 시장에서 임금과 교환되는 상황이 되면 값이 바닥까지 떨어진다. 사실은 왕왕 숙련 기술로 인정받지도 못하며 이런 기술로 벌어먹고 사는 이들은 보통 비숙련 노동자‘로 낙인찍힌다.” (108~109쪽)
“종종, 일자리에 ‘숙련’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은 그 일의 어려움을 반영하기보다는 그 일을 맡고 있는 이들의 조직력과 교섭력 정도를 반영한다. 공장노동의 질 저하와 파편화에 저항하는 노동자들의 핵심 원칙은, ‘숙련’이라는 이름표를 붙임으로써 과거의 관행을 지키고, 견습 기간 제도 같은 것을 도입함으로써 그 일자리 접근 기회를 자신들이 통제하는 것이었다. 이런 숙련기술 집단화의 분명한 목적 한 가지는, 여성과 이주 노동자들처럼 그들의 존재 자체가 자신들의 교섭력과 단결을 약하게 하는 자신들보다 취약한 노동자들의 유입을 막고, 이를 통해 위에서 언급한 분업을 영구화하고 더 강화하는 것이었다. 이런 행태는 여성이 하는 일을 저급한 것으로 취급하게 한다. 대부분의 ‘서비스’ 일거리는 사내답지 않은 일로 여겨지지 않으면 비천하고 격이 떨어지는 것으로 취급된다. 이런 대접을 받는 건, 그 일 자체의 성격 때문이 아니라 보통 그 일을 하는 이들이 지녔다고 평가되는 속성 때문이다.” (109쪽)
“서로 다른 일거리의 상대가치를 왜곡되게 평가하는 현상과 함께, 노동자의 전투성에 대한 좌파의 틀에 박힌 시각이 존재한다. 계급의식을 지닌 프롤레타리아를 형성하는 게 공장 시스템이기 때문에, 자본주의를 무릎 꿇릴 강력한 노동자 조직이 등장할 곳도 바로 그곳이라는 생각을 깨뜨리기는 아주 어렵다. 혁명을 경험한 러시아‧중국‧쿠바 등등의 나라에서 농민이 맡았던 구실은 차치하고, 영국의 역사만 봐도 이런 전제가 얼마나 의심스러운지 알 수 있다.” (109~110쪽)
“1978년 ‘불만의 겨울’(1976년 여름 영국 경제가 침체에 빠져 국제통화기금의 긴급 자금지원을 받았고, 이와 함께 공공 예산을 급격히 줄였다. 77년 8월 실업자가 160만 명을 넘어서는 등 노동 상황이 극도로 악화되자 주요 노조들이 78년 말부터 79년 초까지 대규모 파업을 벌였다. 당시 노동당의 제임스 캘러헌 총리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했고, 이 때문에 그는 79년 5월 총선에서 패배했다)에 영국 정부를 무너뜨린 이들 또한 공장 노동자가 아니긴 마찬가지다. 대부분은 공공 부문 여성 서비스 노동자들이었다. 제조업 노동자들이 어떤 서비스 노동자들에 비해서 목표를 쟁취하기 위해 훨씬 강력한 전투성을 보여 준 것은 분명 사실이지만, 1978년에 버금가는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한 제조업 노동자 집단을 집어내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 문제는 자본에 대한 관계 설정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라기보다는 젠더(사회적 성별)의 산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110쪽)
“여성 서비스 노동자들은 조직화의 어려움을 깨닫는데, 이 어려움은 서비스 노동자여서가 아니라 여성이기 때문이다. 가정일 때문에 집회에 참석할 수 없고, 가정 때문에 집 근처 중소기업에서 일하거나 시간제로 일해야 한다. 또 남성들이 그들을 배제하고 바보 취급하거나 학대한다. 또는 경제적 어려움이 너무나 커서, 높은 임금이자 좋은 조건을 위해 쉽게 타협하지 않고 버티는 게 힘들다. 이 세 가지 요소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이 모두가 합쳐지면서 부정적인 고정관념이 생긴다. 이 관념에 반대되는 긍정적인 인상이 다소간 고상한 일을 하는 백인, 남성 공장 노동자의 노동계급 전투성이다. 유일한 ‘진정한 부의 생산자’로 여겨지는 이들 남성의 노동은 중요하고 고귀한 것으로 평가될 뿐 아니라 숙련 노동으로 받아들여진다. 게다가 미래 사회주의 사회에서 노동이 어때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모델로 여겨진다. 대조적으로, 보통 서비스 업종에 속하는 다른 종류의 노동은 기생적이라고 노골적으로 평가 받지 않을지언정 노예적이고 고귀하지 못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게다가 그것은 비숙련 노동이며 여성적인 데다가 진짜 남자가 할 만한 것이 아니라고 평가된다.” (110~111쪽)
“통계를 보면 실제 노동계급 구성은 이런 이미지와 배치된다. 영국에서는 노동자의 40% 이상이 여성이며, 전체 노동자 가운데 서비스업 종사자의 비중은 이보다도 높다. 그런데도 이런 이미지가 좀더 추상적인 수준에서는 사회주의 이념과 어색하게 공존한다. 우리는 과녕 보살핌이 사회화된다면 그 형태는 결국 서비스 형태가 아닌가? 작업복 입은 남성 공장 노동자를 이런 전망에 어떻게 꿰맞춰야 하는가? 이런 모순의 해결은 단순한 문제가 아닌데, 좌파 진영에서 최근 몇 년 동안 이 문제를 꽤 고민했음이 명백하다. 그들의 딜레마는 다름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사회적으로 유용한 대안 생산물을 얻을 때 느끼는 즐거움을 설명해야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만약 이런 ‘대안’ 생산물을 적시할 수 있다면, 이 노동자들을 다시 공장으로 보내 자신들의 숙련 기술을 이용해 필요한 사용가치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남성 노동자들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처지로 전락함으로써 자신들의 남성성을 망치는 걸 피하면서도 자신들도 보살핌을 베푼다는 것을 과시할 수 있다.” (111~112쪽)
