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에서 제가 쓴 '우회'라는 말에 대해 더 설명해야 할 것 같네요.
제가 '요즘 우회하고 있는 것 같다'고 느꼈을 때 저는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용하는 수단 같은 것'이라는 뜻으로 우회를 사용한 것이 분명히 아니에요.
저는 '비폭력, 평화, 채식주의, 가난한 삶, 걷기'의 길이 그 자체로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가는 길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인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목적을 향해 가는 것이 아니기에 우회는 없겠지만 또한 목적이 없기 때문에 마냥 우회인지도 모르겠어요.
일반적으로 어떤 목적을 세우면 달려들기 마련인 제게 목적이 없다는 말은 '이기겠다는 목적을 갖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긴다는 것은 내가 누굴 꺾고 승자가 된다는 것인데, 사실 이긴다는 것을 상정한 순간부터 비폭력, 평화, 채식주의, 가난한삶, 걷기는 불가능해진다고 저는 보거든요.
이기는 것이 목적이 되면 이와 같은 소중한 가치들은 돌보지 않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목적이 없이 흘러간다는 뜻에서 '우회'라고 표현한 것 같아요.
그리고보니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정의와는 약간 또는 매우 다르네요.
이기겠다는 목적은 갖지 않지만 그렇다고 제 삶에서 방향이 없는 것은 아니죠.
무카이 꼬오라는 분이 말했던 것인데, '져도 져도 지지 않는다'의 길을 저는 스스로 걷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우회라는 것도 지지 않기 위해 길을 걷는 방법을 말하는 것이거든요.
'적'이 나타났을 때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 아니라 그냥 피해버리는 것이 일단 우회의 시작이에요.
하지만 좀더 그 우회의 길을 좀더 걷다보면 아예 적이 나타날 길로는 걷지 않게 되죠.
그런 길로 흘러들어가는 것이 제게는 방향이고요, 적이라는 존재 자체가 사라진 길을 추구하는 것이에요.
그러니까 처음에는 적을 상정해서 우회를 하게 되지만 좀 지나면 아예 적을 상정하지 않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제대로된 우회의 길을 닦고 싶은 것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