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소금상을 받았다
꼬뮨 현장에서 2009/12/11 00:10인권소금상을 받았다.
행동하는 라디오를 통해 열심히 활동한 것이 인정을 받아서 기쁘다.
아마도 중학교 이후 내가 무슨 상을 받아본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그래서 약간 어색하기도 하다.
용산참사를 해결하기 위한 이 몸부림이 그만큼 힘들고, 중요하고, 절박하고, 고통스럽고, 지난하면서도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투쟁이라는 것을 이 상장이 보여주는 것 같다.
상장에는 이렇게 쓰여있다.
"이 종이 한 장이 우리들의 싸움에 힘이 되기를."
나에게는 무척 힘이 된다.
레아로 돌아와 상장을 걸어놓으니 사람들이 묻는다.
상금이 얼마냐고.
푸핫.
이것은 무슨 상금이 있는 그런 식의 요식행위와는 차원이 다른 성질의 것이다.
뜨거운 지지와 사랑스런 연대 그리고 간절한 소망이 녹아 있는 것이다.
인권소금상이 힘이 되긴 했나보다.
오늘은 하루종일 비가 부슬부슬 내려서 넝쿨과 남일당에서 저녁을 먹으면서 1인시위음악회는 하지 못할 것 같다고 이야기 했었다.
그러다가 불현듯 이까짓 비가 조금 내린다고 행동을 멈춰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찾아왔다.
무슨 깨달음 같았다.
설거지를 하고, 노래 준비를 시작했다.
목요일, 아무도 없는, 나 혼자서 1시간을 버텨야 하는 날.
그럼에도 노래가 술술 나왔다.
준비도 없이 노래를 시작했는데, '라'음도 무리 없이 올라가고 오늘따라 절실한 감정이 마구 묻어나왔다.
앰프가 터지도록 기타를 치면서 소리를 지르다가, 또 때로는 당장 눈물이라도 쏟아져 흐를 듯 흐느끼며 읊조리기도 했다.
올해 안에 장례를 치르려면 지금부터 준비를 시작해야 하는데, 어쩌면 2009년이 넘어가게 되겠구나, 절망스런 생각도 들고, 또 오후에 아마도 서울구치소에서 왔을 두툼한 편지를 읽으며 눈물을 훔치던 정영신 님과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싶어도 아들이 얼마 전 군대에 갔기 때문에 하소연을 담은 문자마저 보낼 사람이 없다는 권명숙 님 생각에, 세월이 흐르고 흘러 다시 겨울을 맞이한 남일당을 지키고 선 철거민들이 눈에 밟혀서 이건 노래인지 절규인지 한풀이인지 굿인지 모를 쇼를 1시간 20분 동안 벌였다.
그렇게 오늘은 목숨을 걸고 노래를 했다.
완전히 탈진이 되도록 노래를 했더니, 모금함에 지폐가 수북하게 쌓여 있다.
진심은 통하는 것일까.
언제부터인가 남일당 본당 이강서 신부님은 정성을 다해 그리고 목숨을 다해 기도하자는 말을 매일 하는데, 나는 오늘 정성을 다해 그리고 목숨을 다해 노래를 했다.
평소에 대충 노래를 할 때는 천원, 2천원 들어 있던 모금함에 오늘은 무려 4만원이 들어 있다.
이 돈은 레아 운영비로 소중하게 쓸 것이다.
용산엔 목숨을 건 사람들이 많다.
나는 내가 이렇게 매일 하루하루를 버틸 수 있는 힘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스스로도 놀랄 때가 있는데, 그건 아마 목숨을 걸었기 때문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