“이런 해법은, 상품생산을 더욱 늘리는 것이 사회주의적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생산력주의)을 강화시켜주는 생각이자 맑스주의자들이 공동적으로 갖고 있는 생각과도 충돌하지 않고 어울리는 생각이다. 그 생각이란, 과학과 기술은 가치중립적인 진보의 추진력이며 힘닿는 한 빨리 개발해서 언제인가 무르익으면 노동계급이 완전히 쟁취해서 모든 이들에게 여가와 풍요를 제공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관념이다.” (112쪽)
“이 관점에서 보면 기술은 건설이 아니라 파괴를 위해 개발됐다. 개념과 구상 자체가 반여성적, 반노동자적이며 현재의 형태를 그대로 이어받아서는 생명과 건강과 일상의 삶에 엄청난 위협을 주는 걸 피할 수 없다. 과학은 신비화됐고 타당하지 못하다. 또 과학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건 개발비용을 대는 계급이며 그들은 개발 방향을 지시한다. 이런 비판은, 상품을 더 생산하면 필연적으로 우리가 사회주의를 향해 한 발자국 나아가게 된다는 생각에 반대해 우려를 제기할 근거를 넓혀 준다.” (112~113쪽)
“그렇다면 우리가 나아갈 길은 어딘가?” (113쪽)
“일자리 창출과 사회적 수요 충족을 동시에 추구하는 미래 전략을 마련하려고 할 때, 생산물이 필연적인 답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해서는 안 된다. 만약 이 전제가 맞는다면 십중팔구 현재 자본주의 안에서 작동하고 있는 세력들이 답을 찾을 것이다. 반대로 우리는 아직 충족되지 않은 욕구를 분석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이는 욕구를 충족하지 못한 이들이 자신들의 조직을 통해서 스스로 제시하는 생각에 귀 기울이는 걸 뜻한다. 임신한 여성이 태아 검사를 더 자주 하길 원하는가? 중증 장애인들이 새로운 장비를 원하는가, 아니면 돈, 혹은 재가(在家) 도우미를 선호하는가, 그것도 아니면 다르게 설계된 집을 원하는가? 살림살이에는 실제로 어떤 노동이 요구되며 그 노동을 가장 잘 사회화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서비스 산업이 날로 자본 집약화하고 셀프서비스 경제화하는 경향을 뒤집을 수 있나? 그리고 어떻게 하면 노동과정을 더 만족스럽고 안전하게 바꿀 수 있는가?” (113~114쪽)
“열악한 환경의 저임 노동이 존재하는 새로운 게토를 만들어내지 않고 이런 욕구를 충족시키는 해법을 찾아내려면, 소중하게 간직한 상당수의 생각에 도전하고 새로운 조직화 방식을 개발해야 한다. 특히 사회주의자들은 성적, 인종적 노동 분화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야 하며 이를 극복할 방법을 찾아나서야 한다. 또 지역 공동체와 서비스 분야 노조 내부에서 전통적으로 침묵해 왔고 소외됐던 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조직화를 돕는 걸 최우선 과제로 삼기 시작해야 한다.” (114쪽)
@ 4장 전 세계로 확대된 사무실 @
- 정보기술과 사무직 노동의 재배치 -
“정보기술이 정보처리 일거리를 다른 지역으로 옮겨 갈 잠재성과 이를 통해 사무직 노동 분업의 국제화에 기여할 여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다.” (85쪽)
“정보기술의 도입이 불러오는 이러한 변화상을 서로 독립되어 있으면서도 연결된 세 가지로 구별 짓는 것이 가능하다.” (85쪽)
“첫 번째 것은, 사사무 자동화가 조직구조에 ‘분리’ 또는 ‘분해’ 효과를 끼치는 데서 비롯된다. 의사결정 구조를 정식화하고 조직 내 각 개인의 실적을 개량화하여 감시할 잠재력을 극도로 높임으로써, 정보기술의 도입은 거대 조직의 수직적 분해에 상당히 기여한다. 그리고 이는 하청의 증가와 소규모 기업의 팽창을 부르는데, 특히 첨단기술 산업에서 심하다. 그렇다고 이 추세를 따로 떼어내 봐서는 안 된다. 영국에서처럼 정부가 정책적으로 권장하는 고용의 비정규직화라는 좀 더 일반적인 추세의 맥락에서 봐야 한다. 정부의 비정규직화 촉진은 예컨대 노동권 보호법안의 폐지와 공공 서비스의 사영화 추진 등을 통해 이뤄진다. 산업의 수직적 해체 작업은 특정 지역 내 고용구조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노동 분업과도 연관성이 있다.” (85~86쪽)
