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록은 몇 트럭쯤 될까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는 말이 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고 자부하는 사람이라도 그 사람의 일생에 걸쳐 모든 정보를 낱낱이 확인할 수 있다면 정말 그 자부심에 걸맞게 터럭 한 올만큼의 부끄러운 일도 없음이 증명될까?
행인에 관한 모든 기록을 세세하게 기록한 것이 있다면 그 중에 분명 현행법에 의해 사법처리될만한 것들도 부지기수일 것이고, 비록 법에 따라 처벌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도덕적 윤리적으로 사회의 지탄을 받을만한 일도 수두룩할 것이다. 물론 부끄러운 기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랑스러운 전력도 있을 것이고 게 중에는 타의 모범이 되는 일도 있을지 모란다. 어느 쪽이 더 많을까?
개인이 기록한 자신에 대한 과거만을 들여다보더라도 이렇게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개인이 작성한 기록이 아니라 수사기관이 특정당사자를 대상으로 십수년 간에 걸쳐 추적하고 수사해서 쌓아놓은 기록이라면 어떨까? 일단 범죄피의자로 설정하고 그토록 오랜 기간을 내사했다면 아마도 잘한 일보다는 불법 내지 위법행위에 대한 기록만으로 거의 모든 기록이 채워졌을 것이다.
만일 내가, 또는 이 블로그에 방문하시는 누군가가 그러한 처지에 있다고 가정해보자. 아마도 무시무시한 공포감에 휩싸이게 될 거 같다. 막강한 권력을 가진 국가기관이 사시사철 24시간 불철주야 쉬는 날도 없이, 내 일거수일투족을 하나 하나 빠짐없이 들여다보고 기록하고 있음을 실감한다면, 과연 어떤 기분이 들까? 행인이라면 거의 공황상태에 빠지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런 기록이 200~300쪽 분량의 책 3천권 정도에 달한다고 하면, 그 내용 안에는 벼라별 것이 다 들어있을 것이다. 한 사람에 대해 이정도 분량으로, 그것도 정보기관이나 수사기관이 작성한 기록이 있다면, 그 내용 중에서 마음에 드는 거 하나 쓱 뽑아내 현행법 위반으로 처벌하는 것은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일 거다.
지금 일심회 사건이 딱 그짝이다. 국정원이 검찰에 넘긴 피의자 3명의 자료만 트럭 하나 분량이라고 한다. 종이로 따지면 A4 용지 100만장 이상의 분량. 한 사람 당 30만장이 넘는 문서자료가 존재한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더해 압수한 증거물품 및 각종 자료를 포함하면 개인에 대한 자료가 어느 정도나 방대하게 정보기관에 축적되어 있을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결국 그 안에서 수사기관은 혐의에 맞는 사항을 추출할 것이고, 그 사항에 맞춰 피의자를 수사한 후 처벌을 요구할 것이다.
이 대목에서 진짜 궁금한 거. 내 건 얼마나 들어가 있을까? 정보기관과 수사기관에. 그들은 도대체 나의 어디까지를 알고 있을까? 현장에서 뛰고 있는 수많은 활동가들 중에 과연 몇 명의 기록을 가지고 있을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기록이 트럭분량만큼 존재하고 있을까? 그들 중 정보기관과 수사기관이 마음만 먹으면 현행범으로 처벌할 수 있을만한 사람들은 또 얼마나 될까?
행인 관련 자료 생각보다 많이 있을 듯..^^ 활동가들이 써내는 글을 빨간줄,파란줄 쳐가면서 정리하고 강연회 발언까지 요약해가며 열심히 읽는 사람들인지라..ㅎㅎ
subsubee/ 아마 그럴거에요... ㅋㅋ
웃어야 하는건지,울어야 하는건지
참 아이러니하네요..--;
하긴 뭐,상식을 가진 보통사람들이 절대로 일어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일들도 그네들에게 가면 당연한 것이 될 수도 있겠지요...
sshplay/ 웃어야 합니다. 이건 울 일이 아니죠. 기가 막혀서 헛 웃음이 나올 일입니다. 이런 몰상식을 보면서 안도감을 느끼는 남한 사람들이 최소한 2000만 명이 된다는 점에서도 시원하게 웃어야 겠죠.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