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한 발걸음http://blog.jinbo.net/docurmr/하루하루2019-10-12T15:12:03+09:00Textcube 1.8.3.1 : Secondary Dominant늘 나오는 곳하루http://blog.jinbo.net/docurmr/10542019-07-18T05:40:16+09:002019-07-17T13:33:12+09:00<p>여행을 다녀온 후 다시 여행을 떠나야하는 일정이었다.</p>
<p>나는 내용물이 많지 않은 캐리어를 끌고 배낭을 맨 상태였다.</p>
<p>두번째 여행을 위해 첫번째 여행에서 쓰였던 물품들을 캐리어에 다 넣고</p>
<p>그걸 어딘가에 맡긴 후</p>
<p>두번째 여행의 동반자들을 만나기 위해 약속시간까지 가야하는 상황이었다.</p>
<p> </p>
<p>짐을 맡기는 곳은 늘 봉천동이다.</p>
<p>산비탈이었던 곳이 깎여있었고 수건을 쓴 중년여성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었다.</p>
<p>내가 가야할 곳은 거기서부터 좀더 내려가야했다.</p>
<p>약속시간까지 닿을 수 있겠지</p>
<p>하며 저 아래에 있는 현대시장 같은 곳을 내려다보면서</p>
<p>나는 걸었다.</p>
<p>------------------------------</p>
<p>꿈 전문가가 내게 기분을 물었다.</p>
<p>기분이요?</p>
<p>기분이 나빴는지, 좋았는지.</p>
<p>특별히 나쁘지도 좋지도 않았다.</p>
<p>아 그런데 결혼전이라서 오빠한테 혼날까봐 걱정하고 있었다, 꿈 속 나는.</p>
<p> </p>
<p>캐리어는 거추장스럽기는 했지만</p>
<p>부담스러울만큼 무겁지는 않았고</p>
<p>여차하면 그냥 들고 다음 여행으로 갈 수도 있을 정도.</p>
<p>꿈 전문가는 그게 지금의 내 심리상태라고 생각된다고 말해줌.</p>
<p> </p>
<p>나의 질문:꿈속에서 짐을 맡기는 곳은 늘 봉천동이에요.</p>
<p>그리고 꿈 속에서 나는 늘</p>
<p>와, 여기 정말 많이 변했네!</p>
<p>해요.</p>
<p> </p>
<p>꿈전문가는 봉천동이 나한테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p>
<p>내 첫번째 두번째 영화의 배경지였고</p>
<p>남편을 만난 곳이었고</p>
<p>세 아이를 낳고 키운 곳이었고....</p>
<p>심리적으로 가장 안정되어있던 시기의 장소.</p>
<p> </p>
<p>질문2:차를 타러 가는 곳도 늘 같아요.</p>
<p>어딘가에서 버스를 타고 그 곳에 도착해서 기차를 탑니다.</p>
<p>그 기차는 청량리에서 강릉가는 기차처럼</p>
<p>어딘가에서 거꾸로 갔다가 다시 가던 방향으로 가거든요.</p>
<p>먼 여행이지만</p>
<p>그리고 기차가 가다가 거꾸로 잠시 갔다가 다시 가던 방향으로 가는</p>
<p>이상한 여정이긴 합니다만</p>
<p>어쨌거나 그 기차만 타면 마음이 놓이는</p>
<p>그런 기차를 타기 위해서</p>
<p>나는 늘 어수선한,</p>
<p>터미널도 아닌,</p>
<p>그런데 다양한 번호들의 버스들이 멈추는</p>
<p>그 곳에서 버스를 기다리기도 하고</p>
<p>버스가 안오면 근처 가게를 기웃거립니다.</p>
<p>같은 장소는 왜 반복적으로 나오는 겁니까...</p>
<p> </p>
<p>꿈 전문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p>
<p>다만 어제밤 꿈은</p>
<p>현재의 심리상태가 개운하지는 못하지만</p>
<p>짐같은 심리적 부담은 있지만</p>
<p>견딜만 한 상태인 것같다고</p>
