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언니가 결혼했다.
준비과정은 짧고 복잡했다.
아무튼 40줄 안팎의 3형제 가운데, 맨 꼭대기를 점하고 있던 41세인 그녀의 결혼은
가족으로 볼때는 환영할만한 일이다.
첫째, 자식새끼 셋이 다 마흔줄인데 시집장가 못갔다는 멍에를 둘러쓰고
자괴감과 우울증에 시달리던 부모님한테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 할 것이다.
드디어 우리 부모님도 어디가서 '사위'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고,
또한 할머니 할아버지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가져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둘째, 역시 부모님 입장에서 볼때인데
공직생활을 거치고, 퇴임 이후에 이르기까지 그 무수한 경조사를 챙겨오신 부모님들에게
비록 한 차례일지라도 수금의 기회가 생긴 것이다.
셋째, 아주 이기적인 나의 입장에서 볼때,
부모님은 종종, "언니만 시집가면, 너야 뭐~ 너 하고싶은대로 하고 혼자 살아도 나쁠 건 없겠다"라는
뜻을 간간히 표명해왔기 때문이다.
(물론 언니 혼례식에서 만난 친척 어르신들의 멘트는 정반대였지만... "이젠 니 차례구낫!(강경하게)"
* 한가지 짚고 넘어갈 대목
- 어른들은 늘 우리에게 결혼해야 한다고 말할 때 이유로 드는 것이 "효도"다.
아니, 세상에... 반평생을 함께 살아갈 사람과 정신적 육체적 법적으로 결합하는 중차대한 '결혼'을
효도하기 위해 하라니... 이게 무신 얼토당토않은 개 풀뜯어먹는 소리란 말인가...
그/러/나, 바뜨, 비/유/티...
꼭 활영할만한 일은 아니다.
부정적 의미를 찾아본다면야 수천 수만가지겠지만,
그래도 울 언닌데, 결혼식 뒷날 그 결혼의 부정적 의미를
내가 구구절절 찾아 무엇하랴... 흐흠...
다만, 난 언니 결혼식때 우아하게 앉아 축하하면 될 것이라 상상해왔지만
현실은... 심부름과 기사노릇으로 점철된 매우 피곤한 하루였다는 것...
아무든 일가친척 다 모이는 잔칫날은 가장 경계해야 할 날이다.
겨우겨우 유지해온 평상심을 단 한 순간에 날려버릴 위험이 가장 높은 날.
밥 한 끼 먹는 데 이토록 불합리한 모든 상황이 압축돼 치러지는 일도 없을 것이다.
성차별과 여성착취(여성학대가 차라리 맞는 표현일 것이다)의 절정!!!
(심지어 같은 여성일지라도 직계인지 방계인지에 따라서 노동량이 달라진다는 사실~ )
분명한 것은,
언니 역시, 이후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가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는 것...
그 댓가로 얼마나 큰 '행복'이 주어질 지는 모르겠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