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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래 들으니 정말 술먹은 기분이 훨훨...
노래방이라는 게 없었던 그 시절엔
술을 마시다가 노래를 했고
이 노래는 내가 자주 불렀었다.
내가 자주 부르던 노래.
그리고 또 있었는데....
'동지여 슬퍼 마소서...'하고 시작하던 그 노래는...
제목이 뭐였던가. 암튼 두 노래, 자주 불렀었는데.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술 엄청 마셨다.
오늘은 하돌이 생일이었다.
나는 일요일 미사에 맞춰서 무려 떡케잌을 만들었고
그 때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아서인지 오늘은 그냥 웃고 넘어가려 했는데
하돌이가 또 오늘 생일이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뭐 그런데 하돌이가 받고 싶어하던 바쿠간 뭐시기는
저번주에 남대문 시장에 가서 샀고
난 무려 떡케잌까지 만들고 촛불 껐으니 된 거 아닌가 싶었는데
하돌이는 밤에도 뭔가 이벤트가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었던거였다.
난 또 뭐할까 고민하다가
뭐 어디 마트에라도 갈까 하고 물었는데
하늘이가 배가 아프다고 해서 토요일에 엄마 집 가서 다시 한 번
생일축하해, 하기로했다.
그런데 이 모든 우여곡절을 겪은 후에
밤 9시가 넘어서야 나는 한 생각을 했다.
철들고나서 생일축하 노래 할 때 그 때 가끔 하던 말,
생일은 니 생일이겠지만 니 엄마가 힘들었던 날이잖아.
그래 생각해보니 내가, 만4년전 이 날 내가 죽을 각오로 아이를 낳았던 날이잖아.
그 때 난 vbac이라서 병원측에서는 고위험출산이라고 가진통때부터 입원을시키고
아무도 없는 분만대기실에서 내옆의 침대의 주인이 몇 번 몇번 바뀌는 동안
혼자서 모든 진통을 다 겪어낸 후
다행히 새벽에 아무도없어서 간호사 특별히 남편의 출입을 허락해줘서
같이 산통을 겪고 그렇게 어렵게 낳았잖아.
<엄마...>를 만들던 그 시간.
개인병원 의사들은 죽을지도 모른다고 겁을 줬고
(죽을 확률은 100:1이지만 그 1 이 당신이 될수 있다고)
그래서 이 병원 저 병원 떠돌아다녔고.
<엄마,,>의 막판 편집을 하며
매일 집에 돌아오기 직전 메모를 했었다.
혹시나 이 날이 마지막 작업일 수도 있고
혹시나 이 날을 끝으로 죽을지도 모르니까.
<엄마...>가 유작이 될지도 모르잖아.
이런 생각하며 매일 메모를 했었지.
내가 없어도 일헌형이 마무리를 해줄수 있도록.
연출자가 없어도 이어갈 수있기를 바라며.
그런데 오늘 늦게서야 4년전 그 날이 생각났고
기념할 생각이 없었는데 전화가 왔고
푸른회원이 오셨다고
각별한 그분이라 나를 찾으셔서...나는 갔다.
그냥 갔냐하면 절대 그건 아니지.
아이들 놀아주고, 저녁밥 먹이고 설거지까지 다하고
출산 이후 처음인 것같은 혼자만의 밤외출을 기대하고 갔는데...
갔더니..웬걸. 남편이 몸담고있는 지역조직 분들이 함께 계셨다.
그분들은 당연히 우리 다섯식구가 함께 오는 줄 알고있었다.
왜 혼자 왔는지. 아이들은 어디 있는지. 난 웃었다, 그냥.
시간은 정말 살처럼 빨리 흐르고 잠깐 좋았다가
앵두가 울어서 곧 돌아왔고... 그리고 지금 생각한다.
지역의 그 분들. 나를 처음 느꼈을 것같다.
그동안 난 지역모임에 가서도 아기를 돌봤을 뿐이다.
