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를 내 순례길을 떠난다
나의 화분 2010/07/13 14:404대강 파괴 저지 낙동강 순례에 간다.
이번에 가지 않으면 너무 늦을 것 같다.
아니, 어쩌면 너무 늦었는지도 모른다.
이미 파괴되어 가는 저 강의 모습을, 그 고통을 찬찬히 대면해보기로 한다.
낙동강 순례를 가려고 생각하니 2005년 2월에 새만금 갯벌을 따라 군산에서 계화도까지 일주일 동안 걷던 바닷길, 지금은 죽어버린ㅠ, 생각에 가슴이 무거워졌고, 그 참상을 대면할 용기가 내게 있을까, 그리고 잠깐이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4박5일간 내려 놓고 순례에 참가할 수 있을까 고민을 했지만, 일단 가기로 했다.
애써 눈을 감는다고 사라질 현실이 아니다.
다시 가본 성미산에서는 더 많은 나무들이 베어져 있었다.
벌목 작업은 계속되고 있고, 생태숲은 훼손되고 있다.
지금 이 시각에도 멕시코만 깊은 곳에서는 유정에서 터진 검은 원유가 10만 배럴씩 쏟아져나오고 있는데, 그걸 보면서 나는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뒤 죽어간 사람들의 눈물이라고 생각했다.
눈물은 해양생태계를 오염이라도 시키지 않지만, 원유는 그저 모든 살아 있는 것들에게 재앙이 되고 있다.
숨이 막혀 죽든, 메마른 사막으로 내동댕이쳐져 죽든, 번들거리는 독성 기름에 온몸이 발라져 죽든, 큰물에 휩쓸려 죽든, 하루아침에 살 곳을 잃고 쫓겨나 굶어 죽든 하루하루 시간이 흐를 때마다 그들이 점점 죽어간다고 생각하니 무어라도 하고 싶은데, 가슴이 아프더라도 먼저 차분히 바라보고 있으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저절로 깨닫게 될 것 같다.
그래서 다시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순례길을 떠나보기로 한다.
무수한 사람들이 이미 거쳐 갔던 길을 담담히 그리고 굳세게 걸어갈 것이다.
* 지율 스님의 블로그 http://blog.ohmynews.com/chorokgm/337585 에서 퍼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