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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 결혼생활 8년 만에 드디어 내가 미쳐가는구나.] 에 관련된 글.
1.
아내가 불만이 있다는 건 안다.
다만, 그 불만의 정체를 정확히 모를 뿐이다.
매일 술 먹고 늦게 들어오는 것. 돈 별로 못 벌어오는 것. 아니면 오늘 아내가 올린 글처럼 초청장에 이름을 빼놓은 것.
사실 초청장에 이름을 빼놓은 것은 그 자체로 그렇게 분노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이렇게 말한다고 아내의 분노를 부정하거나, 분노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문제는 그 이상일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초청장에 이름을 쓰면서 전혀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난 격식을 좋아하지도 않는 편인데다, 초청장을 받을 몇 안 되는 사람들에게 부부의 이름을 굳이 다 쓰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해서 그렇게 했다. 최윤순, 최윤희, 최경순 拜上 이렇게 나이순으로.
내가 생각할 때 도무지 화날 일 같지 않은 일에 화내는 데 대하여 나도 황당하다. 왜 아내는 황당하게 나올까? 결혼생활과 동거생활 등 10년에 걸친 세월은 아내에 나 사이의 이른바 '코드'를 상당히 맞추는 역할을 했다. 그럼에도 황당한 대응의 정체는 무엇일까.
뭔가 문제가 있다는 반증이다. 부부관계에 아님 아내와 나의 인간관계에.
어렵다. 문제가 해결을 전제로 제기되는 것이 아니라, 싸움을 거는 식으로 제기될 때 더 어렵다. 문제의 근원과 해결을 생각하기 보다 감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나 또한 감정의 완충장치가 많이 발달된 사람은 아니다. 나도 모르는 3대 독자 특유의 이기심이 있는 것 같다. 문제 해결을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대면 며칠이라도 꿍꿍거리지만, 한 쪽에서 뻗대면 의욕을 상실할 뿐만 아니라 지레 파경을 생각한다. 어렵다.
사실 이럴 땐 시간이 최고다. 상대를 위해서가 아니라 최소한 나를 위해서라도 말이다.
난 다행스럽게도 화를 오래 간직하는 성격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안 좋은 기억이 희미해진다. 험한 환경에서 자라면서 생존을 위한 진화의 결과일 것이다.
아내가 글을 남겼다.
아니 나에게 올려달라고 했다.
어찌됐든 고맙다.
2.
"장자가 꿈에 나비가 됐는가,
아니면 나비가 꿈에 장자가 됐는가."
사는 게 무어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면 답이 쉽지 않다.
'진리'를 '정의'를 얘기할 정도로 하나의 원칙, 누구나 동의할 원칙을 추구하면서도, 실제 삶의 몇 %를 그런 잣대를 대고 살고 있는 것일까.
친구들과 선후배들과 지인들과 때로 즐겁게 술 먹고 수다떨고 하는 것들이 모두 현실일까?
아니면 조그마한 현실 쪼가리와 그것을 들러싼 유머와 위트, 상상과 환상의 멋진 데코레이션일까? 그렇담 그런 데코레이션은 현실이 아닌 것인가?
어찌됐든 유머와 위트를 섞고, 상상과 환상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그런데, 그런 데코레이션을 모두 걷어내고 오로지 변형가능성이 별로 없는 딱딱하고 찬바람 도는 '현실'과 맞닥뜨려야 할 때가 있다. 그 중 하나가 가족문제이고, 특히 문제가 있을 때 가족관계이다.
더 이상 후퇴할 곳도, 숨을 곳도 없을 정도로 감정과 감정이 맞닥뜨리면 선택만 남을 뿐이다. 좋고 싫고의 문제는 그 다음이다.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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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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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을 먼저 읽고 마눌님의 글을 읽었슴다.두 글로 자세한 상황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짜피 초청장 이름 누락은 눌려있던 짜증에 불을 붙인 라이타에 불과하고 근본적으로는 생활에서 쌓여있던 분노겠죠. 라이타의 작은 불에도 폭발할만한...
지금은 둘이만 따로 살아서 별로 부딪힐 일이 없지만, 친정에 같이 살던 화정시절을 생각하면 마눌님의 글에서 저의 분노를 떠올리게 되네요. '같은 공간에 산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 같슴다. 전에 썼던 제 글을 트랙백 날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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