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무쟈게 많이 수다떨고, 번잡스레 헤집고, 엄청나게 나돌아다녔습니다. 놋북 2개를 빌리기 위해 메신저에 들어와 있는 사람은 죄다 한번씩 말을 걸었습니다. 갑자기 오랫만에 말걸어 불쑥 놋북을 열흘동안 빌려달라고 하니 당황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제가 헛 살지 않았는지 적극적으로 같이 알아봐주시더군요. 아끼는 후배가 선뜻 빌려주겠다고 하고, 오늘로 두번째 만나는, KLDP 10주년 행사때 만난 분이 차마 대놓고 말하지 못하고 있는데 먼저 빌려주겠다고 하셨습니다. 감동의 물결.. 그 후배는 직장때문에 혼자 수원에서 살고 있고, 외로움을 달래주던 놋북을 빌려준 것입니다. 데스크탑도 없는데. 이 참에 책이나 봐야겠다고 합니다. 기특한 녀석. 그 개발자 분은 놋북을 빌려줬을 뿐 아니라 이후의 제 방랑(?)을 같이 다녀주시기도 했습니다. 두분께 감사 :)
낮에 사무실에서 해야할 작업을 하고, 연락할 곳들에 연락하고, 오후 6시에 드뎌 사무실을 나와 놋북원정에 나섰습니다. 처음 갈곳은 신사역. 거기서 스트롱베리님을 만나 놋북을 받았습니다. 근데 여기서부터 제 지각 도미노, 릴레이는 시작됐습니다. 영등포에서 옥수쪽 길로 올라가는 차를 안타서 용산으로 다시 내려와 타야 했거든요. 6시에서 반 사이에 만나기로 했는데 50분쯤에 만난것 같습니다. 놋북 확인하고, 몇가지 설청하고 나니 7시. 원래 두번째 약속을 잡은 시간입니다. -_-
두번째로 간 곳은 경복궁 근처의 환경단체. 다들 바쁘고, 지방 출장도 많은 분들을 만나는거라 약속 잡기가 쉽지 않았는데, 어떻게 오늘 만날 수 있게 됐습니다. 연휴 뒤끝이라 피곤하고 다들 정신 없습니다. 그래도 전에 자활한게 있어 더 성심껏 호응해주시는데 제가 늦어버렸습니다. 도착해보니 피곤과 굶주림 (제가 금방 와서 일보고 갈 줄 알아서, 저녁도 안 먹고 기다렸답니다 -_-윽)에 얼굴이 거멓게 된 분도 있더군요. 여기는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 설문조사를 위해 들렀습니다. 설문 작성하며,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고, 함께 얘기를 하다가 또 시간이 없어서 올만에 만난 회포도 다 못풀고 이동을 했습니다. 그곳까지 스트롱베리님이 함께 와주셨는데, 시간이 없어 충분히 구경과 소개를 못 시켜드리고 말았습니다.
그 다음은 종로3가 부근의 문화운동단체. 여기는 짐을 갖다주러 들렀습니다. 보관중이던 짐을 드뎌 몇달이 지난 오늘에야 돌려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자주 뻔질나게 들르는 곳인데, 그동안은 자전거를 타고 다니니까 (물론 잊어먹는게 가장 큰 요인이죠 -_-) 돌려주지 못했습니다. 이곳까지 스트롱베리님이 같이 와주셔서, 마침 거기 있던 폐인 3분을 소개시켜 드리고, 저는 시간이 촉박하여 곧 다음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베리님을 거기 남겨둔채로 -_-
다음 간곳은 사당역. 거기서 버스를 타고 두번째 놋북을 받으러, 후배가 살고 있는 수원으로 갔습니다. 버스 기다리는 줄이 엄청 길더군요. 도착하니 벌써 돌아오는 차가 끊기기 얼마 전입니다. 아끼던 후배를 오랫만에 만났는데 아저씨가 되어가고 있더군요. 역시 학생과 직장인의 차인가 봅니다. 그래도 원체 풋풋한 얼굴이라 괜찮긴 했지만. 맥주라도 한캔씩 하고 오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어 그냥 김밥 한줄씩 먹고는 헤어져야 했습니다. 런던 갔다와서 기념품 꼭 챙겨줘야겠습니다.
