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끝났다 - 앗살람 알라이 쿰 2를 부르며나의 화분 2005/12/28 01:35노래 하나가 대책없이 좋아졌다.
별음자리표가 만든 '앗살람 알라이 쿰 2'다.
지난 12월 21일 밤에 별음자리표는 이 노래를 처음 사람들 앞에서 공개했다.
그날도 찬바람 부는 거리에서 자이툰 부대 돌아오라고, 이라크에도 평화를 나눠주자고, 죽어가는 생명은 어디나 같은 것이라고 몇 시간 동안 손짓 발짓 목짓을 했었다.
뒷풀이를 하러 술집에 간 우리들은 별음자리표에게 노래를 불러달라고 부탁했고, 그는 이 신곡을 드디어 부르고야 말았다.
마침 정확히 1년전 2004년 12월 21일은 이라크에서 벌어지고 있던 전쟁상황을 생생하게 증언하러 한국에 왔었던, 그래서 전국을 돌아다니며 강연회를 열고, 전범 민중재판에도 참여해 우리에게 이라크의 실상을, 이라크 민중의 목소리를 들려주었던 살람과 하이셈이 이라크로 돌아간 날이었다.
이대로 전쟁이 지속되고 있는 이라크로 돌아가면 다시 만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했을 것이다.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살람과 하이셈을 배웅하던 한국의 평화활동가들은 울음을 참기 힘들었다.
별음자리표는 앗살람 알라이 쿰 2를 그렇게 만들었다.
그래서 이 노래엔 슬픔이 가득하다.
슬프지만, 이대로 친구를 전쟁이 일상이 되어버린 곳으로 떠나보내야 하지만, 이곳에 남은 자들은 편지를 통해 서로 연락을 주고 받으며 한국과 이라크의 평화를 위해 지속적인 평화활동을 펼 것이라고 굳은 약속을 하고 그것을 지키는 것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리고 별음자리표는 약속을 지켜갔다.
이렇게 완성된 노래가 앗살람 알라이 쿰 2다.
이 노래를 부르면 간절한 소망이 곧 이뤄질 것만 같다.
국경을 넘어서 온세상에 평화를 염원하는 사람들의 꿈이 오늘 당장 실현될 것만 같다.
이 노래는 유장하고, 가슴에 사무치는 선율이 인상적이다.
따라부르기 쉬우면서도 부르면 부를수록 더 깊은 울림이 전해지는 곡이다.
영화에 '공동경비구역 JSA'가 있다면 노래엔 앗살람 알라이 쿰2가 있다.
박기범이 내게 '전쟁이 끝났다'는 제목의 노래를 만들어보라고 주문한 적이 있다.
전쟁이 끝났다.
어떤 분위기로 곡을 만들어야 할까 골똘히 고민을 했었다.
온세상에 전쟁이 완전히 끝났을 때 어떤 기분이 들까 상상에 상상을 거듭했다.
더이상 전쟁은 일어나지 않게 되었을 때 그 기분은 어떨까?
전쟁이 완전히 끝난 지구의 모습을 상상해보니 내 눈에 보였던 것은 온통 폐허뿐이였다.
아무 것도 남지 않았고, 곳곳에서 연기만이 피어오르고 있다.
모든 것이 죽어버렸고,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기엔 몇 억년이 필요할지 모른다.
누군가의 눈물 한 방울이 땅에 떨어져 그것이 땅 밑에 잠겨있던 씨앗 한 알을 적시고, 그 씨앗의 숨통이 트이고, 폐허를 딛고 자라나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되는 모습도 그려졌다.
전쟁이 완전히 끝난 상황을 그렇게 슬프게만 보지 말자고 마음을 고쳐 먹었다.
사람들이 모여 그 소식을 듣고, 이제 노래를 한 곡 다같이 부르려고 한다.
무슨 노래를 부를 것인가?
이때 부를 수 있는 가장 어울리는 곡이 앗살람 알라이 쿰 2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생각했다.
전쟁이 완전히 끝나는 날 사람들과 이 곡을 합창하고 싶다고.
천성산과 새만금의 생명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게 되는 날 이 곡을 합창하고 싶다고.
절박하고 다급하게 외칠 것이 있어서 거리로 뛰쳐나온 가난한 사람들의 소망이 모두 이뤄지는 날 이 곡을 다함께 부르고 싶다고.
하지만 그날이 오기 전까지 우리는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2003년 3월 20일의 울분을 결코 잊지 않으며, 초심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이 노래를 부를 것이다.
우리가 매일 광화문 거리에서 촛불을 들고 12월 내내 자이툰 부대 돌아오라고 외칠 수 있는 것은 그저 그 초심을 잃지 않았을 뿐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부르는 앗살람 알라이 쿰 2는 기어코 전쟁이 터지던 그날 아무런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아 길거리로 쏟아져 나왔던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다시금 커다란 울림을 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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