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은 이상해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 비자금과 관련해 북한의 핵실험에 버금가는 메가톤급 파장을 몰고올 폭로를 한 덕분에 세간에 삼성이 화제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궁금한 것은 삼성관련 내부회의문건까지 삼성으로 올렸다는 어떤 시민단체가 있다는데 여기가 어딜까 하는 거다. 조직적차원에서 올리기야 했겠냐만 누가 올렸던 간에 이거 앞으로 지켜볼만한 일이다. 암튼 이건 이번에 할 이야기가 아니고...
세간에 삼성비자금이 화제가 되고 이를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삼성 내부 인트라넷에는 김용철 변호사를 두고 "배신자"라고 낙인을 찍으면서 김용철 변호사를 부적응자 혹은 일신의 안위만을 염려하는 기회주의자 등으로 매도하고 있다.
이 정도 수준이라면 삼성, 다시 봐야 한다. "대한민국 1등 기업"에 근무하면서 1인당 "10만을 먹여 살리"고 있다고 자부하는 인재들의 인식수준이 이 정도라면 앞으로 삼성, 상당히 발전가능성이 낮다. 회장님만 뛰어나면 뭐하나? 사원들의 수준이 이정도인데. 혹시 주변에 삼성 관련 주식 가지고 있는 넘들 있으면 잽싸게 팔아 치우라고 권고라도 해야겠다. 사원들 하는 꼬라지 보니 망쪼들게 생겼다.
뭐 그동안 한 솥밥 먹고 산 처지에 홀로 독야청청한 척하고 내부 비리를 왕창 터뜨렸으니, 그 동네 인심이 흉흉해질 수는 있겠다. 그러나 한국 사회 그 누구보다도 배울만큼 배웠고 벌만큼 버는 삼성맨들이 자성의 목소리는 커녕 쪽팔린 줄 모르고 쌍소리 섞어 가며 배신자 운운하는 것은 그만큼 한국의 고등교육이 제 역할을 못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삼성 비자금 사건은 이렇게 한국사회의 총체적 난맥상마저 보여준다.
배울만큼 배우고 벌만큼 벌면서도 삼성맨들과 거의 유사한 닭성 발언을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바로 변협이다. 변협이 김용철 변호사를 징계하겠다고 설레발이를 치고 있나보다. 직업상 알게 된 고객의 비밀을 유출하여 변호사의 직업윤리를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란다.
형식상으로 보면 변협의 이유제시가 그럴싸하게 보인다. 특히 김용철 변호사와 삼성의 관계가 틀어지게 된 사적 배경이 이번 양심선언에서도 아주 없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변협의 논리는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좀 더 내용을 살펴보면 변협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징계 논란은 변협의 꼴만 우습게 할 뿐이다.
변호사는 고객의 비밀을 엄수할 의무를 지고 있다. 비밀유지의 의무를 위반할 경우에는 변호사 자격을 박탈 당할 수 있을 정도의 중징계가 가능하다. 그런데 변호사에게는 비밀유지의 의무 외에 '진실공개의 의무'라는 의무가 또 있다. 사건을 수임받아 변호를 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고객의 비밀이 비밀을 유지하는 것보다는 그것을 공개하는 것이 사회적인 이익형량으로 볼 때 필요하고 법적 정의의 관점에서 타당하다고 하면 비밀유지보다 진실을 공개하는 것이 변호사의 의무가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호사의 의무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김용철 변호사가 이번에 폭로한 내용을 보면 김용철 변호사가 비밀유지의무를 위배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즉,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의 비자금 조성에 연루된 것은 본인의 의사에 의해서가 아니라 명의 도용에 의한 것이었다는 점, 그리고 에버랜드 건 같은 경우는 변호사와 고객의 계약관계로 사건을 수임한 것이 아니라 삼성의 직원으로서 삼성 수뇌부의 업무지시에 따라 일을 했던 것이라는 점 등이 그것이다.
김용철 변호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이름으로 된 차명계좌가 개설되었고 그 계좌를 통해 몇 십억에 달하는 돈이 들락날락 했다고 폭로했다. 이건 누가 봐도 변호사와 고객의 관계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에서 이 사건을 재구성하고 증거를 조작한 일은 삼성이 변호사 김용철에게 의뢰한 것이 아니라 삼성 그룹 내 법무팀의 책임자에게 업무지시를 하달하여 이루어진 일이라고 봐야한다.
게다가 에버랜드 건과 관련해서 김용철 변호사는 '자수'한다고까지 했다. 즉, 내부고발하고 자기 혼자 빠져나가겠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죄과를 인정하고 이에 대한 조사를 회피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무슨 비밀유지 의무를 운운할 수 있을까?
이런 저런 정황을 보더라도 변협이 검찰 수사도 시작되지 않은 상황에서 김용철 변호사를 징계하니 마니 하고 떠드는 것은 오바도 한참 오바다. 한국 사회에서 남달리 지위를 보장받고 있는 변호사들께서 왜 이런 오바질을 할까? 배울만큼 배우시고 그 어렵다는 사시까지 통과하신 분들이 어째 하는 짓이 덜 떨어진 삼성맨들 하는 수준이냐 말이다.
대한변호사협회, 이 조직을 변협이라고 부르는 것은 좀 이상하다. 차제에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서 '대변' 또는 '대변협'이라고 부르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다. 사법개혁에 대해서도 항상 딴지, 변호사 증원하자니까 먹고 살기 어렵다고 징징거리고, 내부고발자 혹은 양심선언자를 보호하기 보다는 오히려 잘라 내려고 하는 등 '변'냄세 계속 풍기는 이 집단. '변(便)협', '대변(便)협', '대변(便)'이라 부르기를 원하는 걸까...
행인님의 [변협은 이상해] 에 관련된 글. 우공(愚公)이 사람들을 위해 산을 옮긴(移山) 고사가 있다. 지극한 정성이면 못할 것이 없다는 교훈을 주는 고사건만 가끔은 산을 엉뚱한 곳으로 옮기는 사람들도 있다. 혹은 배를 산으로 가져가는 코메디를 벌이기도 한다. 지금 삼성 비자금사건이 이런 식으로 전개될 것 같다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소위 '떡값'을 받은 전직 검사들의 명단이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에 의해 공개되자 검찰이 보이는 반응에서 이런 불안감이 생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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