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
나의 화분 2010/04/07 17:07책상 위의 식물이 죽어가고 있다.
항상 돌본다고 마음을 썼는데, 실제로 하는 일은 없이 그저 바라보기만 했던 것이다.
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물을 조금 준다.
너무 많이 줘도 안되고, 너무 적게 줘도 안된다고 하기에 그 적당량을 찾느라 애를 쓴다.
햇볕은 충분한 것 같다.
망원동 사무실은 채광이 잘 되고, 또 밤이 되면 형광등도 늦게 까지 켜져 있으니 빛이 부족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리고 애초에 빛이 부족해도 잘 자라는 식물을 골랐던 것이다.
이 친구가 죽으면 마음이 아플 것 같다.
난 무엇이든 잘 기르지 못하는 것일까?
1년 반이 지난 고양이들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긴 하다.
애정이 부족한 것일까?
항상 마음 속으로는 생각을 하는데, 그리고 그것이 사랑이라고 느꼈는데, 그것을 어떻게 표현할지는 잘 몰랐다.
그냥, 내가 이렇게 좋아하면 너도 날 배신하지 않겠지, 라고 믿으며 시간을 보내온 꼴.
지금껏 살아오면서 몇 차례 배신을 당했다.
물론 내가 배신을 한 경우도 많을 것이다.
어쩐지 내가 배신을 한 것은 별로 기억에 남아 있지 않은데, 내가 배신을 당한 것은 잊혀지지 않는다.
나와 같이 운동을 하다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떠나버린 사람들, 지금은 모두들 잘 먹고 잘 지내고 있겠지만, 나에겐 커다란 상처로 남아 있다.
그런 사람들에 대해 나는 원망을 많이 하는 편이다.
역시나 드러내놓고 표현은 별로 하지 않지만, 마음 속으로 그들에 대해 원망을 많이 했었다.
나만 남겨두고 그렇게 가버리면 어쩌란 말이냐.
상황은 점점 힘들어지는데, 사람은 점점 줄어드는데, 운동은 점점 위기로 빠져드는데, 너까지 그렇게 도망가버리면 남아 있는 사람들은 3-4배 고생을 해야 하는데, 너 혼자만 좋자고 내뺄 수 있느냐....쏟아붓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그들 나름대로 절박한 이유가 있을 것이기에, 겉으론 그냥 이해하는 척 했을 것이다.
그렇게 몇 년을 묻어두고 눌러온 배신의 상처에서 어느날 나도 모르게 갑자기 피가 흐르며 고통이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 앞에서 내가 이유 없이 화를 내고 있을 때, 난 몰랐다, 그것이 내가 오래 전에 당한 배신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아서였음을.
이래저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