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의 방식, 관심
왜 그런 사람 있지 않나? 내가 이렇게 힘들고 아픈데 왜 그걸 안 알아줘? 넌 나보다 나은데 왜 나를 무시해? 모든 일을 매사 이렇게 끌고 가는 유형.
이 사람들은 다들 자신이 지금 어떤 일을 하지 못하는 것은 나름 죄다 이유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이유들이 자신을 얼마나 힘들게 하고 있는지를 설명하려 노력한다. 그리고 그 괴로움과 고통은 남들보다 훨씬 큰 것임을 강조하는 한편, 이야기를 듣고 있는 사람이 더 이상 어떤 일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를데까지 상대방의 무지, 즉 자신이 겪고 있는 아픔에 대한 무지를 공략한다.
이들에게 이러한 태도는 삶을 이어나가는 일종의 생존전략이다. 자신에게 관심을 돌리게 하는 방편으로써 자신의 고통을 드러내고, 그 고통에 반응하는 상대의 태도에 따라 대응에 변화를 준다. 요컨대 상대의 관심을 자신에 대한 연민으로 돌려놓는 방식을 취함으로써 자신에 대한 비판을 제거하고 자신의 입장에 대한 동의를 형성한다.
나는 내 곤궁을 드러내는 고생베틀을 할 생각이 없고, 그런 걸로 남의 관심을 받고 싶지 않지만, 뭐 어려운 일 있을 때 스스럼 없이 이야기해주는 사람들이 오히려 고맙기도 하다. 그만큼 나를 믿어주니까 쉽게 이야기할 수 없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주는 거 아닌가?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잘 들어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것도 어느 정도껏 해야지, 도가 지나치면 상대방을 지치게 한다. 뭔가 이야기를 하려 하면 기승전존나힘듦으로 귀결되는 대화의 수순으로 인해 무슨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 하다못해 요즘 어떻게 지내냐는 안부조차 묻기가 겁난다. 난 이런 사람들의 말을 참 잘 들어주는 편이었는데, 이젠 그만 둘란다. 나도 힘들다. 들어주고 참아주기가. 왜 항상 그들의 힘듦을 알아주지 못하는 죄의식을 감당하면서 살아야 하는데?
다만, 한편으로 걱정도 된다. 어쩌다 그렇긴 하지만, 이런 사람들 중 극히 일부는 진짜 자신의 삶을 저주하고 그 도를 넘어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경험을 한 번 하고 나면, 이런 류의 인정'투정'에 짜증이 나다가도 자꾸만 그 화를 억누르게 된다.
최근 또 이런 유형의 사람 하나를 보게 되는데, 심각하게 걱정이 된다. 물론 말과는 달리 그는 나보다 잘 산다.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하지만 그조차도 그는 너무 어렵고 힘들어서 그렇게 산다고 이야기할 정도인데(!), 가만 보면 멘탈이 심각하게 왔다갔다 한다.
사람과 관계를 만든다는 거이가 쉬운 거이가 아니다. 나이를 먹을 수록 더 힘들어진다. 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