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에서 보내는 절박한 호소문

평화가 무엇이냐 2012/01/31 23:26

 

 

육지에 사는 조약골의 친구들에게 호소드립니다.

 

저, 조약골이 제주 강정마을에 내려와 살기 시작한지 반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해군기지 공사를 막다가 경찰에 강제 연행되기도 했고, 해상에서 진행되는 공사에 맞서 목이 찢어져라 호소를 하기도 했습니다. 매일 저녁 촛불문화제에 참여해 노래를 했고,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공사장에 달려가 공사 중단과 해군기지 백지화를 호소했습니다. 글을 쓰고 사진을 찍어 외부에 알리는 작업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요즘엔 바쁜 와중에도 노래들을 모아 강정마을 활동가들과 결성한 밴드 ‘신짜꽃밴’ 데뷔음반을 제작하는 일도 틈틈이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6개월을 보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강정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게 더 오랜 시간들을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강정마을 현장에서 아무리 싸워도 우리의 분노와 절규는 좀처럼 널리 퍼지지 않고 제자리에 맴돌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해군기지 공사 현장에서 매일 마을 주민, 시민, 종교인, 활동가 등이 인권탄압을 겪으며 경찰에 폭력 연행되는데도 언론에조차 제대로 보도되지 않습니다.

 

매일 우리가 해군으로부터, 공사 건설업체인 삼성과 대림으로부터, 그리고 이들을 비호하는 경찰로부터 당하는 억압이 당연한 것입니까? 제 친구들은 강정마을에 내려오지 못해서 미안하다고들 합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미안해하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자신의 자리에서 죽음의 저주, 이 해군기지 공사를 막기 위해 조그만 행동이라고 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연대하지 못하더라도 자신이 사는 곳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습니다. 특히 서울이나 수도권에 거주하는 사람들이라면 직접적으로 정부를 압박할 수 있는 행동을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선거철을 맞이한 지역 정치인들에게 제주 해군기지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리고 말로만 하지 말고 실천을 보여라, 이렇게 직접적으로 압박할 수도 있습니다.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건, 국방부 앞에서건, 국무총리실 앞에서건, 어디서건 일인시위도 할 수 있고, 집회도 할 수 있고, 문화제도 할 수 있고, 촛불을 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지금 해군과 삼성, 대림은 그 어느 누구의 목소리도 듣지 않은 채 총력을 기울여 미친듯이 공사를 강행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그들도 알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제 곧 저들은 육상에서 구럼비 바위 발파에 나설 것이며, 해상에서 강정 바다 준설공사를 강행할 것입니다. 이 모든 것들이 불법이자, 평화와 인권 그리고 민주주의와 생명의 관점에서 절대 용납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다시 한번 절박하게 호소합니다. 강정마을 현지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지 마시고,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해군기지 백지화를 촉구하는 행동에 돌입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여러분들의 행동을 티나게, 널리 알려주세요. 함께 힘을 모아야 저 거대한 죽음의 기계를 막아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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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31 23:26 2012/01/31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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