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발 쓰나미와 민주노동당

홍준표가 발의했던 재외동포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논란이 분분하다.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이 과정에서 찬성 5, 기권 2, 불참 3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그 결과 기권을 하거나 표결에 불참한 민주노동당 의원들에게 엄청난 공격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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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태에서 발견할 수 있는 몇 가지 특이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닳고 닳은 정치인들이 보여주는 발군의 정치적 센스다. 홍준표 의원은 단지 단 한 개의 조문만으로 전 국민을 들끓게 만들었다. 조문 자체가 가지고 있는 실효성 및 문제점을 차치하고 사안이 발생했을 경우 그 사안을 의제로 만들어 확산시키는 과정이 어떠한지를 홍준표 의원은 보여주었다. 비록 법안이 본회에서 부결되었지만 홍준표 의원은 말 그대로 전투에서는 졌으나 전쟁에서는 대승을 거두는 위력을 보여주었다.

 

둘째, 홍준표 의원의 한바탕 ‘정치쇼’가 이렇게 성공을 거두게 된 이유는 바로 자본과 권력에서 소외받은 서민들의 분노 때문이었다. 비록 대중의 판단이 이성에 기인하기보다는 감성과 분위기에 휩쓸리는 경향이 있다고 할지라도, 서민대중이 이토록 분노하게 된 원인을 ‘가진 자’들이 제공했음은 분명하다. 기득권을 향유하고 있는 자들의 비이성적 행태가 계속될 경우 민중의 분노는 더욱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분노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데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민중의 분노를 어떻게 공유하면서 그들에게 우리가 대안세력으로서 인정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만 한다.

 

셋째, 상황이 이렇게 진행되는 과정에서 민주노동당은 과연 어떠한 대안과 합리적인 해결책을 내 놓았는가 이다. 민주노동당은 이 사안에 대해 명확한 입장과 대안을 보여주지 못했다. 오히려 이번 사안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윤광웅 국방부장관 해임동의안에서 열우당과 함께 해임안 부결에 힘을 쓰게 되었다. 윤광웅 국방부장관 해임이 적절한 것이었는가에 대해서는 따로 논의가 필요할 것이나, 문제가 많은 홍준표 의원의 재외동포법에는 5명이 찬성을 하면서 전방 GP 총기난사사건의 직접적 책임을 져야하는 윤광웅 국방부장관의 해임은 반대하는 민주노동당 의원들의 행위는 민주노동당이 병역문제에 대해 확실한 대안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당은 홍준표 의원이 제시한 법안에 대해 수동적으로 찬반의 입장만을 논의했을 뿐이다. 법안에 대한 비판이나 대안 제시는 물론 다른 맥락에서 사회지도층의 일탈을 견제할만한 대책을 내놓지도 못했다. 더 중요한 점으로는 재외동포법 개정안, 전방 GP에서의 총기난사사건, 윤광웅 국방장관의 해임안 등 상호 관련 있는 사안들에 대한 유기적인 판단과 총체적 해법의 제시를 적시에 제기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당이 서민과 직접 관련이 있는 군대문제에 있어서 구체적인 해법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해준다.

 

넷째, 진보정당이 가지고 있어야 하는 국제주의적 원칙이 무엇인가를 다시 한 번 밀도 있게 검토해야 한다. 재외동포에 대한 대책, 외국인에 대한 대책, 이주노동자에 대한 대책은 전혀 다른 별개의 사안이 아니라 다른 형태로 나타나는 같은 문제의 사안이다. 예를 들어 중국교포 또는 재일동포들에게 참정권을 부여하는 것과 이주노동자들에게 사회보장제도를 적용하는 것은 형태는 달라도 같은 선상에서 논의되어야할 유기적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홍준표 발 쓰나미의 여파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열우당의 경우 쏟아지는 비난에 밀려 대체입법을 준비하겠다고 할 지경이다. 그러나 열우당의 정치적 수준이 홍준표 의원이 발의한 안보다 훨씬 진일보한 법안을 내리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더불어 총체적인 문제점들, 병역문제나 재외동포들의 권리의무관계, 외국인 또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보장과 동일한 선상에서 논의되는 재외동포 보호정책 등이 나오리라고는 전혀 기대하지 않는다.

 

[뱀발]

1. 독도문제가 일어나자 생 난리를 쳤던 민주노동당 의원 중 하나는 이번에 표결에 불참했다. 왜 그랬을까? 독도에 보인 관심과 멘탈리티라면 홍준표의 발의안에 얼싸 좋다 하고 전력투구를 했어야 했는데, 그거 참 이상하다. 민족주의라는 것이 그때 그때 다른 형태로 나타나는 것인가??

이번 개정안에 찬성한 민주노동당 의원님들. 왜 윤광웅 해임에는 반대했을까? 두 문제가 서로 다른 사안이라고 착각들 하신건가? 평가의 잣대도 그때 그때 달라지는 걸까?

 

2. 어떤 분이 말씀하시기를 위 글 중 셋째와 넷째 비판은 좀 가리는 것이 어떠냐고 한다. 그러면서 현재의 민주노동당에게 저런 비판을 하는 것은 유치원생에게 대학원생이 할 수 있는 논리를 전개하라는 것과 같은 것이 아니냐고 한다. 뭐 물론 수긍되는 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셋째와 넷째 비판은 사실 민주노동당이라면 다른 어떤 보수정당보다도 명확한 신념과 구체적 방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원래 평화군축은 민주노동당의 전매특허가 아니었나? 국제연대는 민주노동당의 활동방향이 아니었나? 그런데 여직까지 말만 있었을 뿐 계획도 없었다는 것은 결국 대중을 허위와 기만으로 농락했다는 말밖에는 되지 않는다. 유치원생과 대학원생이 나올 문제는 아닌 것이다.

 

3. 민주노동당이 절대 선은 아니다. 그러나 뱉은 말이 있으면 책임도 져야 한다. 이라크 파병반대를 외치더니 돌연 독도에 군대를 파견하자고 하질 않나, 병역면탈자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찬성하던 사람들이 군대문제에 책임 있는 자의 해임을 결사반대하지 않나... 우왕좌왕 좌충우돌 하는 모습이 진보정당의 모습이라면 모든 사람들이 웃을 일이다. 원칙이라는 것은 그렇게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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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05 02:35 2005/07/05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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