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참 좁다

경계를 넘어 2004/11/30 16:03

 

흔히들 세상은 넓다고 말한다.

얼마 전 일본에 갔을 때에도 '세상은 참 넓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보지 못했던 것들, 내가 몰랐던 것들로 이 세상은 가득 차 있는 것 같았다.

 

낯선 땅 일본.

그곳에 난 나와 비슷한 운동을 하고 있는 아나키스트 친구들을 만나러 갔다.

글로만, 이름으로만, 사진으로만 봤던 사람들을 직접 만나 인간적인 유대감을 높이고 싶었다.

그리고 반전과 저항의 축제가 열리던 행사장에서 우연히 필리핀에서 온 아나키스트 한 명과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아나키스트들에겐 국경이란, 민족이란 별로 의미 없는 장벽에 불과하다.

(대개는 그렇다)

필리핀 아나키스트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가 그 친구가 마닐라에서 '푸드 낫 밤(Food Not Bombs)' 활동을 열심히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랏, 필리핀의 푸드 낫 밤 운동이라면 나도 알고 있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그랬다.

우리가 공통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그가 더욱 반갑고 친밀하게 느껴졌음은 물론이다.

 

일본이라는 공간에서

한국에서 활동하는 아나키스트와 필리핀에서 활동하는 아나키스트가 우연히 만나 이토록 반가울 줄이야 누가 알았을까.

 

그 친구가 세상은 참 좁다고 말했다.

나는 '아냐, 세상은 넓어. 다만 아나키스트들에게 세상이 좁게 느껴질 뿐이지' 라고 말했다.

 

오늘도 나는 국경과 차별이 없는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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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30 16:03 2004/11/30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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