나는 없었지.
하지만 오늘 나는 내 모임에 갔다.
내 모임에 가서 내 사람들과 웃고 떠들고 술을 마셨다.
지역의 그 분들은...남편의 사람들은 아마 나를 처음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나는 내가, 나의 그 시간이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어떻게 비춰졌을지가 참 궁금해.
내 모임에서 나는 나다.
하지만 남편의 모임에서 나는.....
스스로 나를 숨기고 숨을 죽이고 포장한다.
그런데 오늘 나는 나의 모임에 갔다.
남편의 사람들이 있었지만
난 근 10개월만의 밤외출이었기 때문에 또한 나의 자리였기 때문에
신경쓰지 않았다.
그리고 돌아와서 궁금해하는 이 마음이 좀 우스울 따름.
아..
오늘 오랜만에 막걸리를 참 많이 마셨고
밤의 불빛이 너무나 반가웠고
그리고 참 즐거웠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다. 그렇지??
하돌아 생일 축하해.
그런데 너의 엄마는 참 피가 뜨거운 사람이구나. 하하하
댓글 목록
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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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돌이도 축하하고 하루도 축하해하돌이는 뜨거운 엄마를 만났으니 축하하고
하루는 이쁜 아이들을 만났으니 축하하고
자기 모임, 자기 시간, 힘들어도 잘 지켜나가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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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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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언니. 존재가 마음을 자꾸자꾸 만들어낸다. 자꾸 집에만 있으니 어디 다니기도 싫은데 한 번 나갔다 오면 잠깐 정신이 들어. 이 느낌을 오래 가져가야할텐데...부가 정보
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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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전 그날도 오늘도 당신은 참 뜨거운 사람이군요.당신은 참 멋집니다.
꼬옥 안아주고 싶은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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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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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돌아 생일 축하해.그런데 너의 엄마는 곧 있으면 발동을 걸 예정이구나. 하하하
힘내요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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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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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백... 이셨군요...! 새삼 애많이 쓰셨어요.피가 뜨거운 사람을 알게 되어 저도 기뻐요. 지금은 사실 아이들 덕분에 인연이 닿고 있지만 언제 저도 하루님하고 술을 마시고 싶어요.
참, 내일쯤 진경이한테 작아진 옷을 또 모아서 보내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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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판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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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돌이 생일이었구나. 축하해~~나중에 하돌이한테 지 생일날 엄마한테 선물하라고 해!!
나는 연서한테 그렇게 시킬 작정이야.
그러나 난 내 생일날은 우리끼리 놀고 남편 생일날은 시엄마한테 전화해서 감사하단 말로 입닦고 말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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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h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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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울 엄마도 참 피가 뜨거웠던 사람이었겠구나...뭐 그런 생각을 했어요. 아기 낳고 처음 밤외출할때의 그 설레임...전 영화제에 갔을땐데...어찌나 설레고 감동적있던지. 원래도 밤공기를 좋아라하지만 그날의 밤공기는 참 달콤했어요. 하돌이도 하루도 많이 축하해요~~부가 정보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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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쑥스러워요... ^^주노/너는 회의록을 상기시켜주는구나...곧 발동이 걸릴 예정이라는. 고마워
바리/고마워요. 앵두 임신 직전에 모든 옷을 다 싸서 다른 분들께 드려서 옷이 없었는데 진경과 미루의 옷들 때문에 앵두가 헐벗지 않고 살아가고 있어요. 정말 감사드려요.
한판/난 모두의 생일날 우리끼리 놀아.그런데 주중엔 좀 힘이 들더라. 남편이 늦게 들어오는 날도 많고 그래서. 암튼 이번 일요일에 우리 엄마랑 같이 촛불끄기로 했어. ^^
슈아/고마워요 슈아. 슈아랑 만나면 활기와 생기가 퐁퐁 솟아나는 것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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