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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데이

prologue

 

글을 쓰다 또 날려버렸다.

아휴~ 하고 한숨을 쉬다가

곧 다시 쓰기로 했다.

뭐 요즘 내 모습이 그렇지 뭐...

 

 

1. 전야제

 

일이 밀렸다.

당연히 가야 할 전야제도 못 갈 상황이었다.

그런데 맘 상하는 일이 생겨

8시 다 된 시간에 가방을 쌌다.

 

행사장인 상암 운동장으로 향하는 전철길에는

행사에 참가하려고 떼지어 가는 대학생들이 많았다.

반가웠다.

 

'강고한 노학연대로 비정규직 철폐하자!

 

오랜만에 들은 구호다. 반갑다. '강고한 노학연대!'

 

전야제 풍경/ 민주노총도 참여하지 않아 조그마한 행사였지만 모처럼 열기가 느껴지는 집회였다.

 

반가운 이들도 많았다.

더욱이 멋진 동지들과 함께 밤늦도록 술을 마실 수도 있었다...

 

 

2. 메이데이

 

메이데이 행사 참여도 망설여졌다.

책임지고 있는 회의자료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곧 마음을 바꿨다.

회의자료를 만드는 데 필요한 건 시간이 아니라 자료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의 접촉이었기 때문이다.

 

메이데이 행사에 참여하려고 나서니 모란이 아파트 뜰에 활짝 피어 있었다./ 사진을 찍고 나서니 아파트 건너편 교회 앞에서 아주머니 한분이 묻는다. 무슨 꽃이냐고. 생전 말 한번 건네지 않을 사이 건만 꽃은 화사한 몸짓만큼이나 사람들에게도 화사한 봄바람을 전해주는 것 같다.

 

행사장에는 이미 사람들이 많이 와 있었다.

오랜만에 큰 집회라 이리저리 사람들 좀 만나볼까 하다 포기했다.

열기가 느껴지지 않는 집회라 나라도 자리를 지켜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리라.

 

메이데이 행사장/ 건너편 공원에는 마로니가 활짝 피어 있었다.

 

행사가 끝나고 행진이 있었다.

전날부터 생긴 두통이 내 발걸음을 무겁게 했다.

종로를 접어들면서 인도로 나와 대오를 따라갔다.

 

덕분에 집회를 구경하는 행인들의 반응을 보다 생생히 접할 수 있었다.

간간히 집회대오를 향해 욕을 하는 할아버지들...

욕은 하지 않지만 나름 욕 비스므리한 말들을 섞어 상황중계를 하는 중년 아저씨들...

그러나 대부분은 묵묵히 집회대오를 바라보고 있었다.

 

물론 호응을 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여전히 한나라당이나 이명박으로 대변되는 자본가집단의 헤게모니가 대중 속에서 관철된다는 느낌이다.

 

그래도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건

사람들이 나눠주는 유인물을 대부분 들고 가고, 읽으면서 간다는 점이다.

이명박의 실체가 드러날수록 대중의 불안감은 높아지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3. 마로니에

 

르르르르르르 지금도 마로니에는 피고 있겠지

눈물 속에 봄비가 흘러 내리듯

임자 잃은 술잔에 어리는 그 얼굴...

 

꽃을 가득 인 마로니에/ 클릭하면 큰 사진이 나온다.

 

옛 서울대 문리대 캠퍼스가 자리잡고 있던 자리

이곳이 마로니에 공원이라는 이름을 얻었던 것은 아주 큰 마로니에 나무가 있기 때문이다.

 

옛 노래처럼

아련한 향수를 자아내게 하는 이름 마로니에...

 

마로니에는 지금 꽃들을 활짝 피우고 있었다.

커다란 나무에 가득한 꽃이라니

어둠이 내릴 때 마로니에 나무 아래서 캔맥주를 마시고 싶은 유혹이 떨쳐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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