다시 사당역에 돌아오니 12시입니다. 여기 오니, 제가 한 군데 더 가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서울역 근처의 정보통신운동단체. 지난 대추리 자전거 번개때 빌려준 자전거가 거기에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아니면 내일밖에 없는데 내일은 회의가 둘이나 있어 오늘 들렀습니다. 처음 빌려주러 올때도 이 시간에 불쑥 나타났는데, 찾으러 갈때도 이 시간에 불쑥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그때와 오늘, 같은 분이 혼자 계시더군요. 그분에게 저는 어떤 이미지로 남았을까요 ㅋ
놋북 가방과 배낭을 같이 매고 자전거를 몰고 영등포 사무실로 향했습니다. 참 오늘 많이, 다양한 데를 다녔습니다. 게다가 만난 사람들도 다양하고. 환경, 문화, 정보통신, F/OSS 개발자, 후배... 근데 이 놋북 가방이 자꾸 왼쪽으로 미끄러져 제 앞쪽으로 오더군요. 계속 왼팔을 치고, 왼다리에 얹어져 페달링 방해하고, 좀 더 있으면 아예 제 정면으로 와 양 다리를 압박하거나, 제 목을 땡깁니다. 으... 사무실에 오니 왼쪽의 근육과 뒷목이 뻐근합니다.
그동안 바쁘다고 못 들르고, 못 만나던 사람들을 오늘 하루만에, 그것도 반의 반나절만에 다 만났습니다. 열흘 공백을 앞둔 스퍼트 이기도 하겠지만, 정말 오랫만에 정신을 좀 차린 탓도 있는 거 같습니다. 아이디어가 막 쏟아져 나옵니다. 다 어렵다..고 생각했었는데 서로 엮일 수 있고, 이곳과 저곳을 연결하면 동시에 해결하고, 또 추가 효과도 있겠고.. 하지만 일단은 눈앞의 일을 좀 처리해야겠죠. 런던. 그리고 지금의 프로젝트. 지각생은 역시 달리는게 익숙합니다.
p.s 열흘동안 자전거 빌려드립니다. 단 키가 175cm 이상이어야 안전하게 타지 않을까.. 생각중. 자랑하려 이러는거 아닌데, 에이 그냥 자랑합니다. :) 또 다른 거 탐나시면 말씀하삼. 열흘동안 빌릴거. 기타도 빌려드릴까요?
* 기획 중인 "정보통신활동가 네트워크" 그리고 "기술활동 Festival"의 분위기를 사전에 띄우기 위해, 옛날에 써 놓은 글 하나를 위로 올립니다. 한번 보시고 의견들 주시면 좋겠습니다. 런던에 다녀오고, 10월 말 FTA 4차 협상기간이 끝나면 시작해볼까 생각중입니다.
아직 정리되지 않았지만 간단히 얘기하면, "기술활동 Festival" 은 모든종류의 기술(삶-기술까지)에 대해, 주말에 가볍게 모여 그냥 하고 싶은 거 하는, 노하우 공유하고 실험해보고 하는 상시적인 자리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보통신활동가 네트워크는 특히 정보통신활동을 하는 활동가/일반인이(기술만이 아닌 정책활동가도) 모여 친교와 활동, 노하우를 공유하는 가벼운 자리로 기획 중이며, 모인 사람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실무 추진 - 역할 분담"의 방식은 지양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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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술활동가다. 04년 후반부터 활동을 시작하면서 내가 갖고 있는 아마추어 수준의 지식과 기술을 계속 뽑아내며 산다. 2년이 안되는 기간이지만 그 동안에도 IT기술은 많은 변화가 있는데 이것을 따라잡기 위해 부단히 책을 읽고, 적용해 보고 삽질하는 과정을 겪어야 한다.
문제는 기술서적을 읽고 컴퓨터랑 씨름하는 순간에도 현실의 시계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돌아간다는 점이다. 왠만큼 삽질하다 정신차려보면 이미 하루가 다 가 있다. 아니 사실은 그렇게 집중력이 좋은 편이 못돼서 하루가 다 갈동안 삽질만 한다가 좀더 정확한 표현이겠다. 오해 없길 :-D
상근이 아닌 자원활동일때나, 3년간의 휴학기간 중에는 그래도 부담이 없었는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고 나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계속 내 세계에만 갇혀 컴퓨터만 만지고 있기엔 좀 많이 껄쩍지근 하다. 환경단체 자원활동을 1년 정도 넘게 하고 알바와 3개월 계약 상근도 했는데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막상 되짚어 보면 "환경"에 관한 내 지식이 많이 깊어졌거나 환경을 생각하는 자세가 생활화됐거나 한것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영성"이 깨어난것도 아니고 ㅋ
지금은 노동운동 단체에서 활동중인데 역시 이곳에서도 1년이 넘게 있었지만, 그리고 환경단체에서의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를 한다곤 했지만, 역시 내 머리도 다른 사람과 같이 하나고 눈 둘, 귀 둘이며 똑같은 24시간을 공유하다보니 기술적인 공부와 실무만으로도 부족한 시간을 쪼개서 한 공부로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이 되기는 어려운 일이다.
