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담근 채식 김치식물성의 저항 2006/12/11 22:32행복한 밥상이란 이런 것이겠구나.
방금 전 저녁밥을 먹었다.
대추리 마을 사람들과 함께 담근 채식 김치를 반찬으로 해서 두부와 김을 곁들여서 말이다.
노래를 부르며 지쳤던 몸이 이 채식 김치 반찬 하나로 다시 싱싱해졌다.
일요일에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아톰 감독이 만든 '우리가 대추리로 가는 이유'를 상영했는데, 이걸 보러 서울에 올라왔다.
서울에서 며칠 지낼 예정이어서 미리 김치를 도시락에 싸들고 올라온 것이다.
이 맛있는 채식 김치는 저번에 지킴이네 집이랑 들소리에서 공동으로 김장을 담글 때 마을 사람들이 채식주의자인 나를 특별히 배려해서 생선이나 젓갈 등 동물성 음식을 일체 넣지 않고 만들어주신 고귀한 반찬이다.
난 이 김치를 받고서 너무나 감격해서 정말이지 마을 사람들에게 큰절이라도 올리고 싶었다.
마을에서 지킴이들이 직접 재배한 배추를 뽑고, 나머지 모든 재료들을 직접 다듬었다.
쪽파를 다듬고, 마늘을 까고, 무를 뽑아 껍질을 깎은 다음 채썰고, 생강을 다듬고, 그밖에 다른 재료들도 모두 다듬어 김장 준비를 했다.
내가 먹는 음식이 무엇으로 만들어지는지 직접 확인하고 이 두 손을 움직여 손수 만들어낸다.
채식을 하는 가장 커다란 즐거움이 여기에 있을 것이다.
게다가 대추리 마을 분들의 정성과 마음 씀씀이까지 담겨 있다.
레바논 민중들에게 난로를 보내기 위해 노래를 부르고 서대문 아랫집으로 돌아와 밥을 하고, 반찬을 준비한다.
대추리에서 미리 채식 김장김치 한 포기를 칼로 먹기 좋은 크기로 잘 썬 다음 국물이 새지 않게 그릇에 담고 다시 비닐로 한 번 더 포장을 해서 가방에 넣어서 서울로 갖고 왔다.
그리고 그 뚜껑을 열었을 때 풍겨나오던 아직 익지 않은 풋풋한 채식 김치의 상큼한 냄새를 잊을 수 없다.
그 잔잔한 감동의 순간을 카메라에 담았다.
목수M은 대추리를 '채식주의자들의 무덤'이라고 농담삼아 부르곤 한다.
거기에 살던 어떤 지킴이도 순수한 채식을 그만두었다면서 마을에서 오래 살려면 어쩔 수 없이 채식을 포기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해는 한다.
마을에서 주민들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말이다.
자신이 먹고싶은 것만 먹을 수 없고, 하고 싶은 것들을 모두 할 수 없는 그 '마을에서 살아간다는 것의 특성', 나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렇지만 나에게 있어서 채식을 포기한다는 것은 저항을 포기한다는 것이고, 싸움을 포기한다는 것이다.
국방부가 주민들을 회유하고 협박하고 강요하고 설득해서 저항을 포기하고 마을 밖으로 나가라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
나는 끝까지 나의 저항을 포기하지 않을 작정이다.
대추리에서 채식을 하면서 살아가겠다는 것이다.
아니, 그것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다.
채식주의자들의 무덤이 아니라 이곳을 '채식주의자들의 천국'으로 만들 것이다.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직접 길러 먹는 가장 심오한 즐거움을 누리도록 할 것이다.
그래서 다시금 나는 '내년에도 농사짓자'는 구호를 가슴에 새겨 넣는다.
대추리 꼬뮨에서 모든 저항의 실험을 펼쳐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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