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약돌
살아 꿈틀거리는 아나키 2008/11/07 13:48노동자들을 일회용 제품처럼 부려먹고, 맘대로 해고하는 자들이 떳떳하게 살아가는 세상.
자본주의 체제는 노동자들만 일회용 제품처럼 부려먹지 않는다.
그것은 이윤이라는 이름으로 제3세계를, 환경을, 나무와 물 그리고 여러 자원을, 존엄성을 갖고 살아야 할 모든 생명을 일회용품으로 만들어, 착취하고 폐기하고 있는 체제다.
먼지와 천식, 기관지염 그리고 손가락 절단 등의 위험을 무릅쓰고 노동조합 결성의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면서도 이 노동자들은 장인정신으로 혼을 불어넣은 기타를 만들어왔다.
그 회사 사장님은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어 인간답게 노동하고 싶다고 하자 회사를 중국과 인도네시아로 옮겨버린다.
그곳에서 착취를 하면 되니까.
다시 그곳 노동자들을 노예처럼, 일회용품처럼 부려먹으면 되니까.
콜트/콜텍 노동자들이 만든 기타를 들고 나는 어디에서 무슨 노래를 부르며 무엇을 하고 있는가.
나는 내 기타가 죽창이고 비수이길 바란다.
그런 마음으로 노래를 만들고, 악을 쓰며 팔을 휘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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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약돌
콜트 농성장에서 나를 처음 본 사람이 내 이름을 조약돌이라고 부르는데
옆에서 누군가는 '조약돌이 아니라 조약골이에요' 라고 한다
내 이름이 무엇이건
내가 가진 힘이라면
그들이 가진 탱크와 수갑, 쇠창살에 비하면 그저
팔매질로 던져보는 조약돌 하나
강해지고 싶었어
다시는 이런 억울함 겪지 않도록
그래서 사람들이 나보고 약골이라고 놀릴 때가 가장 싫었는데
강해진다는 것은 무엇일까
힘이 세다는 것은 또 무엇일까
골리앗을 쓰러뜨릴 수 있을까
조약돌이 하나하나 모이면
그들의 미사일, 핵무기도 막아낼 수 있을까
약자의 살을 물고 뜯어먹는 힘센자의 체제
자유무역으로
지구 끝까지 쫓아가
뼛속까지 빨아먹는
흡혈귀의 체제
1%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99%의 피눈물을 흘리는
끝나지 않은 노예체제
그 체제의 위기가
글로벌 금융자본주의의 위기가 도래했다
빼앗긴 자들이 나서지 않으면
가진자들은 10년 더
20년 더 수탈을 이어갈 뿐
대안이 있냐고
체제가 망하면 어떻게 사냐고
불안하다고만 말하지 말자
지금의 세상이 잘못되었다고 느낀다면
그대와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조리 말해보자
하나하나 차츰차츰 우린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갈 것이다
먼저 3가지를 실천하자
세금을 내지 말자
구제금융 규제완화 재벌특혜로 자본가들의 배만 불릴 뿐이다
수천억원 사기친 자본가들에겐 집행유예 사회봉사 사면복권
그들을 위핸 만들어진 체제에서 우리에게 선택권은 아예 없지
한두번의 실수로 빚을 지고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홧김에 술을 먹고 전과자가 되거나
배고프게 살다 서럽게 자살하거나
텔레비전을 켜고 잠시잠깐 위로를 받을 뿐
텔레비전을 보지 말자
왜 내가 빈곤한지
왜 내가 불안한지
왜 희망은 자꾸 멀어져만 가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거기엔 거짓말만이 가득할 뿐
투표를 하지 말자
나의 힘을 정치꾼에게 팔지 말자
주인이 되어
나의 권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먼저
저들이 늘어놓는 거짓말에 속지 않아야 한다
이번엔 나아지겠지
이 사람은 다르겠지
조금이라도 변하는 것이 있겠지
그런 기대
10년전에도 100년전에도 마찬가지였었어
빼앗아간 자들은 항상 똑같은 사탕발림을 늘어놓았지
때론 위협도 하고 때론 위로도 하면서 말야
한 표만 줍쇼
구걸하던 자들이 어느새 네 손목에 수갑을 채운 뒤 몽둥이를 들고 널 후려치겠지
투표 한 장에 무기력해진 넌 이번엔 바꿔보겠다고 나선 또 다른 자에게
새로운 기대를 걸겠지만
100년 후에도 변하는 건 없을 걸
그래야 자본주의가 망한다
그래야 악취 나는 국가가 스르르 없어져버린다고
눈물을 머금고
주먹을 꽉 쥐고
투쟁에 나선 사람들
언제까지 이렇게 싸워야 하나
우리가 저들에 맞서 싸우기만 하면
세상은 나아질까
노예생활을 벗어날 수 있을까
나 대신 다른 노예가 생겨나진 않을까
혁명은 오지 않는 것일까
다리를 놓을 수 있다면
그 심연을 메꿀 수 있다면
내가 그 다리가 될 수 있다면
투쟁과 혁명을 잇는 다리가 있다면
그것은 너와 내가 손잡고 엮어갈 반란의 그물이야
썩어빠진 체제 위에 널리 드리울 저항의 그물이야
개발과 탐욕과 착취를 잠재울 가난과 공생과 협동의 그물이야
허리를 반으로 가르고
세계를 국경으로 가르는
분단과 단절을 넘어설 거대한 연대의 그물이야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나 김일성 김정일이나
지독히도 권위적인 군사독재로
우리들 마음에 휴전선을 그은 건 마찬가지였었네
그래서 우리 이제 총을 내리자
저 철조망을 걷어내고 장벽을 넘어가자
바늘과 실을 들고
새로운 희망을 그물을 한 땀 한 땀 짜내자
나는 노래하고
너는 춤추고
그렇게 서로에게 다리가 되어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