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고구마는 최고의 야식!
꼬뮨 현장에서 2009/11/19 23:29가슴이 아프다.
무엇보다 용산 현장의 분위기 때문에 가슴이 많이 아프다.
나는 그냥 하던대로 노래를 하기로 한다.
지금 상황에서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온힘으로 노래하는 것밖에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오늘은 1인시위음악회에 관객이 4명이나 있었다.
추운데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키면서 내 노래를 들어준 사람들이 4명이나 있다.
감격이다.
오늘은 경향신문 기자도 와서 노래하는 모습 취재를 해갔다.
요즘 용산 현장에서 진행되는 일이 별로 없다면서, 그나마 1인시위음악회가 움직이고 있다고 한다.
300일이 넘게 참 질기게 싸웠지.
다시 힘을 내자.
어제 명동에서 있었던 경찰의 폭력만행을 녹음했는데, 행동하는 라디오로 만들려고 다시 들어보았다.
힘들다.
그 비명소리며, 경찰의 군화발 소리며, 질질 끌려가는 소리며, 왜 연행하냐면서 울부짖는 소리며, 고통에 찬 소리들이 너무도 생생하게 다가와서 도저히 편집을 하지 못하겠다.
눈을 희번덕거리며 마치 승냥이 떼처럼 달려들던 바퀴벌레들의 무자비한 모습이 너무나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서인지, 아직 객관적으로 대하지 못하겠다.
그 야만의 현장에서 약간 거리를 두어야 라디오 편집이든 뭐든 할 수가 있는데, 지금의 나로선 거리두기를 하지 못하겠다.
솔직히 나도 예쁜 노래, 포근하고 따사로운 노래들 라디오로 내보내고 싶다.
누군들 비명이며 절규가 난무한 악다구니 소리파일을 듣고 또 들으며 편집하고 싶겠는가.
그냥 적당히 아름답고 적당히 순수하게, 그리고 말끔하고 세련되게 하고도 싶고, 사실 그렇게 할 수도 있다.
그런데 현실을 보면 그렇게 할 수가 없다.
보수 할아버지들도 오바마를 환영하며, 더불어 북한을 공격하자는 집회를 열던데, 그 사진들을 보고 있자니 살기와 증오가 느껴져서 마음이 너무 괴롭고 불편하다.
11월 18일 저녁 서울 명동에서 경찰도 역시 살기와 증오로 무장하고 있었다.
살기와 증오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참 끔찍한 일이다.
나는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을 뿐인데, 왜 그런 혐오와 증오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가.
명동에서 열렸던 반전 촛불문화제가 설령 경찰의 눈에는 불법집회의 현장으로 보였을지 몰라도, 내게는 문화공연이 펼쳐지는 무척 중요한 활동공간이었다.
그리고 우리의 노래를 듣던 사람들에게는 무척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마음껏 전쟁을 반대하는 염원을 표출할 수 있는 자리였을 것이다.
그 공간에 경찰이 난입해 난장판으로 만들어버렸다.
짓밟고 때리고 사람들을 질질 끌고갔다.
우리의 평화로운 행동이 왜 저들의 증오와 멸시의 화살을 받아야 하는가.
그리고 내가 노래할 권리를 저들은 왜 이토록 무자비하게 짓밟아야만 하는가.
(내가 어디서 노래하든 니들이 뭔데 멋대로 난입해서 아수라장을 만드냐?, 이 XX들아)
나는 많이 손상되었다.
그것을 안다.
근묵자흑을 경계하면서 나는 최소한 바퀴벌레들과는 다르게 살아야지 되뇌지만, 그렇게 속수무책으로 살기를 받을 때 나도 모르게 적개심을 강하게 표출하고 만다.
적개심을 표하는 것은 실은 두려움 때문이다.
나 역시 두려워서 증오가 끓어 올랐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경찰들은 우리가 두렵지도 않았을텐데 왜 그런 적개심으로 무장하고 있었을까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나는 적개심이 싫다.
내가 싫어하는 것에 자꾸 노출되는 바람에 나는 손상되고 있는 것이다.
적개심은 우리의 눈을 가로막는다.
남일당 망루 진압작전에 투입되었던 경찰특공대원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나.
적개심 때문이라고.
그래서 원래 적개심을 없애나가는 것이, 그리고 그런 적개심이 아예 들어설 수 없도록 구조를 바꿔나가는 것이 평화운동이라고 믿었던 나는 어느새 그 적개심과 살기와 증오와 혐오를 가진 존재로 변하고 있다.
온당한 적개심이 있다는 것도 알고, 때로는 살기가 등등하게 행동해야 될 때가 있다는 것도 나는 안다.
자신을 지키면서 운동을 하기란 쉽지 않다.
사람들이 떠나간 레아에 있으면서 이주노동자 단속반대 웹자보를 만들고(이러다 습관되면 일이 더 늘어나는데ㅠ), 알리고, 이런저런 궁리를 하다가 너무 춥고 배가 고파서 재우 아저씨 보고 고구마를 좀 구워 달라고 부탁했다.
오랜만에 레아 1층에 따뜻한 온기가 피어 오른다.
군고구마야말로 최고의 야식이다.
고구마를 레아로 보내준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며 지금 따끈따끈 갓 구워진 군고구마를 먹으며 이 글을 쓴다.
내게 군고구마를 구워주는 친절한 재우 아저씨는 전에 용산 현장에서 사복 형사들에 의해 납치된 적이 있다.
사복 형사들은 쥐새끼들처럼 몰래 다가와서 재우 아저씨에게 거짓말로 음료수 박스를 좀 옮겨달라고 도움을 청한 뒤 방심한 상태에 있던 재우 아저씨를 납치해 승용차에 태우고 내뺐다.
우리는 갑자기 사라진 재우 아저씨의 행방을 몰라서 발을 구르고 있는데, 마침 근처 고깃집 주인이 누가 납치되는 이상한 광경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들어서 그 승용차 차량번호를 적어 두었다며 알려왔다.
우리가 나중에 확인해보니 그 승용차는 **경찰서 소속으로 나왔다.
경찰은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거나 영장을 제시하거나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나온바 자신의 소속과 이름을 밝히고 공무집행을 한 것이 아니었다.
이것은 분명히 공무집행을 빙자한 깡패들의 납치였던 것이다.
우리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해 이 사실을 알렸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사건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인권침해 진정을 기각한다는 통지서를 오늘 보내왔다.
편지에는 자세한 내용도, 기각의 사유도 없고, 그냥 진정에 대해 기각한다고만 두 줄로 나와있다.
참, 기막히는 세상이다.
대낮에 조직폭력 깡패처럼 보이는 건장한 사내 네 마리에게 납치되거나, 저녁 촛불문화제에서 노래하다가 경찰에 맞고 연행되어도 찍소리 못하고 살아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