<p>그 정도만 말할 수 있겠다고 말해주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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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주1회 생활나눔까지 하는 긴밀한 모임이었는데</p>
<p>같이 있던 S가 "왜 우리가 같이 지낼 때 이런 걸 하지 않았을까요?"라고 물었다.</p>
<p>그 순간 시점은 현재가 되었다.</p>
<p>꿈은 가끔 과거의 어떤 순간으로 나를 데려가는데</p>
<p>2000년 초반, S는 공부방교사였고 나는 일년에 한 번 하는 열린교육에</p>
<p>강사로 참여하곤 했었다.</p>
<p>우리는 비슷한 시기에 결혼을 했고</p>
<p>아마도 비슷한 분쟁을 겪었을 것이며</p>
<p>S는 이혼을 해서 지금은 아이를 혼자 키우고 있다.</p>
<p>지금은 페북에서만 매일 교류하는데</p>
<p>봉천동 시절에도 나는 사무실 동료들하고만 놀았고</p>
<p>S와는 가끔 마을잔치에서 인사하는 정도의 교류만 했었다.</p>
<p> </p>
<p>그래서인지 꿈 속에서 S는 내게 이렇게 묻는다.</p>
<p>"왜 우리는 우리가 같이 지낼 때 이런 걸 하지 않았을까요?"</p>
<p>S는 지금 수원에서 지내고 나는 강화에서 지낸다.</p>
<p>그리고 매일 페북에서 안부를 묻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p>
<p>얼마 전, 건강검진 결과에 대한 불안을 얘기했을 때</p>
<p>S 또한 결과가 안좋아서 자는 어린아들의 작은 등을 보며 울었다는 얘기를 들려주었다.</p>
<p>S도, 나도, 낯을 무진장 가리는 사람들이라</p>
<p>현실에서는 적당한 웃음과 적당한 사교술(?) 같은 걸로</p>
<p>적당하게 스쳐지나가며 그렇게 살아왔을 것이고</p>
<p>페북에서나 어떤 계기를 만나서 '아 당신도 나랑 비슷한 무늬를 가졌구나' 하면서</p>
<p>한걸음 가까워지는 거다.</p>
<p> </p>
<p>어쨌거나 꿈 속에서 나는 전혀 망설임없이</p>
<p>"대학시절에 NL들이 자주적 학생회 말하면서</p>
<p>이런 생활문화소조 얘기했던 게 너무 싫었거든요"</p>
<p>라는 말을 한다.</p>
<p>예전에 편집장 형이 "니 뇌를 들여다보고 싶어"라는 말을 한 적이 있었는데</p>
<p>나도 가끔은 내 뇌를 들여다보고 싶음.</p>
<p> </p>
<p>아무튼 꿈 속 나는 NL을 싫어해서</p>
<p>유용한 모임을 할 수 있었는데도 좋은 시절 다 놓치고</p>
<p>이제사 해보자고 하는 거고</p>
<p>봉천동 시절 공부방 같은 방에 모여서</p>
<p>S, 나, 남편, 그리고 기억나지 않는, 그러나 앞으로 친밀하게 지낼 사람들은</p>
<p>앞으로 우리 모임을 어떻게 잘 꾸려갈까에 대해서 논의를 했다.</p>
<p> </p>
<p>그리고 여행계획을 잡았는데</p>
<p>인도차이나의 다낭에 가는 여정을 잡는데</p>
<p>지도에서 인천, 키예프, 인도차이나, 다낭, 뭐 이런 도시들을 선으로 이어가면서</p>
<p>(인도차이나는 도시 이름이 아닌데 꿈 속에서는 도시였어)</p>
<p>먼저 다녀온 사람들이</p>
<p>"인천에서 다낭으로 직접 가면 시간이 12시간이나 걸리는데</p>
<p>모스크바를 거쳐가면 4시간 밖에 안 걸려요"</p>
<p>라는 말을 해서</p>
<p>아, 그럼 모스크바에서 언니랑 좀 놀다가 다낭으로 가면 되겠다,</p>
<p>하며 좋아하다 깼다.</p>
<p> </p>
<p>--------------------------</p>
<p>졸업작품 상영회가 있었고 딸과 함께 갔다.</p>
<p>나는 우리 과 학생들과 교류하지 않는다.</p>
<p>과모임에도 가지 않고 뭐 그렇다.</p>
<p>2009년 처음 수업을 할 때에는 뭣도 모르고 그냥 좋기만 했는데</p>
<p>어느 순간 관계에도 계급이 있다는 것을 알아서 그냥 꼭 필요한 교류만 한다.</p>
