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신의 노트북
나의 화분 2011/02/11 01:56용산참사 유가족 정영신 씨는 가끔 두리반에 옵니다.
안종녀 위원장과는 친자매처럼 지내지요.
비슷한 아픔을 겪는 사람들이 함께 고통을 이겨나가는 모습을 봅니다.
손을 꼭 잡은 둘은 동병상련처럼 다른 철거민들과도 연대하면서 겨울을 이겨냅니다.
오늘은 영신 씨가 고쳐달라면서 노트북을 갖고 왔어요.
이 컴퓨터는 용산 4구역 위원장을 맡았다가 구속된 이충연씨가 쓰던 것인데, 용산참사가 일어난 뒤 증거물로 압수되어 검찰 손에 넘겨졌던 것이랍니다.
마침 두리반에 있던 내게 흔쾌히 맡깁니다.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서요.
용산참사 현장에서 보냈던 2009년이 헛되지만은 않았고, 두리반에서 보내는 2010년과 2011년이 보람된 것은, 국가의 무자비한 폭력으로 큰 고통을 당한 사람들과 내가 매우 가까운 곳에서 인간적인 감정을 나누며 지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지요.
대저 살아간다는 것이 그런 것 같아요. 현장 활동가로 사는 것이 이럴 때 좋은 것 같아요. 흔쾌해질 수 있고, 돈독해질 수 있거든요.
그래서 나는 지금 아픈 기억이 담긴 그녀의 노트북 하드를 깨끗하게 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