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갈지는 모르겠다만
구라 푸는 걸 일생의 기쁨으로 여기던 때가 있었고, 그 바람에 이 블로그 문패도 '뻥구라닷컴'이라고 지어놓고, 노닥노닥 거리면서 그럭저럭 구라푸는 재미에 푹 빠졌던 때도 있었지만 언젠가부터 구라빨이 떨어지기 시작했는데, 그래도 간혹가다가 약빨고 쓴 효과를 발휘하던 구라도 있었지만 그 텀이 점점 길어지더니 급기야 구라다운 구라를 제공하지 못하는 사태에 이르게 되었던 것인데, 그게 어째서 그랬던가 생각해보니 구라꺼리가 죄다 방전된 탓도 있겠으나, 결정적으로는 어떠한 구라도 자기검열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만든 사회적 사건이 트라우마로 작동했기 때문이었는데, 그게 사실 얼마나 괴로운 거냐면, 정성스럽게 다듬은 온갖 구라를 블로그나 페북에 주렁주렁 쓰다가도 이게 다 무슨 소용이 있나 싶어 지우는가 하면, 갑자기 뽕삘이 솟구쳐 일필휘지로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뭔가 재미나는 구라를 쎄리 올리다가 아, 이 엄혹한 시기에, 이 처연한 애도의 시간에 이따위 우스개소리나 실실 하면서 낄낄거리는 건 삼대가 저주받을 일이 아닌가라는 생각에 구라를 접어버리는 일이 계속되는데, 처음에는 슬프고 괴롭고 답답한 느낌에 자꾸 손가락을 꼬물락 거리며 키보드를 어루만지거나 모니터를 손바닥으로 닦는 짓을 하다가, 언제부터인지는 아예 심드렁해져서 글이고 뭐고 암것도 하기 싫다는 귀차니즘이 발동하더니, 좀 더 지나고 나자 이게 다 언 넘 때문이냐, 내 다 찾아 주리를 틀리라는 심정으로 감정이 격해지며 폭력적이 되더니, 나중 들어서는 이게 다 내 탓이요, 내 탓이요, 내 큰 탓이로소이다 모드로 돌아서면서, 사는 게 부질없다, 산으로 가랴 바다로 가랴 이따위 형국에 들어섰던 것인데, 그나마 지난 겨울 광장을 경유하면서 조금씩 분이 풀리는듯한 느낌을 가지게 되었고, 올 봄 이래로 아주 천천히기는하지만 답답함과 슬픔이 누그러지는 듯 하여 나름 이제는 좀 홀가분해질 때도 되지 않았나 생각했는데, 몸담고 있는 어떤 곳이 엉망진창이 되고 20년 쌓아왔던 거시기가 시궁창에 처박히는 꼴을 보고 있자니 다시 또 컨디션이 뒤로 돌아가는 상황이 벌어져, 참 인생 맘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는 심정에 또 한참을 가라앉다가, 케세라세라가 내 삶의 진리였음을 다시금 되새기며 심기일전하여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보고자 뭔가 사고를 치게 되었으니, 그게 바로 '노동정치연구소'인데, 이게 잘 돼야 내 맘도 편코 그래도 한 세상 나서 사람들에게 뭔가 도움을 좀 주긴 줬다는 보람이라도 느낄 터이고, 이게 잘 안 되면 아예 인생 종 쳐버리는 상황이 될 것이어서, 죽자사자 달려들어 하는 데까지 해볼라고 하는 것이며, 더 나가 이제 냅뒀던 블로그에 이렇게 구라질이라도 꾸준히 해보자는 의지를 다져보는 것이다.
귀열고 잘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