<p>한 해에 졸업하는 학생들 중에 나를 선택한 학생들의 얼굴만 아는 시간.</p>
<p>올해에는 나와 인연을 맺었던 학생들의 졸업이 많았고</p>
<p>그래서 크레딧 Thanks to에 내 이름이 자주 나왔다.</p>
<p>그래서인지 갑자기 딸은 나에 대한 호감을 표명하며</p>
<p>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도 아는 playlist를 가동시켰다.</p>
<p>딸은 차를 타면 늘 자기의 노래를 트는데</p>
<p>그래서 어릴 때에는 딸을 위한 컴필레이션 cd가 늘 차에 있었다.</p>
<p>이제는 멜론을 들으니 내 수고가 줄었다.</p>
<p>잔디처럼, 웨이백홈, 오랜밤, 그리고 제목은 잘 모르겠는 자이언티의 노래들.</p>
<p>그래서 내가 "그럴 필요 없으니까 니 노래 들어"라고 했고</p>
<p>딸은 "그냥 옛날 노래 들으면 그 때 생각이 나" 하면서</p>
<p>같이 갔던 방콕여행 이야기를 했다.</p>
<p>여행 마지막 날 갔었던 재즈바가 너무 좋았고 연주가 좋아서 녹음을 했었다는 얘기,</p>
<p>그런데 핸드폰을 변기에 빠뜨려서 더이상 들을 수 없게 된 그 연주곡 얘기를 했다.</p>
<p>내가 촬영을 했으니 괜찮아</p>
<p>했는데 딸은 말했다.</p>
<p>"아닐걸. 내가 녹음했던 음악 사이에는</p>
<p>'맛있니?', '맛있어?'하고 물어보는 엄마 목소리가 들어있어. "</p>
<p> </p>
<p>다시 여행가고 싶다...</p>
<p>라고 말한 후 우리는</p>
<p>한동안 침묵하다가</p>
<p>그냥 노래를 따라 불렀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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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
<p> </p>
<p> </p>
<p>남편이 소개팅을 주선해서(아유 판타스틱해라~!!)<br />
남편 사무실로 찾아갔다.<br />
사무실은 예전 민예총처럼 허름하고<br />
예전 민예총보다는 좁았다.</p>
<p>나는 사무실 안에까지는 들어가지 않고<br />
입구에서만 인사하고 나왔다.<br />
그곳에는 두 명의 여직원과<br />
남편 말고 다른 남직원이 한 명 더 있었고<br />
그리고 사장이 있다 하는데 보진 못했다.<br />
소개팅 시간이 남아서<br />
어딘가에 짐을 두러 갔다.</p>
<p>나는 개산책할 때 입는 네로옷을 입고 있었고<br />
(플란더즈의 개 의 네로처럼 무릎을 꿰맨 옷)<br />
노숙인처럼 옷보따리를 주렁주렁 들고 있는 상태였다.</p>
<p>봉천동 어느 주민의 집같은 곳에다가<br />
주렁주렁 옷보따리를 다 맡겨놓고<br />
네로옷을 벗고 미니스커트와 하이힐로 갈아입음.<br />
차려입고 거리를 걷는데<br />
기분이 좋았다.</p>
<p>소개팅남은 매력적이라서<br />
즐거웠고 유쾌했다.<br />
마지막에 볼뽀뽀를 했는데<br />
볼에 챕스틱자국이 남아서<br />
닦아주었다.</p>
<p>남편 사무실로 돌아가는데<br />
내가 입고 있는 옷은<br />
내 보따리에 있는 내 옷이었는데<br />
사무실 여직원들이</p>
<p>‘저 여자는 소개팅하러 간다더니<br />
옷까지 얻어입었네’</p>
<p>할 것같았고<br />
그런 오해를 받을 것같아서<br />
참 싫었다.</p>
<p><br />
남편 사무실에 들어서니<br />
여직원들은 역시나 그런 눈으로 나를 봤고<br />
남직원은 3시에 나간다하고<br />
남편은 5시에 나간다했다.<br />
시계를 보니 시간이 남아있어서<br />
나는 다시 보따리를 찾으러갔다.</p>
<p>보따리를 찾으러 간 동네는<br />
옛날 봉천동이었는데<br />
너무나 많이 변해있었다.<br />
구불구불했던 길은 세련된 블럭으로 덮여있었고<br />