“정보기술의 고용구조에 변화를 가져오는 두 번째 방법은, 노동과정을 외부화할 수 있는 능력과 그에 따른 노동 비용의 외부화 능력을 통한 것이다. …… 여러 고객 기업의 사무실에 원격 작업용 단말기를 설치함으로써, 그 전에는 중앙에 위치한 조지에서 모두 처리하던 반복적인 사무를 고객에 해당하는 기업이 고용한 사무직 노동자에게 넘기는 게 가능하다. 이는 노동 비용의 상당 부분을 밑으로 전가하고 관련 산업과 영역의 고용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다. 그래서 보험회사는 보험 대리점에 비용을 떠넘김으로써 노동을 줄일 수 있게 됐으며, 여행사는 여행 대리점에, 자동차 부품 공급 업체는 차 수리점에 각각 떠넘기는 게 가능해졌다. 은행과 소매점망과 같은 분야에서는, 노동의 상당 부분을 셀프서비스라는 이름으로 소비자들에게 떠넘기는 상황까지 감으로써 이 과정의 논리적 귀결점에 이미 도달했다. 꼭 지적할 사실은, 컴퓨터 시스템이 세밀한 감시와 정교한 경영 정보 시스템을 제공할 수 있게 되면서 고용의 탈집중화에는 통제의 집중화가 보통 수반된다는 점이다.” (86~87쪽)
“정보기술이 업무 조직 형태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세 번째 방법은, 통신망 연결을 통한 ‘원격 근무’를 도입할 잠재력에서 비롯된다.” (87쪽)
“한 국가 내부적으로 보면, 변화는 도심의 일자리를 교외나 지점으로 옮기는 것, 고위 기술직과 경영진의 업무부터 단순 데이터 입력까지 다양한 사무직 업무를 재택근무로 대체하는 등의 몇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이런 변화에는 보통 임금 수준의 하락과 병가, 휴가, 모성보호 장치, 연금 혜택 등 각종 복지의 하락이 따르는데, 적어도 큰 기술이 필여 없는 일자리의 경우는 어린 자녀를 돌봐야 할 필요성 때문에 가정에 더 얽매이는 처지인 여성들이 주로 이런 변화의 영향을 받는다.” (88~89쪽)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정보기술의 발전은 대부분의 사무직 업무(와 전산화한 생산 및 공정처리 시스템과 관련된 몇몇 수작업)가 더 이상 특정한 지역에 묶여 있어야 할 필요성을 없애버림으로써 정보처리 업무의 급격한 구조조정을 부를 이론적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는 …… 통제의 중앙집중화와 신기술이 해방의 도구가 아니라 지배의 도구로 쓰이는 걸 보게 될 공산이 크다.” (91쪽)
@ 3장 말단의 고립 @
- 망으로 연결된 사회에서 노동과 여가의 원자화 -
“여성주의자들은 노동력을 재생산하고 사회적 성별 관계를 형성하는 장소로서 가정의 중요성을 제시하곤 한다.” (65쪽)
* 가정의 정치경제학 *
“20세기 초에는 자기 집을 지닌 노동계급이 파업과 반란을 막는 최선의 도구라고 인식됐다. …… 집을 지닌다는 건, 현재 상태를 유지하려는 성향을 강화시키고 고정 수입에 대한 의존을 심화시키며 비축하는 습성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와 개별 구성원의 이동을 줄어들게 만든다. 결혼증명서보다는 집 담보 대출이 사람을 서로 관계 짓고 특정한 장소에 묶어두는 데 훨씬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67쪽)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신 상품을 구매하는 현상은, 서비스 업종 노동자가 임금을 받고 하던 일을 소비자들의 무보수 노동으로 대체하고 이런 가정용 기기의 구입, 작동, 유지와 관련된 새로운 일거리들을 만드는 효과를 발휘한다. 서비스업 합리화와 자동화의 다른 측면들은 소비자가 직접 수행해야 하는 새로운 유형의 무보수 운동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68쪽)
“물론 많은 경우 전통적인 양식의 서비스들은 노동계급 대부분으로서는 그 전에도 접근할 수 없는 것이었으며, 셀프서비스의 등장은 그래서 생활수준을 향상시키는 것, 편리함을 가져다주는 것으로 인식된다. 또 새로운 지위의 상징을 제공하는 것으로도 여겨진다.” (69쪽)
“이런 과정 전체가 일자리 측면에서 볼 때 소비자의 위치에 급격한 변화를 유발했음을 알 수 있다. 배티어 와인바움과 에이미 브리지스 같은 평자들이 훨씬 정교하게 지적한 것을 빌려 표현하자면 소비자를 ‘소비 노동자’로 변화시킨 것이다.” (69쪽)
“소비 노동이 날로 개인의 문제가 되면서, 그리고 소비 노동자들이 힘을 쏟는 부분이 자신의 집과 소유물의 개선, 유지, 보호에 집중되는 일이 심해지면서, 공공 서비스 형태는 그만큼 약화되고 있다. 선술집, 극장, 축구장, 정치 집회 장소에 모이는 인원이 지난 몇 십 년 동안 두드러지게 줄었다. 카페, 골목길 식료품점, 번화가 공구점과 같은 수많은 소규모 사업이, 많은 걸 소비자가 손수 처리하는 방식의 도입을 통해 비용을 낮춘 거대 즉석식품 체인점, 슈퍼마켓, 그리고 소비자 직접 조립형 제품 상점 등에 밀려나고 있다.” (70쪽)
“1983년 영국 총선은 거의 전적으로 ‘미디어 선거’로 치러진 첫 번째 경우였는데, 이 선거에서 노동당이 크게 진 데는 공식, 비공식적 공고 집회의 퇴조가 한몫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공적인 공간이 줄어들고 사적인 활동이 대신하면서, 대안 문화의 퇴조 현상이 나타난다.” (71쪽)
“소비 노동 대부분은 여성들 몫이며, 그래서 이런 변화의 영향을 남성들보다 더 많이 받는다.”