내가 관심이 좀 더 있는 분야는 정보공유운동이고, 관련분야에서 그나마 한국에서 활동이 좀 이루어지고 있는 분야는 정보인권분야라 그 분야 활동가들의 모임에 꼬박꼬박 나가고는 있다. 이것은 다른 사람의 대타로 뒤늦게 결합한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벌써 몇달이 넘게 나갔는데 정보인권분야에 대해 어떤 통찰이 생겼거나 생길 조짐은 그리 보이지 않는다.
나름대로 열심히 일하고 자기관리하고 공부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으려고 하는데도 나는 종종 내 자신이 텅 비어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물론 그것이 내가 알고 있는 지식과 겪은 경험, 쌓아온 고민들의 양과 질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라기보다는, 단지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 다른 사람의 표현을 빨리 해독, 번역하는 능력이 좀 훈련되지 않아서라는 생각을 한다. 내 한탄을 하다가 수습하는 것은 아니고..
많은 기술활동가들 - 분명 그중에는 훌륭한 선배, 후배님들이 많아 풍부한 지식과 경험, 정책적 고민과 기술 실무를 잘 조화시키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내 추측에 대부분의 기술활동가, 혹은 활동에 필요한 기술을 가졌으나 활동에 나서지 못하고 관망하는 분들이 이런 고민들을 갖고 계시지는 않을까? IT노동자, 선후배 공대생들과 얘기해보거나, 혹은 IT분야의 커뮤니티들을 돌아다니면 그들의 사회적 관심이 절대 적지 않으며 오히려 보통 한국 사회의 평균적인 수준 이상의 상식과 안목을 갖고 있음을 발견한다. 물론 여성 문제에 대한 인식 부분은 좀 아쉽긴 하지만..
언젠가 나름대로 존경받는 한 교수분과 술자리를 함께 할 일이 있어 이런 내 생각을 얘기하고 조언을 구해본 적이 있다. 하지만 역시(내가 그분 입장이었더도 뾰족한 수는 없겠지만) 결국엔 "책을 많이 읽으라"는 말씀을 해주실 뿐이다. 물론 너무나 당연한 말이다. 그래도 속으로 "아까 읽던 거 마저 읽고 해봐야 되는데... 언제 읽누 ㅡㅜ" 하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확실히 기술활동가들은 그들의 영역에서 독자적인 언어로 구성된 세계가 있고,
이렇게 구분하긴 그렇지만 정책활동가들은 일상 언어의 구사력이 기술활동가들보다 뛰어나다. 그래서 정책활동가들이 기술활동에 접근하는 것보다는 기술활동가들이 정책활동에 접근하는 것이 더 가능성이 있거나 바람직할지 모르겠다.
분명 두 영역은 서로를 필요로 하고 함께 가야하는데, 이런 소통의 어려움과 영역의 구분이, 그리고 그로 인한 문제들 - 의사 결정과 가치 판단의 문제들이 종종 화합을 저해하는 일이 있다고 생각된다. 테크노크라트에 대한 평가 절하, 활동가 진영 내에서의 낮은 처우나 암묵적인 무시와 배제등이 없지 않다고 본다. 이 문제 자체도 새로운 것은 아니겠지만 해결의 필요성에 비해 특별한 방법이 있어보이지는 않는다.
더 문제를 어렵게 만든다고 생각되는 것은 대체적으로 기술자, 그리고 기술활동가들이 대개 고독을 즐기는 성향(?)이 있다는 점이다. 예측할 수 없는, 가끔 배신하는 복잡한 인간들보다는 정확한 지시만 내리면 대개 예측한대로 충실히 수행하는 컴퓨터, 기계들과 있는 것이 나을 때가 있긴 하다. 어려운 논의로 씨름하는 것보다는 내가 짜던 로직을 완성하고 코드를 구현하는 것이(물론 이런 걸 더 어려워하는 사람이 더 많겠지만) 재밌고 짜릿하다.
