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거리부흥회를 한다평화가 무엇이냐 2004/12/08 02:48
그래, 요즘 우리가 하는 것은 '거리부흥회'다.
뭔가 정해진 틀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사람들의 동참과 흥겨움을 이끌어내기 위해 그때그때 분위기에 따라 최선을 다하는 것.
노래를 부르다가 갑자기 기타를 벗어던지고 머리카락을 공중에 흩뿌리며 춤을 추는가 하면 돌아가면서 소리를 지르고...
그냥 자연스럽게, 그냥 자유스럽게 몸이 가는대로 마음이 가는대로 내버려둔다.
나의 몸짓이 너의 몸짓이 되고 또 그렇게 뭉쳐서 하나의 굿판이 벌어진다.
12월 7일 화요일 혜화역 4번 출구의 거리부흥회는 연세대에서 열렸더랬다.
원래 내가 퍼포먼스 대본을 짜가기로 했었다.
The Living Theatre 의 퍼포먼스 연극 Not In My Name 을 참고해서 만들기로 하고서는 내가 만든 아이디어를 사람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미군 복장을 한 고철이 총을 들고 이라크 여인으로 분장한 나무를 눕히고서는 나무가 서있던 박스 위로 올라가 주위를 둘러보며 모여 있던 일반인들까지 총으로 위협하다가 보리가 내미는 레드 카드를 받고 결국 법정으로 소환된다는 대강의 줄거리였는데, 너무 뻔한 내용이어서 사실 그리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먼저 국민체조를 하고 고철과 보리가 새롭게 준비해가지고 온 춤곡에 맞춰 춤을 췄다.
예기의 퍼포먼스가 이어지고, 뒤이어 내가 노래 2곡을 불렀다. 오늘은 연세대에 꽃마차가 와있었고 사운드도 빵빵해서 나는 가지고 간 반주씨디에 맞춰 '자이툰 부대, 들어!'와 '국적을 넘어서'를 불렀는데,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들은 아무런 계획없이 그저 춤곡을 계속 틀어놓고 1시간 동안 춤을 추기로 했다.
보리언니의 생각이었는데, 즉흥성에 맡긴 것이다.
그래서 우리들은 되는대로 몸을 흔들며 발광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발광을 하고 있자니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무슨 굿판이라도 벌어지나?' 하면서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래, 지나가던 살람과 하이셈과 이동화 씨와 함께 우리의 굿판을 지켜보고 있다.
이른바 '이라크 해방굿'이었던 셈이다.
이라크 해방굿으로 끝난 오늘의 거리부흥회는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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