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1.30. 경향신문을 보다
원래 오늘 포스팅의 계획은 설날맞이 만두 프로젝트에 관한 것이었으나 그건 좀 뒤로 미루고...
아침 신문을 들추다가 각 기사가 묘하게 불협화음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에 주목. 일단 신문 1면 톱기사는 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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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비판이 가능하다. 예타제도를 무력화한다는 측면에서도 비판이 가능하고, 적폐정부의 뒤를 이어 받았다고 역사적 측면에서 비판할 수도 있고, 결국 손쉬운 부양정책을 택했다는 경제적 관점에의 비판도 있겠고, 내년 총선을 위해 돈을 뿌렸단느 정치적 측면의 비판도 물론 있을 수 있다. 이미 정부에 친화적이었던 측에서도 강력하게 비판이 나오고 있는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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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예타면제의 문제가 실린 1면 머릿기사 아래 이런 기사가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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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결과를 두고 나온 기사다. 솔직히 그 대의원대회를 본 입장에서 이런 기사가 나가도 큰 무리가 없을 듯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회의운영이 오락가락한 원천적인 이유는 스스로 뭘 해야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누구를 믿고 뭘 들고 진퇴를 결정해야 할지 자신이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이에 대한 간단한 소회는, "불안과 초조와 자신없음?" 포스팅에서 밝혔지만).
균형을 갖추고자 노력한 언론사는 곧바로 정부의 태도가 어떻게 될지에 대한 예상과 간략하나마 정부에 대한 비판도 기사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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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정부가 민주노총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을만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일각의 비판도 간단히 언급하고 있다. 나는 그동안 민주노총의 문제도 문제지만, 정부가 뭘 했는지에 대해 보다 공세적으로 문제를 부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과 비슷한 문제의식이다.
민주노총의 현 집행부는 이상하게 뭔가 일관된 무엇이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가만 보면, 이 집행부는 좀 팔랑귀가 아닌가 싶은게, 출범 이후 지금까지 특히 대정부 관련한 사업에서 뭔가 강단 있는 기획과 실천이 있었는지 잘 모르겠는데, 이번에도 그 불안한 흔들림을 보여주었다. 대안도 없고, 도대체 뭘 어쩌겠다는 건지도 모르겠고, 이제 뭔 대책을 마련하겠다는데 이미 회의진행을 하면서 정부나 자본쪽에 밑천 다 들어내보인 다음에 뭔 대책이 있겠는지도 의심스럽긴 하다.
그런데 경사노위 불참의 문제를 온전히 민주노총의 리더십 문제로 치환할 수 있나? 집행부가 정치적으로 조건을 만들어내지 못한 측면에서는 비판을 받아야지만 이건 다 상대가 있는 싸움이 아니었던가? 정부는 얼마나 파트너십을 가지고 있었나? 중재자의 역할 조차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각종 사안들, 예컨대 최저임금 문제라든가 광주형 일자리, 노동시간 유연화, 근로기준법 및 노동조합법 개정, 더 나가서는 국민연금 문제 같은 부분까지 사안들에 대해 정부는 음으로 양으로 이미 자신들의 방향을 설정하고 은근히 그걸 다 진행시키고 있었다.
그러면서 민주노총에는 경사노위 들어오라고 압력을 가했다. 이건 뭐냐면, 답은 다 정해져 있으니 너는 그냥 하라는 대로 하면 된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 판에 들어갈 이유가 뭔가? 그 이유를 만들어주어야 할 파트너가 실제로는 그 이유들을 다 뺏아갔으면서 뭘 어떻게 하라는 건가? 이 대목에서, 링크 건 기사에서 문성현이 "민주노총 참여 여부와 관계없이 사회적 대화를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하고, 청와대는 "사회적 대화와 타협은 해도 되고 하지 않아도 되는 선택사항이 아니다"라면서 "예정된 일정에 맞춰 나가겠다"고 한다.
이러한 정부와 여당의 태도를 보면, 결국 경사노위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다. 어차피 그 위원회는 자문기구일 뿐 결정기구가 아니다. 그리하여 민주노총이 들어오든 말든, 들어와서 뭐라고 하든 말든, 민주노총의 의견을 잘 듣고 중지를 모으는 건 법대로 하고, 결론은 그냥 대통령 마음대로 하겠다는 게 경사노위임이 드러나는 거다. 법이 장난이다.
아, 이야기가 자꾸 엇나가는데, 이게 예타면제 건과 맞물리면서 결국 이 정부가 어떤 측면에서든지 노동친화적인 지향을 가지고 있는 정부가 아님을 확인하게 된다는 거. 경향신문 1월 30일자에서 보이는 그 좀 속이 울렁거리는 불협화음은 언론사가 중립을 지키고자 하는 노력에서 나오는데, 자본편향적인 이 정부의 태도를 중립적으로 다루려다보니 보는 독자로 하여금 울렁증을 일으키게 만든 것일 뿐이다.
문제는 이 두 사안, 즉 대규모 토건사업의 예타면제와 민주노총의 경사노위참여 불발이 실은 정부의 "친자본적, 친토건적, 반노동적 태도"라는 하나의 원인에서 출발한 것이라는 점이다. 예비타당성을 며제해주면서까지 추진하는 각종 대규모 사업이 이명박 정부 당시의 4대강과는 성격을 달리한다는 정부의 말은 그저 빈말에 불과하다. 이 대목에서 이명박이 했던 그 유명한 말이 그의 목소리와 함께 들려온다.
경기부양이 가장 확실하게 보이는 건 토건사업이기에 역대 어떤 정부도 자신들의 위기 상황에서 토건부양을 끌어오지 않은 정부가 없었다. 그런데 토건사업은 그 특성상 장기적으로 건전한 일자를 만들어내는데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당장에 일자리가 늘어나는 가시적인 성과가 지표로 잡히게 되고, 그 와중에 노동자들의 이해가 반영된 각종 사안은 뒷전으로 밀린다.
난 다른 건 몰라도, 이러한 판국에 온라인에 올라오는 민주노총 관련 기사에 득달같이 달라붙어 민주노총 씹어대는 자들은 그다지 관심이 없지만, 그런 자들과 거의 같은 수준으로 민주노총을 씹어대는 오피니언리더들의 면상을 보면 화가 솟구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무능에 대한 비판은 당연히 해야겠지만, 그 정도를 넘어서서 마치 민주노총이 모든 문제의 원인인 냥 이야기하는 건 결코 동의할 수 없다.
경사노위에 참여할 수 없게 만들어놓은 장본인들은 민주노총으로 비난이 향하게 함으로써 슬쩍 책임에서 발을 빼겠지만, 그 장본인들을 향해 강력한 비판이 제기되지 않는 한 경사노위의 한계는 극복되지 않는다. 여러분의 중지를 모아 제가 쏠리는 대로 하겠습니다라는 경사노위의 구조적 한계 말이다. 그 와중에 적폐청산은 개뿔이고 적폐들이 하던 짓을 그대로 따라해도 별 문제 없다는 게 예타면제같은 일로 드러나도 남한사회는 아무 문제 없이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만두나 빚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