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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8/27
    칡꽃(2)
    풀소리
  2. 2006/08/24
    조직관성(8)
    풀소리
  3. 2006/08/15
    한해살이 꽃(1)
    풀소리

칡꽃

3. 칡꽃


오전 10시.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다. 정시에 도착하는 모범을 보이자고 우르르 몰려갔다. 별로 사람들이 많지 않다. 사실 전날부터 많은 사람들이 ‘성원’을 걱정했다. 보건의료노조 교섭이 타결됐다고는 하지만 조합원 총회 등으로 대의원들이 참석하기 어려울 것이고, 공무원노조도 정부의 탄압으로 어려움이 있다.


난 자리를 잡은 뒤에 아예 밖으로 나왔다. 장내 정리를 하기 위해 끝없이 자리를 옮겨달라는 요청이 있을 것이고, 하여간 불편하였기 때문이다. 어차피 본 대회는 시간이 좀 지나서나 가능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난 아침에 정윤광 위원장님과 함께 갔던 길로 산책을 떠났다. 좀 더 여유를 가지고 말이다.


그것은 이성의 저항을 무기력하게 만들면서 서서히 제압하는 몽롱한 유혹이다. 유혹에 저항하지만 점점 무장해제당하는 이성이 짙은 안개 속 같은 알 수 없는 혼미한 쾌락으로 빠져드는 몸뚱아리를 힘겹게 움켜잡아도 패배는 명백하게 예정돼있다. 패배한 이성은 마지막 탄식을 하며 소멸되어간다. 아~!


내가 칡꽃의 향을 느낄 때의 감성이다. 몽롱한 달콤함. 그 꽃의 향기를 언젠가 난 그렇게 표현한 것 같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 표현을 매우 독특하다고 했고...


칡꽃의 향기를 제대로 맡으려면 한여름 햇볕이 왕성이 내리쬐는 오후 2시쯤이 제격이다. 이때쯤이면 작열하는 태양에 광합성은 최고로 왕성해진다. 광합성이 얼마나 왕성한지 뿌리와 줄기가 미쳐 땅속 물기를 충분히 대주지 못할 정도다. 헐떡이며 거친 숨을 토해내는 잎새들은 축축 늘어지고, 그 숨 속에는 향기가 있어 이때에는 칡꽃뿐만 아니라 칡 잎새와 줄기 모두에서 칡꽃향이 나온다.


여름, 특히 지금쯤 차를 타고 산길을 간다면 에어콘을 끄고 차창을 열어 보자. 문득 문득 알 수없는 향기가 스친다면 그것은 십중팔구 칡꽃 향기일 것이다.


난 길을 걷다가 칡꽃 향기에 취해 주변을 들러보니 칡덩굴이 도로 가드레일을 넘어 아스팔트길 위로까지 여기저기 뻗어있다. 꽃은 보이지 않지만 잎이나 줄기를 들춰보면 그 속에 보랏빛 꽃송이가 숨어 있겠지. 그러나 굳이 찾아보고 싶진 않다. 거기에 있음을 안 것으로 족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칡향에 빠져 사진도 못 찍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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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관성

지난 8월 22일 - 23일 우리 노동조합 중앙상집 및 중앙위원 합동 수련회가 있었다.


개별 사업장에 복수노조가 허용되는 시점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우리 노동조합으로서는 조합원을 획기적으로 확대시키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저녁밥을 먹으러 나오니 무주구천동 쪽으로 무지가가 떠 있다. 조직과 조직원의 앞날에도 무지개의 상서로운 기운이 함께하길...



임시대의원대회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처리할 기본적인 안건도 있지만, 어떻게 하면 이 절호의 기회를 제대로 활용할 것인가가 이번 수련회의 주요 토론 주제였다.


기회. 기회는 기회일 뿐이다.

기회를 활용하느냐 아니냐는 해당 주체들의 문제이고 말이다.

문제는 기회를 활용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조직이나 조직원의 혁신이 전제가 되어야 할 때가 많은데, 조직이나 조직원은 그동안 활동해왔던 관성이 있고, 그 관성은 혁신을 가로막는 장애가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수련회에 참석한 임원 및 간부들

 

우리 노동조합도 마찬가지다. 요즘 조합원이 늘었다고 하지만 겨우 2,000여명 남짓이다. 12만명의 조직대상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2,000명의 조합원만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다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외적 요인은 별개로 치더라도 조직을 획기적으로 확대시키지 못하는 데는 내부 요인도 큰 몫을 차지한다.


내부 요인은 정확하게 찾기도 힘들고, 설령 찾았다고 하더라도 해당 조직 또는 조직원이 그것을 받아들이고, 혁신을 위한 실천을 하는 것은 더더욱이 어렵다.


이번 수련회에서 난 조직관성을 깨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그래서 도발적인 의제를 꺼내기도 하였고, 때로는 논쟁을 유발시켰다.


성과가 대단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첫술에 배부르진 않겠지’ 하는 마음으로 수련회에 임했기 때문에 실망스러운 결과는 아니다. 어찌됐든 임원, 간부들은 고민할 것이다.


ps. : 수련회 장소는 마음에 들었다.

장소가 조합원 소유이고, 조합원 동생이 운영하고 있는 곳이었다.

그곳은 반딧불이가 산다는 무주군 설천면 소재지에서 건너다보이는 마을이다. 행정구역으로는 충북 영동군이지만 무주라고 해도 무리는 아니다.


마을 앞에는 맑고, 수량이 풍부한 개울이 있고, 집 뒤로는 폐금광 굴이 있어 한 여름에는 천연 에어콘 역할을 한다.

 


천연 에어콘 역할을 하는 폐금광 굴/ 이곳에서는 찬바람이 계속 나오는데, 앞에 서린 안개는 찬바람이 바깥은 더운공기와 만나서 생긴 것이다.

 

이곳 주인장인 조합원은 저녁시간에 개울에 나가 잠깐 동안에 세수대야에 가득찰 정도로 많은 물고기를 잡아왔다. 매운탕이 맛있었다.

 

아침에 일어나선 근처에 있다는 '나제통문'으로 구경갔다. 차를 타고 길을 나섰는데, 산책하는 셈치고 걸어서 갈만한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집앞 화단 



옛날 신라와 백제의 국경관문이었다는 '나제통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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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살이 꽃

꽃.

그 중에서도 한해살이 꽃은 참 서민적인 것 같다.

여러 한해살이 꽃들을 뭉뚱그려 ‘서민적’이라고 하는 게 맞는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달리 적확한 표현을 찾지 못하겠다.


커다란 저택은 왠지 여러해살이 나무 꽃들이 연상된다. 목련, 장미, 모과, 배롱나무 등등...

반면 서민들의 집을 떠올리면 나팔꽃이며, 수세미, 봉숭아, 맨드라미 등 한해살이 꽃들이 연상된다.


한적한 시골 마을을 가다, 사는 이는 겨우 움직일 수 있는 노인들뿐일 것 같은, 허름한 농가에도 여지없이 둘레둘레 피어 밭을 이룬 한해살이 꽃들을 보면 참으로 정겹다. 하지만 제법 가꾼 흔적을 보면서 안심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내년에도 또 피어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고, 막막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아마 하루하루 한해한해 위태롭게 이어가는 그 집주인의 힘겨운 삶이 한해살이 꽃들과 겹쳐져 보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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