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나의 화분 2013/12/01 21:43이번 밀양 희망버스에는 평택 대추리 신종원 이장님도 오시고, 제주 강정마을 강동균 회장님도 오셨어. 너무나 반갑게 인사를 하면서 또 가슴이 너무나 아팠어.
벼가 익어가는 들녁 또는 밀감이 노랗게 물드는 밭. 그곳을 점령한 건 새까만 경찰병력이었지. 논밭에 땀을 흘리던 농민들이 국가의 일방적인 폭력에 피를 흘려왔어. 경기도에서 경상도를 지나 제주도까지. 지난 10년간 매일같이 봐왔던 모습인데, 정말이지 치가 떨리도록 분노가 치밀어올라. 주민들이 그냥 고향에서 평화롭게 살 수는 없는 것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생존권을 보장하지도 못한다면 대저 자본주의 국가체제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군사기지, 핵발전소, 새만금. 그리고 또 다른 이름의 개발과 국책사업들. 경찰과 군인에 의해 짓밟히고 빼앗기는 사람들. 찍소리도 못하고 죽어가는 생명들. 재벌들은 수십배, 수백배 풍족해지며 어마어마한 이윤을 긁어모으는 동안 우리는 얼마나 더 아프고, 얼마나 더 죽어야 할까. 끝나지 않는 싸움. 힘들다.
확 뒤집어져야 하는데, 뿌리에서부터 완전히 바뀌어야 할텐데, 누군가 세상을 뒤바꿀 혁명을 일으켜주었으면 하고 간절히 기대하면서도, 그래, 그게 안되니까 일상에서부터 실천하자고 다짐하며 언젠가 다가올 혁명을 차츰 만들어가는 것이 쉽지 않다.
암울하다. 한줄기 빛이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 빛이 너무나 가냘퍼서 암울해. 그냥 암흑천지라면 나도 아무것도 안보고 살아가면 되니까 오히려 편할까? 밀양의 들녘에 불어오던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이곳에 송전탑이 들어서지 않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만 했다. 대추리, 새만금, 용산, 강정. 그 고통을 절대로 잊지 않을 것이다.
2013년 12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