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두리반 옥외방송 라디오 진행을 하다가 유채림 선생이 봄이 오면 제일 먼저 피는 꽃이 뭔지 아냐고 물었다.
복수초라고 했다. 샛노란 꽃.
강렬하게 다가왔다. 나는 왜 복수라는 단어가 먼저 떠올랐을까? 꽃이 된다면, 꽃이 되고서도 복수를 하고 싶었다. 그래야 속이 풀릴 것 같았다.
그랬는데, 알고보니 사실은 복과 장수의 꽃이란다. 복을 빌고, 장수를 가져다준다는 이름이 붙어 있는 것으로 보아 사람에게 복과 장수를 염원하는 이름일텐데 갑자기 이것이 너무나 인간중심적으로 느껴졌다. 지금같이 생태계가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망가지고 있는 세상에서는 대자연의 무병장수를 빌어야 할 판이다.
그래서 생태계에 복이 퍼지고, 조화로운 삶을 바란다는 뜻에서 복수초도 괜찮을 듯 싶었다. 그렇게 된다면 나도 더이상 누구에게 복수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나도 복수 같은 거 생각하지 않고 그저 평화롭게 살고 싶다.
복수초에는 두더지하고 혼약 맺은 철없는 공주님이 예비신랑이 준 보석을 버리며 못생긴 두더지는 싫다고 앙탈부리다가 벌을 받아서 꽃으로 변했다는 옛날이야기도 있다고 한다.
문득, 못생긴 두더지를 싫어하는 것이 벌을 받을만한 일인가, 여기에는 또 무슨 도덕적, 윤리적 옭아맴이 도사리고 있을까 생각해보다가 그냥 꽃을 감상하기로 했다.
유채림 선생은 복수초와 함께 봄이 오면 제일 먼저 산비둘기가 구구구 운다고 했다.
꽃이 피고, 새가 우는 곳에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