공원이 조성되어있었다.<br />
공원에는 벚꽃, 살구꽃이 예뻤다.<br />
꽃잎이 날리는 공원길을 걸으며<br />
옆에 있는 소녀에게<br />
여기 정말 너무 좋아졌어요<br />
하니<br />
참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봤다.</p>
<p>——————————-</p>
<p>1.꿈 전문가의 말</p>
<p>주렁주렁 보따리는,<br />
내가 처해있는 상황,<br />
쓸모도 없는데 버리지도 못하는<br />
그러면서도 나를 구속하고 있는<br />
내 상황에 대한 상징이라고 했다.</p>
<p>잠시라도 그것을 어딘가에 맡기고<br />
즐거울 수 있었다는 것은<br />
현재의 어려움에 대해 적응했거나<br />
한시름 놓을 만큼의 여유가 생겼다는 것.</p>
<p>갈아입은 옷은 나의 짐 속에 있었음에도<br />
그것이 나의 것이 아닐 거라고<br />
남자 덕을 본 걸 거라고<br />
사람들은 생각하고<br />
또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 거라고<br />
내가 생각하는 건</p>
<p>지나온 시간이<br />
그랬을 거다, 라는 것.<br />
빙고~!</p>
<p><br />
나는 남편보다 더 먼저 장애관련 일을 시작했고<br />
남편의 성과가 알려진 데에는 내 영화가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br />
다큐를 만들어서 신문과 라디오, TV에 나왔고(잘만들어서가 아니라 최초의 영화라서)<br />
내 주인공들과 함께 만든 영화가 TV와 신문, 라디오에 보도되었고<br />
그래서 남편 일터의 지명도가 높아졌고<br />
그래서 남편의 활동영역이 확장되었고.... 뭐 그렇다.<br />
함께사는세상의 빚을 갚을 수 있었던 데에는<br />
영화 때문에 그곳을 알게된 고위직 공무원의 도움이 컸다고 알고 있다.</p>
<p>하지만 사람들은 늘 나를 남편의 일부로 본다.<br />
뭐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쓰지 않는다.<br />
어차피 그와 나는 필드가 다르고<br />
그래서 내 인생은 최근까지 칸막이 인생이었다.<br />
교회에서 나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고 누군가 말을 시키면 그냥 웃었다.<br />
그의 칸에 갈 일이 있으면 나는 투명인간이 되기를 바라면서 조용히 있었다.</p>
<p><br />
하돌 어렸을 때 지방에 강의를 갔었다.<br />
그 당시 남편은 혼자 아기보는 일을 못해서<br />
꼭 애들을 데리고 나를 따라다녔다.<br />
나의 지방출장을 따라가면 이동할 때에는 내가 아기를 돌보고<br />
강의하는 딱 그 시간만 자기가 애를 보면 되니까.<br />
그 날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는 동안에<br />
남편이 강의실 바깥에서 아이들을 보고 있었는데<br />
나를 섭외한 교수님이 남편에게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br />
"아니, 신부님이 여기 웬 일이세요?"</p>
<p><br />
우리는 각자 활동을 했고<br />
나와 남편의 관계를 구태여 알릴 필요도 없었기에<br />
10년 가까이 우리를 각자 알고 있었던 교수님은<br />
나와 남편이 부부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셨다고.</p>
<p>문제는 남편의 요청으로 남편의 필드에 갔을 때 생긴다.<br />
늘 생겨왔다.<br />
돈이 없어서 나를 부른다.<br />
내가 일하러 간다.<br />
그리고 그들은 함부로 말하고 함부로 행동한다.<br />
가장 많이 받는 오해는<br />