어여튼,
일단은 기술 활동가들이 서로 소통을 더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적어도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은 공통의 관심사와 공통의 언어, 그리고 그로인한 비슷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어 대화가 훨씬 용이한데, 일단 이들끼리 먼저 소통을 활발히 하는 거다. 그 다음은, 소속된 단위의 벽을 넘어 공통 사업을 벌이고, 일상 작업의 수준에서도 서로 함께 할 수 있는 범위를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렇게 하는 것은 기술적 협력 자체로 도움이 될 뿐더러 개개인의 역량을 넘어선 큰 기획도 가능하게 할 수 있다고 본다.
내가 잘 아는 두 단체의 경우를 예를 들면, 두 단체 모두 한 사람이 서버관리와 웹프로그래밍을 모두 한다. 한 사람은 서버관리 쪽, 다른 사람은 웹 프로그래밍쪽에 더 관심이 있다. 두 사람이 서로 지식과 경험을 나누며 협력한다면 두 사람과 두 단체 모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양쪽일을 다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그나마 다행인데 대부분의 경우, 그리고 규모가 작거나 재정 기반이 취약한 단위일 수록 이쪽 인력은 구하기가 어렵다. 사람이 없으면 돈이 있거나, 돈이 없으면 사람이 있어야 되는데 대부분 돈이 없으면 사람도 없다. ㅡㅡ; 이런 곳에서도 기술은 활동을 위해 똑같이 필요하다.
만일 모든 시민 사회단체들이 공동으로 출자해서 "시민사회단체만을 위한 IDC 센터"를 설립하여 공동으로 서버를 관리한다면 어떨까? 돈없고 사람없는 단체들도 안심하고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각종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을 거다. "PC정비 자원활동가 모임"이 있어 열악한 단체들 위주로 주기적으로 출장을 나가 PC를 점검해준다면? 컴퓨터가 말을 안들어 받는 스트레스와 업무 차질을 생각하면 결코 작은 도움이 아니겠다. "보안 전문가 그룹"이 있어 대체로 방치되고 있는 사회단체들의 서버 보안을 강화해 주는 것은 어떨까? 혹은 최신 기술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모여 그 기술이 가져올 사회적 파장을 비판적으로 분석해주는 것은 어떨까? 지금 기술에 의한 권력의 감시, 통제 문제가 심각한데 대체로 이슈화 되는 것에 따라가는 정도이고, 한 발 먼저 나가 기술의 방향을 움직이는데는 이르지 못하는데 이런 모임이 있다면 그 시간의 갭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기술과 정책을 구분하는 것은 사실 의미가 점점 적어지고 있다. 정책을 세우면 기술이 구현하는 발상은 낡은 것이고, 기술 결정론까지는 아니더래도 기술의 변화가 정책적 판단과 해석을 요구하는 일이 점점 많아진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 인간이 알아채기도 전에 주위 환경이 변화한다. 이럴때 기술 활동가의 역할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만 그런지는 모르지만 대개 일상의 업무를 처리하느라 바쁘고 자기 발전에 투여할 시간이 부족할 듯 싶다. 최신 기술을 따라가는 것만해도 버거운 정도가 아니라 가능, 불가능의 문제인데 거기다가 활동가로서의 역할이 더해지면 실제로 엄청난 스트레스가 된다. 이런 상황이 저절로 해결되거나 외부에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겠고, 결국 기술 활동가들의 네트워크가 좀 더 활성화되서 발전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되지 않을까?
미디어문화행동 활동을 참여하면서 미디어, 문화 활동 주체들이 네트워킹을 통해 각자의 한계를 넘어선 성과를 얻어내고 각자 지친 만큼 활력과 희망을 찾아내는 모습을 보게 된다. 나 또한 IT기술을 거기에 접목시켜 새로운 가능성을 많이 발견했다. 그런 과정을 통해 과연 뿔뿔이 흩어져 각개격파 당하는 IT기술활동가들은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바라보는게 좋을지.. 혹 이미 한참 뭔가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나만 내 세상에 갇혀 세상 돌아가는 것을 원체 모르고 있는 것인지 걱정된다. 하여간, 독립기술활동가의 TF팀의 필요성에 대한 고민은 계속 키워나가봐야겠다.
작업의 진척이 좀 있어 맘의 여유가 좀 생깁니다. 그러고 나니 풋~ 제 오바질에 살짝 웃음이 나는군요.