“사라지는 전통적인 가사 기술은 일반적으로 여성들의 기술이며, 새로운 살림용 기술(제품)을 설계하고 관련 제품을 수리하는 데 필요한 기술은 거의 남성들이 장악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새로운 기술은 여성을 해방시키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가사노동에 대한 남성들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또 다른 도구를 제공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남성들이 대부분 장악한 의료 기술이 여성의 몸을 통제하는 것과 유사하다. 가사노동이 늘어나고 가사노동에 새로운 형태의 소비 관련 일거리가 더해지는 것 때문에 고통을 겪는 이들도 주로 여성이다.” (71쪽)
“마지막으로, 우리는 공적인 공간의 축소가 여성에게 끼치는 영향도 주목해야 한다. 먼저, 대부분의 여성은 남성보다 상당히 가난해서 경제적으로 남성에 의존하거나 아니면 훨씬 적은 임금으로 홀로 버틴다. 그래서 자동차, 전화, 비디오 녹화기처럼 부실한 공공 서비스를 사적으로 해결하게 해주는 도구들을 살 여력이 남성보다 훨씬 못할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니 공공시설이 사라지면 훨씬 더 타격을 받게 된다.” (71쪽)
“둘째, 여성들은 이것저것 돌보는 일을 주로 맡는다. 어린 아이들, 노인들, 장애인들을 돌봐야 하기 때문에 집과 집 주변 일에 더 발이 묶이게 된다. 셋째, 여성과 어린이는 주면에 물리적 위험이 늘어날 때 가장 취약한 존재들이다. 오늘날 많은 어린이들은 자동차 위험 때문에 집안에서 논다. 마치, 자신들의 엄마와 누나들이 강간의 위험 때문에 밤에는 집에서 한치도 나가지 못하듯이 말이다. 이웃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안전할 수 있는 공동 공간이 사라짐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사실상 자신의 집에 외로이 갇혀 있게 된다.” (72쪽)
* 가정생활에 대한 암시 *
“노동자들이 이제 떠맡아야 할 것으로 당연시되는 것들은 이렇다. 집 구매 및 유지 비용과 구매자금의 이자 부담, 서비스 산업을 대신해 새로운 가사 일을 처리하는 데 필요한(세탁기, 전기드릴, 비디오 녹화기 같은) 다양한 자본재 구입 비용, (슈퍼마켓 오가기, 가정용 냉동기 가동에 들어가는 에너지 비용 같은) 소비재 운송과 보관 비용 상당 부분, (직접 조립하는 가구와 장난감 같은) 많은 소비 내구재 조립 비용, (은행 출납원, 주유소 쥬유요원, 상점 보조원 등의) 서비스 노동 상당 부분의 비용, (산업용 재봉틀, 가정용 컴퓨터, 타자기 같은) 임금노동에 필수적인 몇몇 자본재 비용, 게다가 난방비, 각종 에너지 비용, 식당 유지비, 사무실 공간 비용처럼 고용주가 보통 제공하던 많은 간접 비용, 재택 노동자들에게는 제공하지 않는 유급 휴가, 모성보호 관련 혜택, 퇴직수당, 연금 같은 혜택에 들어가는 비용.” (80~81쪽)
“이런 상황(…)은 통제력 상실과 속박의 강화와 함께 나타나며, 이로써 노동자들은 자본에 종속된다.” (81쪽)
“자본의 통제는 몇 가지 방식으로 나타난다. 먼저, 통제는 노동력의 개별화를 통해 강화된다. 각자의 집에 고립된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힘을 합치는 것은 날로 어려워진다. 이는 소비 노동자건 피고용인이건 (또는 다른 측면에서 여성이건, 장애인이건, 부모건, 특정 민족 소속이건) 상관없이 마찬가지다. 두 번째로, 새로운 기술과 재택 노동자의 관계에서 통제는 기계와 시스템을 이용하는 식으로 작동하게 구성되어 있다. 요즘 데이터 입력용 소프트웨어에 표준적으로 포함되는 요소가 작업자의 성과를 아주 철저히 감시하는 기능이다. 1분당 키보드 입력 횟수, 오류 비율, 처리한 항목 개수, 휴식 시간과 휴식 빈도, 기타 고용주가 유용하다고 여기는 변수를 동원해 감시한다. 이런 방법은 전통적인 감독 방법보다 월등하게 효율적으로 노동자들을 단속할 수 있게 해 준다. 몇몇 기업은 이런 원격 통제 기술을 거의 예술 경지까지 높여서 노동자들의 고독감까지 생산성 향상에 이용해 먹는다.” (81쪽)
“(덜 직접적일지언정) 훨씬 더 사악한 함의를 담고 있는 것이, 바로 정보기술 때문에 날로 더 손쉬워지는 세 번째 방식의 개인별 통제법이다. 이 방법은 감시를 통해 이뤄지는 통제다. 컴퓨터 단말기로 이뤄지는 업무 기능이 늘어감에 따라, 작업 기록을 디지털 형태로 저장하는 것도 날로 쉬워진다. 이미 당혹스러울 정도로 다양한 개인 정보가 각종 정부 기관과 기업들에 의해 확보되고 있다. 원격 근무, 원격 쇼핑, 원격 금융거래는 수집 정보를 급격하게 늘려줄 것이며, 이를 통해 개인과 개인의 행동, 선호도에 대한 더욱 세밀한 파악이 가능해진다. 미국에서는 이미 홈쇼핑 실험이, 광고 대상을 정확하게 파악해 내기 위한 개별 이용자의 ‘소비자 특징’ 구성에 이용되고 있다. 이런 자료는 잠재적 파괴분자나 저항 활동 관련자를 식별하기 위해 정부에 의해 손쉽게 이용될 수 있다. 빅 브라더는 예정대로 1984년에 딱 맞춰서 온 것 같다.” (82쪽)
