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불로그에는 "친절한 블로거"가 많으셔서, 가끔 제가 포스팅한 것을 "잘썼다"고 얘기해주시는 분이 많습니다. 그런 말을 들으면 당연히 일단 기분이 좋아지고 흥분되며 자신감이 생기고, 불로그를 떠나지 못하고 계속 읽고 읽고 또 읽고 덧글달고 덧글달고.. 하다가 하루가 가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 새벽까지 일을 하게 되죠 -_-
대개 그런 말을 듣는 글들은, "내 경험"에 관한 이야기, 혹은 그것과 연관된 이야기일 때가 많습니다. 또 자포자기하거나, 별 생각없이 쓰기 시작해서 되는데로 쓴 것이 많구요. 딱 한 문장을 말하기 위해 이말 저말 하다가 길어지는 게 많습니다. 확실히 글을 쓸때도, 내가 확실히 모르거나, 직접 겪지 않았다거나, 뭔가 강한 의식을 갖고 쓰면 열에 여덟 아홉은 삑사리가 나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중에도 그럭저럭 건질만 하지만 표현을 안 해주신 것도 있겠고..
기분은 좋지만 사실은 아쉬운게 있습니다.
그건 "잘썼다"고 하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를때가 있다는 건데요. 잘 썼다로 끝나기보단 그걸로 누가 다른 말을 이어가고, 또 이어가고, 다른 곳으로 번지고.. 그럴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그런게 "좋은 글"이 아닐까 생각을 해봅니다.
괜히 하는 말이 아니라 저는 스스로 생각하길, 많은 지적과 보충, 비판이 필요한 사람이라고, 그런 생각을 하고, 말을 하고, 행동을 한다고 느낍니다. 즉, 제가 그럴듯한, 아름다운 이야기를 해서, 읽는 분들이 잘 읽고 해석하고, 다시 숨을 불어 넣어 받아들여주시면 좋긴 하지만, 사실은 내 논리의 허점, 오해, 부족한 지식, 다른 관점, 더 뻗어나갈 점들에 대해 지적받고, 그것에 대해 생각해보고, 트랙백 주고 받으며 토론도 해보고, 그런 과정이 제겐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에 포스팅한대로, 전 "외롭게" -_- 자라서, 혼자 생각하고, 고민하고, 조용히 실험하다 좀 한다 할 수 있게 되면 그제서야 나서고, 그런 편이다 보니 스스로 생각하기에 좀 껄쩍지근한 면이 있다고 보거든요. 치밀하지 않고, 명확하지 않게 써내려가는 부분이 많아서요.
뭐, 결국 저는 "더 많은 트랙백을 원해~" 이말을 하고 싶은거죠. 물론 제 글이라는게 굳이 "뻗어나갈"만한 내용과 형태로, 혹은 적절한 시점을 못 찾은 상태로 던져지는지 모르지만, 그리고 저도 많은 트랙백을 쏘고 한건 아니지만.. 하여간 그렇습니다. "글재"를 얘기해주신 분이 있는데 사실 전 잘 모르겠고 (디디님 말씀대로 "잘하는 건 잘한다고 하고, 못하는 건 못한다고 하"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_-) "말재"가 떨어진다고 생각은 확실히 하기 때문에 글을 통해 의견을 주고 받으며 계속 살아 숨쉬는 대화를 해보고 싶은 거죠. 너무 날카로운 논쟁보다는 가벼운 농담이나 즐거운 아이디어 릴레이, 뭐 이런 것이면 더 좋겠고..
하여간 블로그란 공간이 뭔가 더 "살아 숨쉬는" 공간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번 대추리 자전거 번개에서 살짝 그런게 있었다고 생각되는데요, 채팅방을 열었다가 메신저 채팅으로 바뀌고, 트랙백을 주고 받고 하다가, 오프 번개 해서 밤새 술먹고 놀기도 하고, 같이 갔다온 다음에는 사진, 후기등이 막 쏟아져 나오고... 물론 함께 못하신 분들은 다른 느낌이셨을지 모르지만 제게는 그 과정들이 아주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딴얘긴데요, 얼마전에 진보넷 사람들과 얘기하다 알아차린 사실인데, 지금 제 블로그 오른쪽에 걸린 채팅창은 진보불로그가 아닌 다른 서버에 있는걸 붙여다 쓴 겁니다. 그래서 저 채팅창 코드를 똑같이 자기 블로그에 쓰면, 저 채팅창의 내용은 모두가 공유하게 됩니다. 즉 A, B,C 가 저 채팅창을 고대로 달았다고 하면, A는 B와 C의 블로그에 가 방명록등에 남기지 않아도, 그리고 두번 말할 필요도 없이 저 채팅창을 통해 채팅을 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채널"이 하나 열리는 거죠. 어때요? 재밌겠죠? 한번 붙여보실분? 시험삼아 저랑 채팅창 한번 공유해 보면 어떨지. 가짜 컴과생 연대부터 해볼까? 아님 "한강에서 자전거타다 술마시는 사람들"의 번개 조직할 때 써볼까? ㅋ 또 새버렸군요. 밥먹은거 다 꺼졌으니 이제 다시 일해야겠습니다. -_- 아, 나 완전히 진보불로그 폐인됐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