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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좀 지났습니다.
지난 8월 2일 문득 시간이 났고, 문득 외로웠습니다.
영화나 볼까 하고 뒤적이는데 이 영화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을린 사랑 Incendies/
저는 영화에 대한 2~3줄 짜리 간단한 소개를 보고 이 영화를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전 지식 없이 보고 싶었습니다.
광화문 씨네큐브까지 나가려다 라페스타 롯데시네마에서도 상영해서 그곳에서 보았습니다.
* 제목 : 그을린 사랑 Incendies
* 감독 : 드니 빌뇌브
* 출연 : 루브나 아자발, 멜리사 데소르모 풀랭, 막심 고데트
* 상영시간 : 130분
* 장르 :드라마
*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 제작국가/언어 : 캐나다, 프랑스
포스터
그리고 ......
느닷 없는 총성.
여지 없이 살을 뚫고, 피를 튕기는 생생한 총성..
비극을 잘 직시하지 못하는 저에게 이 영화는
처음부터 심상치 않았습니다..
비극을 볼 때 느끼는 건,
특히 전쟁이나 내전으로 겹쳐진 비극을 볼 때 더욱 그러한 건
비극은 세상을 뒤덮는 지독한 폭력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외부적인 폭력은 그것을 겪은 이들 내면으로 파고들어 뒤덮습니다.
투라우마, 외상후 스트레스, 결코 꺾을 수 없는 복수심 등등으로요.
그래도 사람들은 살고, 세대는 이어가지만
개인과 사회 유전자에 각인된 폭력이 남긴 진한 DNA는 또 어떤 형태의 괴물로 우리에게 다가 올 지 모릅니다.
암튼 다시금 세상이 굴러간다고 하지만
때로는 개인적으로 결코 견딜 수 없는 상처가 있기 마련이겠지요..
저는
비극을 구조적인 문제로 해석하는 것에 익숙하고,
비극을 구조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데 있숙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한 사람의 시선을 따라가 보았습니다...
도대체 한 인간이 감내할 수 있는 비극이 얼마나 될까?
주인공(들)이 겪는 비극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사랑을 하지만,
사랑도, 자신도 지킬 수 없습니다.
사랑을 향한 약속을 하지만
무자비하고 무차별적인 폭력은 결코 그(들)을 피해가지 한습니다.
무자비한 폭력에 대한 분노하지만
분노에 대한 대가 또한 무자비한 것이었습니다.
가장 큰 폭력은 뭘까요..
그건 아마도 당하는 자에게 그의 실존의 근거라고 할 수 있는 모든 가치를 부정당하고 있다고 느끼게 하고,
결국 스스로도 부정하게끔 하는 것이겠지요...
15년을 이어가는 노래가락...
그건 아마도 스스로 자기 자신조차 부정하는 마지막 나락 속으로는 결코 떨어지지 않겠다는 몸부림이었겠지요...
그러나 운명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으니,
마지막 남은 목줄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겠지요...
그런 상황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요.
약속?
사랑?
화해?
만약에 주인공이 저라면..
...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영화를 보면서
사막지대에 남겨진 긴 협곡을 유심히 보았습니다.
협곡은 수억년의 세월이 새겨진 지층을 또 수천년, 수만년의 비바람으로
거칠게 절개되고 마모되어 만들어진 것일 겁니다.
비극의 땅 레바논
그러한 비극이 남긴 상처는 그들 땅에 남겨진 거친 협곡을 닮아 있을 겁니다.
앞으로의 시간이 부디 조금씩이라도 비극을 덜어가는 시간이 되기를...
그곳에서 살아남은 자 또한 상처라고 하기엔 너무나 거대한 상처를 지닌 사람들이겠지요...
그래도 살아남아 세월의 거대한 서사시 속에서 그 상처를 조금씩이라도 녹여 가기를...
ps.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몇 년 전에 보았던 [바시르와 왈츠를(Waltz with Bashir, 2008)] 이라는 영화가 생각났습니다.
당시 레바논은 1978년부터 1982년까지 이곳을 점령한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었습니다.
그리고 기독교 강경파인 팔랑헤당 당수 바시르 제마일이 이스라엘의 강력한 후원을 업고 대통령에 당선됩니다. (당시까지 레바논은 대통령은 기독교도가, 수상은 이슬람이 맡아왔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취임 9일 전 폭탄 테러로 숨지고 맙니다.
이에 팔랑헤당 민병대는 1982년 9월 14일 베이루트 서부 사브라와 사탈라 지역의 팔레스타인 난민촌으로 난입하여 민간인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합니다.
물론 이스라엘의 협조 속에서 그렇게 합니다.
결국 내전은 더욱 격화되고,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는 베이루트를 떠납니다.
[그을린 사랑]은 그 시절을 시대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바시르와 왈츠를]이라는 영화는 그 시절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가해자로 참전했던 이스라엘 감독이 만든 영화입니다.
혹시 참고가 되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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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내밀어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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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입니다. 요즘 블로그를 거의 못하고 있어서...이 영화는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봤습니다.
혼자 아침에 달려가서 막차로 돌아왔지요.
하루에 3편의 영화를 연속해서 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는데
그 와중에도 이 영화(영화제 당시 제목은 '그을린')는
2시간이 넘도록 완전 몰입하게 만들더군요.
주변 동지들에게 꼭 보라고 권하곤 했는데,
풀소리님이 보셨다니 몹시도 반가워서 흔적 남겨요...ㅎㅎ
바시르와 왈츠를...구할 수 있으면 한번 봐야겠네요.
감상평은 이전에 본 것 같은데 지금 보니 <그을린 사랑>과 관련하여
더 보고 싶어지네요.
잘 지내시고 기회가 되면 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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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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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비님 잘 지내시죠???고양시에 오셨을 때도 오실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못 갔습니다...
힘이 돼주진 못 해도 얼굴이라도 뵈야 할 텐데,
그것도 쉽지 않네요...
암튼 머지 않은 날에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건강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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