* 교훈 얻기 *
“이런 경향에서 얻어낼 수 있는 결론은 무엇일까?” (82쪽)
“첫째,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가정을 구성하는 데 필요한 투자용 자금과 그 가정을 기술(제품)로 채워야 하는 부담을 해결하기 위해서 임금에 훨씬 더 의존하는 처지로 내몰린다고 볼 수 있다.” (83쪽)
“둘째, 집단적 공간이 허물어지고 조직화와 의사소통의 수단이 사라지면서 노동계급의 개별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는 중앙집중식 이데올로기적 통제를 강화한다.” (83쪽)
“셋째, 여성은 가정 내에서건 외부에서건 기술 덕분에 해방되기는커녕, 남성에 더욱 의존하는 처지에 놓이고 있다.” (83쪽)
“넷째, 막대한 노동 비용이 서비스 산업에서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새로운 형태의 소비노동이 늘어감에도, 소비 노동과정에 대한 통제권한을 잃는 일이 생겨난다. 이는 자동화가 일터에서 촉발한 노동과정에 대한 통제 권한 상실과 밀접한 연과 속에서 병렬저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83쪽)
“다섯째, 여성이 임금 노동자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높아지겠지만 그들의 일은 점점 더 홀로 집에 고립된 채 수행하는 방식으로 되어갈 것이다.” (83쪽)
“이런 변화 양상이 사회주의자와 여성주의자들에게 던지는 함의는 무엇일까? 제기되는 가장 중요한 의문은, 통제에 관한 것이 되리라고 본다.” (83쪽)
“자본과 국가 중앙조직의 손아귀에 점점 더 장악되어 가는 우리의 일상생활에 대한 통제권한을 일정하게 되찾아오게 해 줄 조직 형태와 요구사항을 모색하는 작업이 더욱 시급한 과제로 제기된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일부 활동은 이런 방향을 향하고 있다.” (84쪽)
“런던 광역시 의회의 대중 계획 정책 입안, 비정규직 반대와 작업장 내 건강 및 안전 확보를 위한 노동자들의 투쟁, 가사를 집단적으로 처리하려는 실험, 공공 서비스 축소 반대 캠페인 등이 이런 것들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에 조직적이고 대규모로 대응하는 사회주의적 기획은 손에 꼽기도 힘든 것 같다. 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선, 기술, 사회, 경제적 변화가 국가, 지역, 마을 또는 특정 산업 단위뿐 아니라 개인 가정 단위에까지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분명히 분석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84쪽)
“가정이야말로, 빅브라더의 힘이 가장 강하게 느껴지는 장소이다. 또 고립된 여성과 남성 개인이 체제와 맞부딪힐 때 느끼는 무력감이야말로 빅 브라더의 힘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 지점이다. 그 메커니즘을 총체적으로 이해할 때라야 거기에 맞서 싸울 수 있다.” (84쪽)
@ 2장 살림용 기술 @
- 해방자인가 속박자인가 -
“사회주의 여성주의자를 포함한 맑스주의자들의 전통 한 가지는, 새 기술이 기본적으로 좋은 것이라고 여기는 점이다.” (55쪽)
“새로운 기술이 가정에 끼치는 영향을 조사하려면, 지금까지 가정에 도입된 기술들이 여성을 가사 노동자 처지에서 해방시키지 못했으며 여러 시간을 무보수 가사노동에 들여야 하는 현실에서 벗어나게 하지도 못했다는 논란의 여지가 없는 사실에서 출발해야 한다.” (57쪽)
“여전히 대부분의 가정에서 가사 일은 여성의 책임으로 여겨진다. 가정 내 노동시간에 대한 조사 또한 평균적으로 여성이 가사노동에 들이는 시간은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1920년대에 주당 60시간 정도였던 것이 1970년에는 70시간 이상이 됐다.” (57쪽)
“상황을 이렇게 만드는 데 기여한 요소는 몇 가지가 있는 것 같다. 첫 번째는 이데올로기적인 것이다. …… 교육 체계, 광고, 의약품 및 정신의학 ‘전문가’들의 조언이 어우러지면서, 여성들은 자신의 할머니들은 1년에 한번 봄철에 하던 대청소를 집안 구석구석 매주, 심지어 매일 소독까지 겸해서 하도록 설득 당했다. 또 옷은 한번 입으면 언제나 빨라고, 아이들은 끊임없고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 주지 않으면 극도의 결핍에 시달리게 된다고 설득 당했다.” (57~58쪽)
