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찰이산(移山)
행인님의 [변협은 이상해] 에 관련된 글.
우공(愚公)이 사람들을 위해 산을 옮긴(移山) 고사가 있다. 지극한 정성이면 못할 것이 없다는 교훈을 주는 고사건만 가끔은 산을 엉뚱한 곳으로 옮기는 사람들도 있다. 혹은 배를 산으로 가져가는 코메디를 벌이기도 한다. 지금 삼성 비자금사건이 이런 식으로 전개될 것 같다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소위 '떡값'을 받은 전직 검사들의 명단이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에 의해 공개되자 검찰이 보이는 반응에서 이런 불안감이 생겨나고 있다.
이 사건의 핵심은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삼성그룹의 수뇌부가 그룹차원에서 광범위한 뇌물공여를 해왔느냐 하는 것이다. 과거 X-파일 사건에서도 그 대강을 봤듯이 삼성이 행한 뇌물공여는 이 사회의 법질서를 유린한 것이었다. 따라서 삼성이 조직적으로 행한 뇌물공여, 속칭 '떡값' 제공에 대하여 엄정한 사법적 심판이 있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때 그 사건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고 흘러 정작 공인으로서의 임무를 다한 이상호 기자만 피박을 썼던 일이 있다.
당시를 돌이켜 보자. 뇌물공여라는 사건의 핵심은 뒷전으로 밀린 채 그 때 그 사건은 엉뚱한 방향으로 논란만 계속된 채 흐지부지 되었다. 다시 말해 삼성이 자행한 위법행위는 쟁점에서 쑥 빠지고 검찰이 '떡값'을 받았느냐 안 받았느냐 하는 공방만 계속 되다가 X-파일 사건에서 가장 적극적인 활동을 보였던 노회찬 의원이 명예훼손으로 기소되는 등 다분히 문제가 검찰로 한정되어 진행된 것이었다.
이 사건에서 행인은 혹시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떡찰'들이 고의적으로 또는 계획적으로 사건의 본질을 희석시키는 전술을 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졌더랬다. 삼성으로 돌려졌어야 할 칼날을 검찰이 떠 안으면서, 실제 증거자료가 될 수 있는 X-파일, 즉 떡값 받아먹었던 검찰들의 신상이 드러날 수 있는 중요 자료는 '독수독과'이론을 철석같이 적용하여 은폐함으로써 말 그대로 '떡값'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거였다.
그런데 이번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폭로사건에서 역시 그 때와 비슷한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애초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 김용철 변호사의 고백을 받은 후 이 사건을 대대적으로 알리기 시작한 때부터 지금까지 검찰은 적극적인 수사의 의지를 보여주지 않고 있었다. 비자금과 관련된 관계자들, 즉 삼성, 삼성의 거래 은행, 검찰, 정치인, 아직 실체가 보이지 않고 있는 시민단체에 대하여 검찰은 본격적인 수사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김용철 변호사의 증언을 토대로 추론하면, 검찰이 수사에 미적거리고 있는 이 와중에 과거 에버랜드 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증거인멸을 비롯한 사건의 재구성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검찰의 소극적 반응을 보다 못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 결국 '떡값'을 수뢰했다고 김용철 변호사가 증언한 3명의 명단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검찰은 "증거를 대라"며 반발하고 있다. 물론 검찰은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여론의 눈총에 못이겨 수사팀을 발족하고 본격적인 수사행보를 시작하는 것처럼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뇌물을 수뢰했다고 발표된 당사자들을 비롯하여 검찰은 "증거를 대라"는 요청을 끊임없이 하고 있고, 이 상황에서 지난 X-파일 사건 때와 비슷하게 사건의 방향을 검찰 중에 떡찰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쪽으로 슬며시 몰아가고 있다.
원래 이 부분은 검찰이 삼성의 비자금 조성과 이의 용처에 대해 조사를 하다보면 다 해명될 일이다. 즉, 삼성이 얼마만큼의 규모로 비자금을 조성했는가, 그리고 이 비자금을 도대체 어디다 뿌렸나를 성심성의껏 조사하다보면 자연적으로 누가 비자금을 받았는지 확인이 될 문제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구태여 지금 김용철 변호사측의 폭로에 대응하여 "증거를 대라"고 할 일이 아니고 검찰이 직접 증거를 찾아야할 일이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김용철 변호사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증거물들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떡찰'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검찰은 이 사건에 대해 절체절명의 위기감을 가지고 본질을 밝혀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추락하고 있는 자신들의 위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건의 본질을 엉뚱한 쪽으로 끌고 간다면 영원히 '떡찰'의 오명은 벗을 수 없다. 엉뚱한 곳으로 산을 옮김으로서 '떡찰이산(移山)'이라는 비아냥을 사는 일은 검찰에 대한 인민들의 불신을 한없이 깊게 만들 뿐이다. "떡값 한다"는 비난이 두려우면, "증거를 대라"고 하기 전에 진지하게 수사를 하는 모습을 보일 일이다. 사람들이 검찰에게 요구하는 것은 매우 간단하다.
행인님의 [떡찰이산(移山)] 에 관련된 글. 교내 언론사에 있던 후배 한 명이 저를 찾아와서 하소연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옳지 않은 일들에 대해서 거리로 나가지는 못하더라도 진실을 제대로 보고,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내 친구들은 삼성 문제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거 같다. 삼성은 삼성이지 않느냐라고 이야기해서 답답해 죽겠다. 저녁밥을 먹으면서 후배가 하던 이야기가 생각이 납니다. 그 후배의 친구 중에 한 명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