내가 남편의 조직을 이용해서 이익을 취한다는 거다.</p>
<p><br />
미디어교육을 통해서 당사자의 발언이 강화되고<br />
그 활동의 성과로 자기 조직의 지명도가 높아지고<br />
그로부터 큰 혜택을 받아본 남편은<br />
강화에서도 비슷한 시도를 하고 싶어했다.<br />
강화의 첫번째 일터에서는 내 학생들에게 책임을 넘겼다.<br />
충분한 기금을 따냈기 때문에<br />
내 학생들에게는 좋은 아르바이트 자리를 제공하는 거였고<br />
남편네 일터에는 국내최고의 예술대학으로 알려진<br />
한예종 전문사 학생들이 와주는 거니까<br />
피차 만족스러울 상황이었다.</p>
<p><br />
한 번 가보면 그 분위기를 안다.<br />
남편의 첫 일터는 젠더감수성 제로였고<br />
강화는 소위 토호들이 모든걸 다 장악하고 있었다.<br />
시골의 장애인시설은, 특히 남편의 첫번째 일터같은 곳은<br />
모두가 선호하는 직장이었다.<br />
칼퇴근이었고 일도 그다지 힘들지 않다.</p>
<p><br />
발령을 받자마자 식당에서 일하시는 분의 팔이 부러져서 쉬게 되었고<br />
남편은 노동법에 나온대로 조처를 취했는데<br />
알고보니 그 다친 분이 지역유지의 아내였고<br />
그 조처 때문에 마을에서 안좋은 말이 돌고...<br />
뭐 그런 곳이었다, 강화는.</p>
<p><br />
강화가 너무 이상했던 것은<br />
강화 사람들은 남편에 대한 불만을 나와 아이들한테 푼다는 거다.<br />
정글의 법칙만이 노골적으로 지배하는 곳이었다.<br />
서울에 남고 싶어서 남편만 강화로 이주했던 첫 해,<br />
금요일이면 아이들과 함께 신촌에서 버스를 타고 강화로 왔다.</p>
<p>그 일주일동안 남편의 동료사제는 남편과 관계가 좋으면 우리한테 친절했고</p>
<p>남편과 관계가 좋지 않으면 인사를 해도 무시했다.</p>
<p>그 사제는 온수리에서 가장 부자라는 교회 권력자 부부와 아주 친했다.<br />
내가 전해들었던 소문 중에는<br />
그 교회의 할머니들이 남편의 차별없음을 환영했다는 내용이 있었다.<br />
그러니까 그 사제는 전형적인 쓰레기였다. 여성사제여서 더 기가 막혔다.<br />
남편과 그 사제의 관계가 악화되었고 결국 그 사제가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났다.<br />
그 사제는 발령이 났지만 그 관계는 그대로 남아있어서<br />
온수리 부자의 아내(사제가 언니 언니 하면서 친밀함을 과시했다고 하니 이제부터는 사제언니라고 불러야겠다)는 사제와 똑같은 태도로 나를 대했다.<br />
사람들이 많을 때에는 데면데면하게 굴다가<br />
단 둘이 있게 되면 인사를 안받는 거다.<br />
처음엔 잘못 본 줄 알았다.<br />
인사를 하면 그냥 빤히 쳐다본다.<br />
그러니까 남편의 장에서 투명인간이 되고 싶어했던 소원이<br />
그런 식으로 이뤄졌다.</p>
<p><br />
사제언니의 차별은 참 정교해서<br />
자기의 권력을 어떻게든 발휘했다.<br />
식사를 하고 있으면 남은 반찬이나 식사재료를 봉지에 싸서<br />
사람들에게 나눠준다.<br />
특별히 우리 테이블에 찾아와서<br />
과도한 친절을 보이며<br />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나눠준다. 나만 빼고.<br />
내 아이들과 내 아이들의 친구가 나란히 앉아있으면<br />
그 친구한테만 머리를 쓰다듬으며 과장된 다정함을 과시한다.<br />
사제언니가 없을 때 자기가 받은 봉지를 내게 건네주는 사람도 있었다.<br />
부엌의 권력, 사적 영역의 따돌림은 참 피곤했다.<br />
이렇게 쓰다보니 참 나도 대단했네.<br />
쓰다 보니 잊고 있었던 마음이 응어리가 남아있는 게 느껴진다.<br />