“가사노동이 줄지 않게 만드는 두 번째 요소는 가정생활의 개별화 현상의 직접적인 결과다. …… 음식 조리 기구를 꺼내서 조립하고 분해하고 씻고 다시 집어넣는 건, 두 명분 음식을 만들건 이십 명분을 만들건 별 차이 없이 많은 시간이 드는 일이다. 여성들이 각자 자기 집에서 하는 다른 수많은 일들도 사정이 이렇기는 마찬가지다.” (58~59쪽)
“세 번째 요소는 경제 전반에 기술과 과학이 적용된 결과물이다. 임금노동 영역이 자동화되고 이익과 효율을 극대화하는 한편 임금은 최소화하기 위해 합리화되면서, 보수가 없는 ‘소비 노동’(이는 배티어 와인바움(Batya Weinbaum)과 에이미 브리지스(Amy Bridges)가 이름 붙인 것이다)이 날로 소비자들에게, 다른 말로 하면 가정주부들에게 떠넘겨지고 있다.” (59쪽)
“무보수 노동은 곧 여성의 일로 통하는 사회에서, 이런 셀프서비스(경제학자 조너선 거슈니(Jonathan Gershuny)는 ‘셀프서비스 경제’ 경향을 주장한다)는 압도적으로 여성들에게 떠넘겨지게 될 것이다. 그래서 더 넓은 경제 범위에서 여성노동의 가치가 낮게 취급되는 경향을 공고히 하고, 이는 다시 가정 내에서 여성 억압을 영구화한다.” (59~60쪽)
“가사노동을 늘리는 데 기여하는 네 번째 요소는, 여성의 보살피는 구실에 뿌리를 두고 있다. 여성은 가정 내에서 가족 전체, 더 구체적으로는 아이들과 나이든 이들과 몸이 불편한 식구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지도록 요구된다. 임금 노동자들이 깨닫게 됐듯이, 새로운 기술은 새로운 위험을 유발한다. 지난 100여 년의 과학과 기술 발달의 결과, 이제 가정과 집 주변은 몸이 건장하고 기민하고 글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죽음의 덫과 같은 곳이 되어 버렸다.” (60쪽)
“이 모든 것의 효과는 아주 모순된다. 한편으로, 가사 일이 쉬워지고 덜 전문적으로 바뀐다는 것은 누구나 맡아서 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남성들이 그전보다 더 많은 일을 나눠 맡음으로써 여성을 해방시켜 줄 잠재성을 여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물건 판매상이 광고하는 것만큼 결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남성들이 더 자신 있게 비판할 수 있게 해 준다. 한 여성이 다른 젊은 여성에게 전수해 주던 비법들은 이제 누구나 아는 대수롭지 않은 게 됐고, 그래서 비법에 대한 존중도 사라졌다. 이것은 특히 나이든 여성들에게 자신이 없어도 그만이고 다른 여성들로 대체될 수도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이는 여성들을 더 자유롭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더 불안하게 만든다. 이런 경험은, 새로운 기술의 도입으로 일이 더 쉬어질 때 나이든 수련 노동자가 자신의 값어치가 떨어지고 자신이 없어도 그만인 처지라고 느끼는 것에 필적하는 것이다.” (62~63쪽)
“분명히 일터의 새 기술 문제에만 대응해서는 충분하지 않다. 기술이 우리 생활 구석구석에 영향을 끼친다는 걸 인식해야 하며, 이 악영향에 저항할 길을 찾아야 한다. 지역 공동체들이 이 문제에 대한 답을 부분적으로 제시할 수 있으리라 본다.” (63쪽)
“아마 우리는 의사와 사회복지 담당자, 산파가 자주 더 집을 방문하라고 요구하고 슈퍼마켓에서는 배달을 요구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또 탁아소와 양로원, 장애인 시설 확충, 거리와 놀이터의 안전 확보, 집의 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운동도 분명 계속해야 한다.” (64쪽)
“또 가사노동의 사회화가 무엇을 뜻하는지 분명히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믿는다. 지금 가정에서 여성들이 하는 모든 일을 자본주의를 몰아내지 않는 채 자동화 또는 유급 서비스를 통해 해결하는 사회 또는 여성이 해방을 달성하는 사회를 상상할 수 있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서비스가 어떤 것인지 분명히 규정해야 하며, 이 서비스들이 우리의 통제 아래서 이뤄지도록 요구해야 한다.” (64쪽)
# 『싸이버타리아트』(어슐러 휴즈 지음, 신기섭 옮김, 갈무리, 2004) #
이 책을 다 읽지 못했지만, 자본주의 경제시스템과 과학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이것들이 가부장제와 가사노동과 어떤 관계를 가지는지에 대하여 구체적인 분석을 하고 있는 것 같다.
