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꼬뮨 현장에서 2010/08/13 00:29GS 건설의 막가파식 개발에 항의하는 두리반 농성이 230일을 넘기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많은 싸움을 해야 했습니다.
남전디앤씨와 싸웠고, 한국전력과 싸웠습니다.
마포구청과 싸웠고 국가인권위와도 싸워야 했습니다.
두리반 단전이 24일째가 되었습니다.
단 하루도 긴급하지 않았던 적이 없었고, 단 하루도 마음 편하게 넘어간 적이 없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GS 건설에 굴종한 경향신문과 싸움을 해야 합니다.
제가 처음 두리반 투쟁에 연대하기 시작했을 때 솔직히 이 투쟁이 어디까지 벌어지게 될지, 어디까지 미칠 수 있을지 몰랐습니다.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그동안 많은 고비들이 있었지만, 두리반과 흔들림없이 연대하고 지지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하루하루 만나면서 저는 두리반 투쟁이 어디까지 가게 되건 함께 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기게 됐습니다.
이것이 전쟁의 소용돌이라면, 이제 우리는 한복판까지 오게 된 셈입니다.
유령시행사 남전디앤씨를 내세워 항상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던 GS 건설이 드디어 경향신문에 압박을 가하는 방법으로 고개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뒤 에서 팔짱을 끼고 두리반이 어떻게 버티고 있는지, 어떻게 싸우고 있는지 스파이마냥 염탐하고만 있었을 GS 건설도 우리가 남전디앤씨를 해치우고, 마포구청을 쩔쩔 매게 만들고, 한국전력도 벌벌 떨게 만들고, 국가인권위도 넘어서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오고 있는 것을 보면서 점점 마음을 졸였겠지요.
그러다가 마침내 이렇게 숨어만 있어서는 두리반 사태가 해결되지 않겠구나 라는 것을 깨달았는지 이제서야 그 더러운 착취의 아가리를 쩌억 벌리기 시작한 것이겠지요.
두리반은, 너희 GS 건설이 짐작하고 있듯 힘없는 두 명의 철거민만이 아닙니다.
단전 24일이라는 매순간 지옥과도 같을 눈물의 고개를 어금니 꽉 깨물고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며 넘어가고 있는 여남은 명의 두리반 활동가들만도 아닙니다.
230 일이 넘는 철거농성 기간 동안 쉴 새없이 이 허름한 농성장을 찾아온, 세상 모든 빼앗기고 짓밟힌 자들이 모두 두리반이며, 가진자와 권력자들만을 위해 짜여진 이 세상을 뿌리에서부터 하나하나 바꿔낼 힘이 지금껏 두리반과 연대해온 사람들 속에서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음을 너희 자본의 깡패들은 도저히 짐작조차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당신들은 지금껏 팔짱을 낀 채 뒤에서 쑥덕거리기만 했겠죠.
나는 아직도 두리반의 싸움이 어디까지 커질 지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이제 나는 두리반의 싸움이 어디에 와있는지 명확하게 알게 됐습니다.
바 로 이 땅의 모든 산과 강과 갯벌과 토지와 바다와 들을 무자비하게 파헤치고 그 희생을 바탕으로 막대한 이윤을 챙기는 토건자본, 그리고 그 자본을 엄호하는 정부관료와 정치인들, 그들로부터 떨어지는 떡고물을 받아 챙기는 언론과 지식인들까지, 한마디로 하자면 한국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 바로 그 심장부에 지금 두리반 싸움이 와있다는 것입니다.
거대한 한 판 싸움을 앞에 두고 태풍의 눈 속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지금 제 마음은 고요합니다.
573명의 사람들이 단 며칠만에 적극적으로 이 두리반 싸움에 연대해주었습니다.
나 역시 유채림 선생처럼 그 분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소리내어 읽어봅니다.
따뜻하고 고마워서 마음 속에서 눈물이 나오려고 합니다.
우리는 지금 가장 멋지고, 가장 선명한 싸움을 하려는 이 시대의 증인들입니다.
이제 우리는 천 명이 될 것입니다.
곧 우리는 만 명이 될 것이고, 저 자본의 푸른 기와집을 뒤흔들 백만의 함성이 될 것입니다.
지금 바로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서, 함안보에서, 4대강에서, 나아가 이 땅 모든 지역에서 막개발의 삽날을 멈추지 않는다면, 다시 한번 쩌렁쩌렁한 백만의 함성소리를 듣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엔 아침이슬을 들으며 뒷산에서 눈물 따위나 흘리도록 우리가 내버려두지도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