주기적으로 그런 일을 겪으면서도 나는 웃었다.<br />
칸막이 인생을 선택한 마당에<br />
주일이면 내가 수행했어야할 임무였으니까.<br />
강화는 그렇게 전근대적인 곳이었고 차별이 공기처럼 떠도는 곳이었다.</p>
<p><br />
2013년 남편의 갑작스런 대기발령으로 모든 것을 잃었을 때<br />
개인적으로 가장 신났던 일은<br />
더 이상 사제언니에게 인사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었다.<br />
나는 사제언니와 달라서<br />
사람 많을 때와 사람 없을 때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니<br />
어디서든 일관되게 그냥 안했다.<br />
호빈이 처음으로 명절 때 집에 안갔을 때 느꼈던 그 희열같은 걸<br />
나도 그 때 느꼈다.<br />
미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br />
공부방 앞에서 스쳐지나갈 때<br />
사제언니는 평소처럼 나를 빤히 쳐다봤고<br />
나도 빤히 쳐다봐주다가<br />
돌을 보듯, 나무를 보듯, 무심하게 눈길을 거두었다.</p>
<p>올해 성탄절, 아이들 공연 때문에 혼자서 온수리교회에 갔다.<br />
나는 아이들을 찍기 위해 맨 앞줄에 앉아있었고<br />
사제언니는 일부러 내 앞에 와서 나를 빤히 쳐다봤다.<br />
그래서 나도 빤히 쳐다봐주었다. 반쯤만 웃음을 머금은 채로.<br />
내가 마음만 먹으면 그런 걸 아주 잘하거든요.</p>
<p>의외의 재미있는 순간도 있다.<br />
사소하지만 혼자서 킥킥거리는.<br />
2017년에 강화마을 미디어교육을 했다.<br />
원래는 덕포리교육장에서 했었는데<br />
너무 외지다고 해서<br />
온수리교회 마당에 있는 공부방에서 했다.<br />
나는 몰랐는데 당시 교육생들이<br />
강화에서 유명한 사람들이었다고 한다.</p>
<p><br />
우리 교육생 중에는<br />
석모도에서 캠핑카를 여러 대 두고 펜션을 하는 분이 있었는데<br />
부부가 같이 왔다.<br />
수업을 잘 못 따라왔고 그래서 더 열심히 가르쳐드렸다.<br />
그런데 어느 밤, 공부방 앞에서 그 부부와<br />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있는데<br />
사제언니가 지나갔다.<br />
사제언니는 펜션부부와 아주 친한 것같았는데<br />
(뭐 부자들은 부자들끼리 친하겠지)<br />
여기는 어쩐 일이냐 물었고<br />
부부는 미디어교육한다고<br />
우리 감독님이 아주 잘 가르쳐주신다고 나를 가리켰다.<br />
나는 늘 그렇듯이 빤히 사제언니를 쳐다봐주었다.</p>
<p><br />
2010년 강화발령이 났을 때<br />
갑작스런 발령으로 급히 집을 구해야했을 때<br />
강화에 오면서 나는 생각했다.<br />
이 곳은 윤성호 만화 ‘이끼’에 나오는 곳같은데<br />
내가 이곳에서 살수 있을까...<br />
들리는 소문으로는 교우들이 스스럼없이 집을 방문한다고 해서<br />
찻잔세트를 사고 커피를 비롯, 각종 차를 마련했다.<br />
다행히 우리의 사택이 장애인 타운 안에 있어서<br />
저수지 옆 외진 곳에 있어서<br />
손님은 아주 드물게 왔다.</p>
<p>손님이 아무 때나 온다는 소문은 틀렸지만<br />
‘이끼’와 같은 곳일 거라는 나의 예감은 맞았다.<br />
남편은 토호들에게 완벽하게 패배했고<br />
결국 쫓겨났다.<br />
쫓겨나던 그 상황을 몇 번이나 복기해보고<br />
사무실 동료들과 당시 상황들을 다시 추리하다보면<br />
재미있는 스릴러다큐가 나올 것같은데<br />
남편은 성공회가 우스워보인다고 영화는 만들지 말라고 한다.<br />
지금은 소송이라도 할 수 있지<br />
그 때 남편은 그 치밀하고 탐욕스러운 권력자들 사이에서<br />