서버실은 사람보단 기계를 위한 환경입니다. 그곳은 서버가 다른 요인으로 멈추지 않도록 먼지와 온도, 습도를 조절하구요, 안정적으로 전원을 공급합니다. 여러 서버가 모여 쉴새없이 돌아가는데 "우웅~" (정확히 표현못하겠는데 ^^) 소리가 납니다. 서늘한 바람, 딱딱한 네모만의 공간, 인공적인 것으로 가득찬 그곳에서, 평소에는 묵묵히 일하는 비서지만 비상시에는 사람을 울고 웃기는 무서운 존재인 서버가 있고, 그걸 달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곳에서는 인간과 기계의 관계가 역전되는 느낌입니다. 사람을 기계가 돕는다기 보다는 사람이 기계를 돌보고 떠받듭니다. 제발, 잘 되다오. 착하지? 응? 야! 으.. 화내서 미안 ㅡㅜ
게으름 혹은 치밀함 없음으로 인해 일정이 뭉그러져 할일이 집중된 한 사람이, 그 압박 속에서 그 공간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근래에 그를 혼란에 빠뜨린 일이 있었습니다. 이래저래 환경과 상황에 짓눌린, 평소에도 때때로 소심해지는 연약인이 새벽까지 일합니다. 몸의 에너지가 떨어지자 맘도 불안해지고, 애타게 누군가를 찾게 됩니다. 하지만 그 시간에 외부의 사람들과 직접적으로 연락하는건 사실상 불가능이죠 ㅋ 그래서 그는 불로그에 마구마구 남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을 늘어놓습니다. 글을 썼다기 보다는 이야기를 하는 심정으로. 읽어줄 사람들 앞에 말을 하는 기분으로, 이 모니터 뒤편에 사람들의 모니터가 옹기종기 모여 있어 모두와 대화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으로...
ㅋ 하지만 이제는 햇빛을 볼 수 있는 곳에서, 밥도 먹고, 조금이지만 잠도 자고, 해야할 일도 어느정도 진척이 있으니 상태가 회복되고 있습니다. 이럴때 한강에 자전거라도 타러 나가면 좋긴 하겠는데, ㅎㅎ 마음뿐입니다. 잠깐 블질하고는 다시 하던 일로 돌아가 흐름을 놓치지 않아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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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에도 덧글을 달아주신 분이 계시고, 오랫만에 방명록, 채팅창에도 메시지가 있습니다. 곳곳을 돌아다니며 답을 하다보니 오른쪽 아래에 "월별글목록"이 보이더군요. 오랫만에 한번 눌러봤습니다. 예전에 다시 쓴 걸 보니 귀엽군요. 블로그 처음 만든건 2004년이지만 실제로 좀 쓰기 시작한 건 2005년 가을이던가.. 자전거를 산 때 즈음이었던것 같습니다. 근데 보니 비밀 이야기가 목록에 있습니다. 깜짝 놀랐다가 생각해보니 지금은 내가 로그인을 해서 다 보이는 거고, 비공개로 한 거라 다른 사람은 못 보게 되어 있습니다.
비공개로 했던 글들을 다시 찬찬히 훑어봅니다. ㅋ 재밌군요. 왜 사진을 찍으면 처음에는 이상하게 나온것 같아서 처박아 놨다가, 나중에 보면 나름대로 귀엽고, 특색있고, 사랑스럽고 그러지 않습니까? 글도 처음에는 "나 뭐야 대체 -_-" 하며 부끄러워 숨겨 놨던 글도, 나중에 보면 씨익~하고 웃음이 나오곤 합니다.
그래서 전에 한번 새로 시작한다는 의미로 전부 비공개로 하고 새로 쓰기 시작하다가, 얼마 후 골라 골라 조금씩 풀었는데, 오늘 조금 더 풀었습니다. 내 맘이 더 열린 걸까요 아니면 제 자신을 좀 더 사랑스럽게 바라볼 수 있게 된 걸까요. 아님 그냥 시간이 지나 내가 한 얘기가 아닌 것 같아서 그럴까요 ㅎㅎ
요즘 하는, 이런 식의 블로깅 너무 재밌습니다. :) 누군가 재밌게 읽어준다는 생각으로 얘기하듯이 글을 쓰니 더 그렇습니다. 첨에는 사실 블로거진 올라가고 싶은 생각으로 글을 쓰기도 했는데 *^^* 이제는 뭐 별 개의치 않게 됐습니다. 덕분에 나를 표현하는 것에 조금씩 더 익숙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블로거 리더님들 고맙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