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맥빠진 게 지난 5년 동안의 일이 아니에요...
선거평가 비스무리한 글들 중에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사회운동이 힘을 잃었다는 평가들이 간혹 보인다. 이런 나이브한 평가들이야말로 상황에 대한 판단력을 흐리게 만든다.
시민사회가 대리정치의 안락함에 빠져든 건 이미 오래된 이야기다. DJ, 노무현 10년 정권을 거치면서 기실 바로 그 시간 속에서 시민사회는 정권에 대한 비판보다는 호응 가능한 정권과 보조를 맞추는 방향으로 노선을 바꿨다.
그러한 노선전환이 보여준 한계의 대표적 모습이 바로 평택 미군기지 이전 반대투쟁이었다. 당시 그 투쟁을 선도(?)했던 유수의 단체들과 그 대표자들은 끝까지 정권에 대한 전면적 투쟁을 선언하지 않았다. 자신들이 만든 정권이라고 생각했던 건지 모르겠지만.
그 이후 이명박근혜 10년 정권 하에서, 사회운동은 DJ 집권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지도 않았다. 민주당을 통한 대리정치에 만족할 뿐이었다. 투쟁의 현장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역량들은 곧잘 민주당 계열의 자산으로 전환되었고, 이 과정에서 수면 위아래로 사회운동의 역할이 컸다.
물론, 남한 최대의 통일운동조직인 민주노총의 답보상태라든가 의석을 위해 대의를 버리고 이합집산에 휘말렸던 유력 진보정치인들의 갈짓자 행보도 문제였다고 하겠지만, 이러한 상황조차도 바로 그 사회운동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런데 이제와서 지난 5년 동안 촛불의 주체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혹은 지난 5년 동안 사회운동이 무력화되었다?
촛불의 힘은 거대하고 무시무시했지만, 그 한계는 분명했다. 탄핵은 촛불'혁명'의 결과가 아니라 보수의 생존전략이었다는 것이고, 사회운동이 이 보수의 생존전략을 넘어서지 못한 상태에서 탄핵이후 사회운동은 정체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지난 5년 동안 갑자기 사회운동이 무기력에 빠졌다는 식의 평가는 향후 사회운동을 어떻게 세워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감각을 왜곡할 수 있다. 지난 5년 동안 그리 된 것이 아니라 그 뿌리와 연원이 그보다 훨씬 전에 닿아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자승자박이었다. 그걸 풀 힘은 스스로에게 있는 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