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띠 켈리를 만나다
경계를 넘어 2004/10/16 21:56Kathy Kelly 를 만났다.
10월 14일 목요일에 세계적인 평화운동가라는 캐띠 켈리의 이야기를 들으러 간 것이다.
강연이라지만 강연이라기 보다는 자신이 정말 하고 싶던 이야기들을 쭈욱 풀어놓는 자리 같았다.
캐띠 켈리는 어떤 사람일까?
그 사람은 어떤 이야기를 할까?
나는 궁금했고, 그래서 귀를 쫑긋 세우고 반전평화 활동으로 26번이나 투옥된 이력을 갖고 있는 이 사람의 하는 말을 하나하나 받아들였다.
체구는 작고, 목소리도 크지 않았다.
하지만 캐띠 켈리에게서 나는 깊은 감명을 받았다.
이 분은 미사일 기지에 옥수수를 심은 일로 가장 경계가 엄한 감옥에 1년간 수감되었단다.
왜 이런 짓을 했을까 물어보니, 이 분의 대답이 걸작이다.
"땅은 생명을 가꾸는 곳이다. 생명이 자라야 하는 곳에서 생명을 죽이는 미사일이 박혀 있었다. 나는 그곳에 다시 생명을 심었을 뿐이다."
캐띠 켈리가 이날 가장 강조한 것 중 하나가 '비폭력 직접행동'이다.
미사일 기지에 옥수수를 심는 것도 바로 비폭력 직접행동이다.
영어를 한국으로 통역하는 사람이 제대로 통역을 하지 못해서 중요한 부분이 한국어로 많이 누락되었지만 캐띠 켈리는 이와 같은 비폭력 직접행동이야 말로 평화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며, 세상을 바꾸는 중요한 실천 방법이라고 이야기했다.
켈리는 용기라는 것은 두려움을 통제하는 능력이라고도 말했다.
그렇게 본다면 나는 용기가 별로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나는 감옥에 대한 심한 두려움이 있는데, 이것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군사기지에 들어가 식물을 심고 싶지만 그런 행동의 결과로 내가 처하게 될 상황이 두렵다.
이런 두려움은 나의 행동을 제약한다.
절박하고 긴급한 상황에서도 내가 하는 행동이라는 고는 기껏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는 것이다.
이런 행동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분명 부족함에 틀림 없다.
그래서 나는 이제 이 두려움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려고 한다.
나는 지금까지 두려움을 그대로 묻어두었다.
이것을 꺼내서 정면으로 대응하고, 그것을 넘어서는 것이 아니라 꼭꼭 숨겨두고 고개를 들지 않도록 나의 행동을 제약했던 것이다.
그래서 용기가 없었던 나는 이제 조금씩 용기를 내보려고 한다.
회피하려 하지 말고, 나의 두려움에 대해 나는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이다.
캐띠 켈리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느꼈던 것은 바로 이것이다.
참 중요한 교훈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