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고오는 동지나의 화분 2005/05/26 22:09 요즘은 거의 매일 자전거 배달을 합니다.
어제는 서류봉투 400장을 들고 을지로에서 서대문으로 배달을 했고, 오늘은 플로피 디스켓을 서울역 부근에 있는 RTV 시민방송에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남대문으로, 종로로, 청담동으로 그리고 용산으로 가는 곳도 다양합니다.
저는 돈을 받고 배달일을 하는 것이 아니고요, 제게 일을 의뢰하는 사람도 대부분 이주노동자이거나 또는 피자매연대 활동가이거나 등등이지만 그 일이 제게 가져다주는 보람은 꽤 큽니다.
게다가 좋은 점이 또 하나 있어요.
출퇴근을 자전거로 하면서 하루에 한 두 건씩 자전거 배달을 하니 제법 많은 곳을 돌아다니게 되네요.
5월 24일에는 자전거를 타고 경찰청을 앞을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익숙한 투쟁가요, 민중가요들이 나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구속된 울산플랜트노조 노동자들의 즉각 석방을 촉구하는 집회였습니다. 경찰청 정문 앞에서 밤새도록 농성을 벌인 동지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바라보면서 배달일 때문에 함께 하지 못함을 아쉬워했습니다.
5월 25일에는 자전거를 타고 서대문 앞을 지나가는데 역시 귀에 익숙한 노동가요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반가워서 자전거를 세우고 보니 연영석 동지가 노래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뒤로는 작년말부터 줄기차게 집회와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경찰청 고용직 노동자 언니들이 모여서 구호를 외치고 있네요.
마음으로나마 응원을 보내고 다시 자전거 페달을 밟습니다.
그러고보니 집에만 있거나 사무실에만 있을 때는 잘 몰랐는데, 오늘도 지금 이 순간에도 여기저기서 힘없는 자들, 빼앗긴 자들이 벌이는 투쟁은 계속되고 있답니다.
오토바이만큼은 빠르지 않아서 퀵 서비스는 아니지만 자전거를 타고 배달하는 슬로우 서비스의 장점이 여기 있는 것 같아요.
길거리를 다니다가 투쟁의 현장을 지나치게 되면 페달질을 멈추고 잠시라도 투쟁을 벌이는 사람들의 절박함을 느낄 수 있거든요.
비록 자전거를 멈추고 집회대오에 잠시 결합하는 것 정도가 내가 할 수 있는 연대이지만 혹시라도 여러분들이 집회를 하다가 자전거를 멈추고 호기심을 갖고 다가오는 사람을 보게 된다면 동지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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