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 배달부 돕평화가 무엇이냐 2005/05/16 20:23 언젠가 이런 날이 올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날이 이렇게 빨리 올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내일 (2005년 5월 17일 화요일)은 제가 퀵서비스 배달부로 데뷔하는 날입니다.
한국의 퀵서비스 아저씨들은 보통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하지요?
저는 자전거를 타고 퀵서비스를 하려고 합니다.
방금 서울대 법대 학생회에서 전화가 왔어요.
원래 오늘 찾아가려던 달거리대를 내일 오전에 퀵서비스로 보내줄 수 있느냐고요.
저희 피자매연대가 사무실을 연 뒤로 퀵을 이용한 적이 한 번 있었는데, 교원 플러스맘 이라는 잡지에서 피자매 달거리대를 사진을 찍고 잡지에 내고 싶다고 해서 보내준 적이 있었어요.
퀵으로 우리 달거리대들을 봉투에 담아 보내면서, 물론 착불이어서 피자매연대가 퀵서비스 비용을 낸 것은 아니지만, 내가 대신 자전거를 타고 배달하면 어떨까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일이 많아서 자전거를 타고 갈 수가 없어서 그냥 그쪽에서 원하는대로 퀵서비스로 보냈던 것이에요.
그런데 이번에 서울대에서 내일 오전에 달거리대를 부쳐달라고, 역시 이번에도 착불로 해달라고 했지만, 저는 그것이 누구의 돈이냐를 떠나서 오토바이 대신 자전거를 타고 배달을 한다는 것이 좀더 친환경적일 것 같아서 제가 자전거를 타고 직접 배달한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드디어 저의 퀵서비스 데뷔가 이뤄지게 되는 것이죠.
자전거를 즐겨타는 저는 서울에서라면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배달을 하는데 아무리 길어도 2시간 이내에는 도달할 수 있습니다.
사실 자전거 퀵배달 서비스는 한국처럼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도로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곳에서는 무척 낯선 일이겠지만 자전거의 수송 분담률이 높은 다른 곳에서는 그리 생경한 풍속이 아닙니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자전거 퀵이 동경 시내를 질주하는 모습을 저도 여러 차례 보았어요.
아주 인상적이었죠.
날렵하고 조그만 가방을 어깨에 매고 도심을 달리는 자전거 퀵 배달부들.
독일에는 자전거 택시가 있다고 합니다.
물론 중국이나 인도에도 자전거 택시들이 있죠.
한국은?
기껏해야 한강에 고속보트 택시를 도입한다고 얼쩡대다가 결국 이것도 흐지부지 되는 양상입니다.
도로를 자전거가 다닌다는 생각은 아직은 꿈도 꾸지 못하나봐요.
왜냐하면 한국의 도로교통법에 봐도 자전거는 '교통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인도에서 제일 가까운 차선으로 다녀야 한다'는 조항이 나오는데, 이것은 바꿔 말하면 자전거를 교통에 지장을 주는 물건 쯤으로 사람들(즉 자동차 운전자들)이 인식하고 있다는 말이겠죠.
하지만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제가 느끼는 점은 교통에 진짜 지장을 초래하는 것은 무분별하게 쏟아져나오는 자동차들이지 자전거가 아닙니다.
하여간 이런 상황에서 자전거를 타고 퀵서비스 배달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오늘도 이런저런 일들이 있어서 용산으로, 또 안암동으로 자전거를 타고 50km 가까이 돌아다녔지만 매연은 정말 너무나 심해서 내 폐에 그 배기가스들이 직접 들어가는 고통이 장난이 아닙니다.
그래도 저는 자전거를 탈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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