@ 1장. 신기술과 가사노동 @
--> 이 장에서는 새로운 기술 진보가 가사노동의 사회화(상품화)를 불러오고, 남성들의 임금노동과 여성들의 무보수 가사노동의 분업화를 일으켰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가사노동의 사회화는 가장 값싼 새로운 일자리를 가난한 여성들에게 제공함으로써 가난한 여성들을 더 가난하게 만드는 효과를 만들고 있다고 말한다.
다른 한편, 새로운 기술의 진보가 서비스 업종의 노동의 규격화를 시도하고 생산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함으로써 규격화되지 않는 부분의 노동을 소비자에게 떠넘긴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은행의 자동 입출금 기계 앞에서 기다리면서 과거에 은행원들이 했던 입출금 일 등을 고객이 알아서 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가사노동의 사회화에서 거의 똑같이 일어난다. 세탁기, 진공청소기 등이 도입되어도 가사노동은 거의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조금 더 늘어났다는 것이다. 또한 상품의 규격화와 생산성 증대는 남성 노동의 일을 더욱 지루한 것으로 만들고, 그럼으로써 남성들로 하여금 가정을 보다 편안한 곳으로 생각하게 만들고, 결국 가정을 이전보다 더욱 편안하고 안락한 곳으로 만들 책임이 여성에게 주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것이 결국 여성에 대한 이중 착취가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본다.
이러한 변화는 지역과 노동자 조직화에 대한 새로운 암시를 우리에게 줄 수 있다고 말한다.
- “상품 생산의 사회화는 몇 가지 영향을 끼쳤다. 먼저 공장에서 상품을 대량 생산함으로써 생산 방법과 기술 개발의 합리화가 가능해졌고 이는 물건 값 하락을 불렀다. 그래서 집에서 직접 물건을 만드는 것이 더 이상 경제적이지 못하게 됐다.” (40쪽)
“두 번째로 가정에서는 창조적인 ‘생산’ 활동이 사라졌고 그 자리를 창조적이지 못한 소비 활동이 대체했다. 장보기가 살림살이의 일부분이 됐고, 이와 동시에 살림살이는 임금에 의존하게 됐으며 소매업이 발전할 길이 열렸다.” (40쪽)
“세 번째로 (예를 들어 섬유업처럼) 여성이나 어린이를 위한 일자리가 많이 창출되기는 했지만, 제조업 발전은 ‘남성의 일’(집 밖의 임금노동)과 ‘여성의 일’(무보수 가사노동)의 분화를 재촉했고 ‘가족임금’과 같은 개념을 만들어냈다.” (41쪽)
- “살림살이의 사회화에서 아주 흥미 있는 측면 하나는, 논리적으로 당연히 예상되는 것과 달리 살림살이에 들이는 전체 시간이 줄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밖에 나가 일거리를 얻을 기회가 생기긴 했지만 집안에서 하는 무보수(가사) 노동량은 약간 늘었으면 늘었지, 별 변화가 없다. …… 가사노동은, 변변한 기술이 없는 생산라인 노동자의 단조롭고 파편적이며 스트레스 심한 일에 가까워 보인다.” (43쪽)
- “어찌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게 됐을까? “일거리를 덜어주는” 장치들이 왜 제 구실을 못하나? 이 질문에 답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서로 다른 몇 가지 요소를 점검해야 한다. …… 첫째로, 서비스 업종 노동자의 일을 규격화하고 생산성을 높이려는 시도가, 소비자에게 몰래 전가되는 “소비 노동”의 양을 계속 늘게 만든다. …… 소비자들이 슈퍼마켓의 상품 진열대에서 직접 물건을 담고, 채소를 직접 봉지에 넣고, 주유소에서 직접 주유하고 은행의 자동 입출금 기계 앞에 줄서고, 그래서 시간을 들이는 사람은 서비스업 노동자가 아니라 소비자인 것이다.” (43~44쪽)
“한쪽에서 일을 줄인다는 건 단지 그 일을 다른 쪽에 떠넘긴다는 걸 뜻한다는 지적은 경제에서도 마찬가지로 유효하다.” (44쪽)
“두 번째로, 서비스의 중앙 집중화는 시간, 에너지, 운송비용을 사용자에게 전가한다. …… 골목 귀퉁이의 가게가 아니라 넓은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슈퍼마켓, 의사가 집으로 왕진을 오는 대신 아이들을 데리고 병원 진찰실을 찾아가야 하는 것 등이 그렇다.” (44~45쪽)
“세 번째로 이데올로기적 압력도 중요한 구실을 해왔다. 20세기 초에 나타난 가정학(domestic science) 운동, 미생물 병원설(病源說), ‘과학적 모성’ 이념의 발전이 살림살이의 기준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봄철에 연례 대청소를 하며 살던 이들이, 이제 청소를 일주일에 한 번도 하지 않는 건 부도덕하다고 믿게 강요했다. 가을에 겨울철 속옷을 짓고 봄이 되어서야 풀어 빨던 이들은 매일 속옷을 빨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손자들을 낳고 말았다.” (45쪽)
“네 번째로, 임금노동이 발전하면서 나타난 결과물의 하나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일터의 ‘공적인’ 세계와 가정의 ‘사적인’ 세계가 나뉘었다는 것이다. 가정은 소외되고 짜증나며 긴장되는 노동 환경의 피난처가 되고 오락과 휴식, 정서적 지원, 성적 자극과 기쁨을 제공하는 장소가 되기를 사람들은 기대한다. 이런 요구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부담은 그 요구 자체가 사회화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주부에게 떠넘겨졌다.” (45쪽)
