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를 앞둔 주민들에게 보내는 편지
꼬뮨 현장에서 2007/03/15 16:42요즘 대추리 촛불행사장에 가보면 한 쪽 구석에서 고개를 떨구고 계시거나, 눈물을 훔치는 주민들의 모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
만약 대추리와 도두리를 아름다운 평화마을로 계속 남긴다고 생각을 해보세요.
이주를 앞둔 주민들에게 보내는 편지꼬뮨 현장에서 2007/03/15 16:42돕헤드님의 [대추리는 평화인권보호구역이다] 에 관련된 글.
돕헤드님의 [대추리 주민들에게 노벨평화상을!] 에 관련된 글.
오늘도 편지 한 통을 썼다.
이주를 앞둔 대추리, 도두리에 살고 있는 모든 주민들에게 보내는 편지다.
이 일개 편지를 고맙게도 천주교인권위원회가 내는 '교회와 인권'에 수록해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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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를 앞둔 주민들에게 보내는 편지
요즘 대추리 촛불행사장에 가보면 한 쪽 구석에서 고개를 떨구고 계시거나, 눈물을 훔치는 주민들의 모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생이별하게 되었을 때의 상황을 어떻게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그 땅은 가족이자 자식이자 애인과도 같은데.
저는 주민들이 지금까지 얼마나 열심히, 모든 것을 바쳐서 투쟁해왔는지 잘 알고 있어요.
주민들이 해야 할 몫의 백 배 아니 천 배 이상 해냈다고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런 주민들은 제가 세상에서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사람들이에요.
평택평화항쟁에서 이 주민들만큼 열심히 싸운 사람들이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최선을 다하신 주민들은 언제나 멋진 분들이세요.
2006년은 한국의 평화운동에 있어서 괄목할만한 일들이 많이 일어난 해였어요.
온몸으로 방패를 밀쳐내고, 초등학교 정문을 맨몸으로 막아서고, 포크레인에 올라가고, 불도저 밑으로 기어들어가는 나이드신 주민들과 활동가들을 보면서 비로소 한국사회는 뚜렷하게 비폭력직접행동을 목격하게 되었지요.
‘아, 저것이 바로 평화적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구나’ 깨닫게 된 것이에요.
집을 지키기 위해 지붕 위에 올라서서 쇠사슬에 몸을 맨 사람들의 모습이야말로 폭력과 불의에 평화적으로 저항하는 생생한 모습이었지요.
평택이 아니었다면 결코 볼 수 없었을지도 모르는 자랑스런 모습들이었지요.
이렇게 뇌리에 박힌 우리들의 투쟁은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입니다.
대추리, 도두리가 끝내 사라지지 않을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어요.
제가 잊지 못할 것 중 하나는 주민들이 내세운 구호들이에요.
그중 하나가 바로 제가 노래로도 만들어 본 것인데, ‘올해도 농사짓자’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감동적인 외침이 보다 널리 한국사회에 울려퍼지도록 해야 해요.
왜냐하면 ‘농사를 지으면 평화가 온다’는 이 심오하고도 가장 단순한 철학을 이 척박한 사회는 아직 제대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체결로 아예 농업은 존재조건마저 사라질 위기에 놓인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한국의 농민들을 대표해서 평택의 농민들이 보여준 이 생명평화의 저항은 과연 무엇이며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만약 대추리와 도두리를 아름다운 평화마을로 계속 남긴다고 생각을 해보세요. 한국의 민주주의 역사에서도, 그리고 평화와 인권의 측면에서도 이것은 획기적인 일이 된다고 봅니다.
주민들의 자치로 일궈가는 아름다운 평화와 예술의 마을이자 국제적으로도 유명한 평화순례지가 될터인데 지금 우리는 이렇게 소중한 곳을 포기하고 미군에게 전쟁기지로 내주려고 하고 있어요.
미군이 이라크를 침공한지 벌써 4주년이 되었고 이라크에서 사망한 사람이 60만 명이 넘는다고 하는데, 지금으로부터 10년 후에, 지금 이라크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과 똑같은 상황이 한반도 지역에서 벌어지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지금 우리는 어떤 행동을 해야 할까요?
미군기지가 평택으로 모여들기 위해 그곳에 살고 있는 농민들을 몰아내고 있습니다.
미군은 마침내 한반도에서 전략적 유연성을 획득해 신속기동군화 작업을 속속 진행하고 있어요.
이 시점에서 평택을 지키는 것은 앞으로 10년 후 이라크와 같은 상황이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것을 막아내는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10년 후 한반도에서 죽어갈 60만 명의 목숨을 살리는 일을 지금까지 주민들이 해오셨어요.
이제 그 고귀한 일을 남은 사람들이 이어 받아야겠습니다. tag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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