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연습
희망을 노래하라 2004/10/11 01:04
요즘 피아노를 연습하고 있다.
난 어렸을 때 피아노를 배운 적이 없기 때문에, 그리고 커서도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피아노를 칠 줄 모른다.
독학이라는 것도 있는데, 피아노라는 악기는 왠지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하면 칠 수 없는 악기라고 생각했었다.
개인 선생님을 모시고 바이엘부터 체르니 몇 번 몇 번을 거쳐서 유명한 클래식 음악들을 두루 섭렵해 나가지 않으면 피아노를 배울 수 없는 것이다.
팝송을 치려고 해도, 재즈를 치려고 해도, 민중가요를 피아노로 치려고 해도 바이엘과 체르니를 거치지 않으면 칠 수가 없는 것처럼 느껴진 것이다.
그 배부른 사람들이나 좋아할 클래식을 거치지 않으면 아예 시작할 수가 없는 악기로 아득하게 느껴졌기에 나는 피아노를 배우지 못했다.
물론 피아노 학원에 다닐 돈도 없었지만.
그래도 음악에 대한 내 욕망은 결국 날 기타와 베이스 기타로 이끌었다.
기타와 베이스 기타를 치면서 나는 항상 피아노를 배우지 못한 열등감에 시달려야 했다.
누구든 음악을 조금이라도 진지하게 하는 사람이라면 기본적으로 피아노를 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고, 또 피아노를 얼마나 잘 치는가를 기준으로 그 사람의 음악 실력을 평가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에 대한 반항으로 나는 더욱더 피아노로부터 멀어진 것 같다.
피아노 같은 비싸고 배부른 악기 배우지 않아도 나는 음악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어떤 뒤틀린 오기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그러다가 역시 피아노로 오고야 말았다.
피아노를 배우지 않으면 음악을 잘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악기를 배워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싸구려이긴 하지만 키보드를 하나 얻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소리는 별로 이지만 그래도 건반이 있다는 것이 어디인가?
그리고 음악에 대한 이론이 어느 정도 쌓여 있기에 나는 보다 쉽게 피아노를 배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 나에게 있는 이 키보드는 으흠이 준 것이다.
으흠은 내게 이 건반을 주면서
'이 악기는 돌고도는 구나' 라고 말했다.
으흠도 먼 나라로 돌아가 버린 어떤 친구에게서 이것을 받은 것이다.
이것을 갖고 있던 으흠은 요즘 이 키보드를 잘 치지 않는다면서 나에게 준 것이다.
물론 완전히 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1년 이상은 내가 치면서 사용해도 괜찮을 것이다.
사실 이 악기는 돌고돌지만 음악은 흘러가버린다.
음악은 고여있지 않고 흘러가는 것이라서 나도 그런 생각을 내 음악에 담아내려고 한다.
이 건반은 casio 에서 만든 것으로 모델명은 ctk-501이다.
가격은 저렴하고 건반도 피아노의 목건반과는 달리 강약의 터치가 조절이 되지 않아 진짜 피아노를 치는 사람에게는 무척 아쉬움이 많은 악기이다.
하지만 이 키보드가 무엇보다 좋은 점은 미디가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것을 컴퓨터와 연결해서 마스터 키보드로 사용하고 있다.
내가 가진 많은 소프트 음원들을 연결하면 제법 근사한 소리가 나기도 한다.
나는 그래서 요즘 공짜로 얻은 이 키보드를 가지고 피아노 연습을 멋대로 하면서 심심하면 곡도 만들어보고 있다.
하나 만든 곡이 있는데, 실수도 많지만 그래도 들려주고 싶어서 녹음을 해봤다.
http://dopehead.net/files/piano-practice.mp3 를 클릭해서 들어볼 수도 있고
아래 재생 버튼을 눌러서 들어볼 수도 있다.
내가 피아노를 좀더 잘 치게 되면 더 근사한 곡이 나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