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놈 한 명이 만 명을 먹여살린다
나의 화분 2005/10/21 04:32과도 관련된 글.
이밖에도 관련된 글은 많지만 편의상 생략할께요.
이건희라는 '똑똑한 놈'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똑똑한 놈 한 명이 만 명(또는 십만 명)을 먹여살린다"
이른바 이건희의 천재론이라는 것이죠.
모든 영역에서 일등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삼성의 불가사의한 욕망은 이건희라는 놈에게서 비롯된 모양입니다.
삼성이 바로 그 유일한 똑똑한 놈이 되어서 한국을 먹여살리겠다는 야심만만한 심보이니까요.
그런데요, 이 가설에 따르자면 그 삼성에 근무하는 많은 노동자들은 다시 이건희라는 놈이 먹여살립니다.
즉 이건희가 삼성 노동자들을 먹여살리고, 그 삼성이 다시 한국을 먹여살린다는 일종의 먹이사슬과도 같은 연관 관계가 그놈의 머리 속에는 박혀 있는 모양입니다.
아마 이런 먹이사슬 관계에서 비롯된 유명한 광고 카피가 '또 하나의 가족'이 아닐까요?
그런데 여기서 삼성이 말하는 가족은 철저하게 가부장적인 가족이라는 점을 알아두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삼성 가족의 호주는 이병철-이건희-이재용으로 철저히 남성에게 계승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전근대적인 가부장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삼성재벌이 저지른 온갖 불법과 비리는 여기서 다시 언급할 가치도 없겠죠.
이 삼성이라는 가족의 가장이 다름아닌 바로 위에서 말한 똑똑한 놈이고, 이놈이 나머지 가족 구성원들을 먹여살린다고 하는 것이죠.
가족을 부양하는 가장의 권위를 한껏 풍겨보고 싶은 똑똑한 놈들의 치졸한 욕망이 느껴지시죠?
제도상으로는 호주제가 폐지되어 --현실에 존재하는 무수한 성차별에도 불구하고-- 성차별이 조금씩이나마 사라져가는데, 삼성재벌은 요지부동이군요.
여전히 남성이 가장이 되어 나머지 식솔들을 먹여살리며 군림한다는 봉건적 사고를 하고 있으니까요.
문제는 이런 완전히 그릇되고 뒤틀린 천재 엘리트 남성의 지배욕이 단지 삼성재벌 내부로 그치지 않고 삼성에 대한 동경을 통해 전 사회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삼성이라는 똑똑한 놈 앞에 권력의 실세들도, 검찰도, 언론도, 지식인들도 모두 일개 식솔이 되어버리니 말입니다.
삼성이 던져주는 돈을 먹고 사는 이 식솔, 또는 식객(食客)들은 다시 자신들만의 영역에서 수천, 수만의 식솔들을 거느리고 떵떵거리게 되지요.
이 끔찍한 피라미드식 위계질서의 꼭대기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똑똑한 놈입니다.
이건희가 차지하고 있는 이 왕좌를 그는 자신의 아들 이재용에게 그대로 물려주기 위해 다시 한번 천재성을 발휘해보려고 했지만, 글쎄요, 이제는 똑똑한 가장 한 놈 맘대로 식솔들을 휘어잡는 가부장적 가족제도에 사람들은 서서히 분노를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이름없는 만 명이 자립해서 서로 돕고 산다면 똑똑한 놈 하나는 아무 짝에도 쓸모없다는 것을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의 역사가 증명을 하고 있으니까요.
역사의 발전은 천재 한 명의 획기적인 창의성으로 이뤄진다고 그 똑똑한 놈은 공개적으로 주장을 하고 있는 셈인데요.
이런 오만하고도 무식한 생각을 갖고 있으면서도 어떻게 명예철학박사 학위까지 받을 생각을 했는지, 그 똑똑한 놈은 참 못말릴 놈입니다, 그려.
남은 것은 간단합니다.
남성 가장 한 명이 나머지 식구들을 지배하는 '삼성 가족'을 거부하는 것이죠.
이렇게 선언해볼 수도 있겠습니다.
'니가 뭔데 날 먹여살리겠다는 거야? 됐거덩! 난 내 힘으로 살아갈꺼니까 넌 꺼져주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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