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골 기질이 없어졌다나의 화분 2005/02/01 02:07
요즘 부르는 내 노래들에 '반골 기질이 없어졌다'는 말을 들었다.
너무 '올바른 노래' '착한 노래'만 부른다는 것이다.
예전에 부르던 노래들, 그러니까 즉자적인 분노가 가득한 곡들, 훨씬 덜 다듬어지고 훨씬 더 사나운 노래들에 있던 매력이 요즘 노래들에서 사라졌다는 말이다.
언젠가부터 나는 '정치적 올바름'에만 집착했던 것일까?
게다가 비폭력, 평화, 채식주의, 가난한 삶, 걷기 등을 추구하면서 뭔가 '날선 저항' 같은 것이 내 안에서 사라져버린 것인가?
내가 기울이는 노력을 나는 '비폭력 저항'이라고 부르짖고 있지만 기실은 지배자들, 가진자들, 권력자들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 않는 '얌전한 항의'에 불과한 것은 아닌가?
딴에는 절실한 마음을 표현하며 나름의 투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냥 무시해버리면 그만인 '모래알 같은 운동'을 하는 것은 아닌가?
매서운 추위처럼 강하게 몰아치는 겨울바람 같은 저항을 해야 하는데, 평화 운운하면서 뜨듯미지근한 산들바람 같은 활동에 머무르는 것은 아닌가?
지적을 하자면 끝이 없을 것이다.
요점은 반골 기질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가려운 곳을 팍팍 긁어주는 시원함, 답답한 가슴을 뻥 뚫어주는 그 통쾌함이 내 노래들에서는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차피 길거리 음악을 하겠다면 제일 중요한 것은 걸러지지 않은, 정제되지 않은 치열함이지 무엇이 올바른 것인가 고민하며 수십 번 고치고 고친 신중함은 길거리 음악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대한 기로에 서있는 느낌이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난 지금 우회를 하고 있는 중이에요' 라고 말하고 싶었다.
지금은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지금의 평화로운 나와 예전의 날카로운 나를 결합한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당분간은 지금 이 길을 계속 걷게 될 것 같다.
다만 내가 너무 우회를 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항상 내가 어디로부터 왔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성찰해볼 일이다.
귀중한 조언을 아끼지 않은 보리 언니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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