- “정서적 욕구를 만족시키는 것이 이제는 금전적 관계의 일부가 됐음에도, 여전히 이 욕구의 충족을 돌보는 책임은 주부들 몫이다. 가정이 행복하지 못하면 주부 잘못이고, 가정을 행복하게 만들려면 가사노동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임금노동이 더 따분해지고 더욱 단순 반복적인 작업이 되고 스트레스가 커질수록 이런 욕구 또한 커진다. 그런데 임금노동이 이렇게 힘들어지는 추세는 새로운 기술 도입의 직접적인 결과이다.” (46쪽)
-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가 등장하고, 이것들은 가사노동의 또 다른 부분을 사회화해 대체할 것이며 가사노동의 단순 노동화를 심화시킬 것이다. 기존 서비스업과 제조 공정에 대한 투자는 노동력 착취와 중앙집중화를 더 강화할 것이며, 이는 시간이 많이 소모되고 노동력 집약적인 일들을 소비자들에게 떠넘기는 것으로 이어질 것이다. 임금노동이 날로 힘들고 불쾌해지면서, 여성에게 정서적 뒷받침과 평화, 행복, 기쁨을 제공하라는 요구가 훨씬 거세질 것이다. 소비 압력도 커지고, 새로운 저임금 일자리가 여성들을 위해 만들어질 것이다.” (46쪽)
- “이런 분석을 근거로 몇 가지 잠정적인 결론을 낼 수 있을 것이다. 먼저, 가사노동의 사회화 자체가 여성을 해방시키지 않는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 여성들도 억압적이고 소외를 유발하는 가사노동 상황에서 해방되기 위해서는 소비수단과 서비스에 대한 어떤 방식이든 통제권을 요구해야 한다. 새로운 기술은 자본이 우리의 생활 영역을 점점 더 자신의 통제 번위 안으로 포섭하는 도구이다. 단지 생산 지점에서만이 아니라 모든 지점에서 통제권에 도전하지 않는다면, 억압이 계속 강화되기만 할 것이다.” (52~53쪽)
“두 번째로, 우리의 조직화 방안에 대해 암시하는 바가 있다. 새로운 기술은 단지 임금노동에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가정과 지역 공동체 생활의 본성을 극적으로 바꾼다. 기술은 또 여성운동 조직과 지역사회 조직이 새 기술의 가장 나쁜 영향에 대응할 필요성을 유발한다. 새 기술이 불러온 발전상 자체가 새로운 공동체 조직화 방안이 마련될 전제조건을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고도로 자동화된 산업에서 새 기술의 도입이 노동자들을 원자화하고 개인을 고립시켰지만, 새 기술의 도입은 소비자와 서비스 이용자들을 대기실에 모이거나 줄서서 기다리는 식으로 무리 짓게 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방식의 운동과 조직화가 나타날 수 있다. 노동자 조직과 지역 사회 기반 조직들의 연대 행위도 가능할 것이다.” (53쪽)
“마지막으로, 신규 산업의 저임 여성 노동자들의 처지에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 그들은 한편으로는 무보수 가사 노동자로서, 다른 한편으로는 초과 착취를 당하는 임금 노동자로서, 신기술이 끼치는 최악의 영향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들의 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행동을 하지 않으면, 모든 여성, 한걸음 더 나아가서 모든 임금 노동자의 조건도 따라서 악화될 것이다.” (54쪽)
일요일 오전에 우연하게 EBS교육 방송을 보게 되었는데,
그 옛날 초딩, 중딩 시절에 너무 좋아했던 만화영화들이라서
하루 종일 흥얼거렸댔다.^^
그래서 함 올려 본다^^.
일요일 이른 10시부터 11시까진,
<이상한 나라의 폴>
일요일 이른 11시부터 12시 30분까진,
<은하철도999>
하니깐 시간 나시면 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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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어 올려주는 센스 ^^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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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올렸습니다^^. 근데 이거 저 같은 컴맹한테는 센스가 아니더라구요^^ ㅋ...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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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tdream67@hanmail.net이메일 주소만 남기면 되나요???
잘 지내시죠? 무슨 물건이든 쓸곳은 널려있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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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애비님께서도 잘 지내시는지요?^^ 메일 보내드렸습니다.^^ 연락 주셔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