앞에서 신부님 신부님 하며 받들어준다고<br />
의심없이 멍청했다.<br />
내 말들을 신경쇠약직전에 빠진 여자의 헛소리로 생각했던 남편은<br />
이제와서 후회한다. 바보. </p>
<p>이제는 남편의 자장으로부터 벗어났다고 생각했는데<br />
최근에 비슷한 시도를 만났다.<br />
남편이 어떤 공동체를 꿈꾸고 있고<br />
나도 같이 해야하나 망설이던 그 곳에서<br />
비슷한 반응을 만났다.<br />
그래서 나는 망설임없이 그 곳을 떠났다.<br />
누구와 어떤 모습으로 노년을 맞을까<br />
한가할 때 이런저런 상상을 하다 보면<br />
재미있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하다.<br />
괜찮아. 어디든 여기보다는 나을 거야.</p>
<p> </p>
<p>2.<br />
소개팅 남은 소년이었다.<br />
그리고 나도 소녀였다.<br />
아마 18, 19시절.<br />
투명하고 스스럼없이<br />
낭만적 사랑에 대한 동경이<br />
가득했던 시간.</p>
<p>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면 다시 그 때로 돌아가서<br />
절대로 고대는 가지 않고<br />
절대로 운동도 하지 않고<br />
마음이 하는 소리에 열심히 귀기울이면서<br />
마음가는대로 사랑하고<br />
마음가는대로 살아갈테다.</p>
<p><br />
3.</p>
<p>M과의 이별은 나를<br />
바삭바삭한 상태로 만들어버렸다.<br />
그 질척이면서도 끈끈했던 관계.<br />
아무리 슬픈 일이 있어도 이렇게 생각했다.<br />
‘M과도 헤어졌는데<br />
너를 떠나서도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데<br />
내가 못 할 일은 아무 것도 없어...’<br />
슬픔도 기쁨도 없이 살아갈 거라고 생각했고<br />
결혼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br />
고아인 남자를 만나서 결혼을 했다.<br />
그런데 알고 보니 고아가 아니었어.</p>
<p>부모가 없는 건 맞는데<br />
가진 게 한 푼도 없는 건 맞는데<br />
(0이 아니라 마이너스라서 그의 빚까지 갚아줘야했다...)<br />
섬김받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겹겹에 층층이었어.<br />
교회 안에서보다 더 숨막히는 상태로<br />
명절을 보내다가<br />
결국은 이혼이 현실화되자 그때서야 명절 때 내가 안가도 된다고 했다.<br />
하지만 남편은 밀려서 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던 것같고<br />
그래서 명절 때만 되면 여전히 살얼음판이다.</p>
<p>2018년에 남편은 쫄딱 망했다.<br />
2013년보다 더 망했다.<br />
2013년부터 명절에 안갈 수 있었던 건<br />
그 때 남편이 망했기 때문이다.<br />
집도 없어지고 차도 없어지고 직업까지 없어졌다.<br />
집이 없고 차가 없고 직업이 없어서가 아니라<br />
마지막 순간까지 나를 속인 그 행태 때문에<br />
이혼은 기정사실화된 상태였다.<br />
근데 아이들이 너무 어렸어.<br />
지금은 2013년보다 더 망한 상태이다.<br />
도덕성까지 의심받고 있으니.<br />
이번 설엔 처음으로 불편한 마음을 숨기더라.<br />
사제언니한테 하는 것처럼<br />
가끔 남편에게 웃으면서 복수하는 순간을 꿈꾸기는 하는데...<br />
불쌍해서 못하겠다.<br />
어쩌면 저렇게 불쌍할까.<br />
가진 것도 없고<br />
살뜰하게 챙겨주는 가족 하나 없고<br />
거기다가 자기에 대한 성찰까지 없는데<br />
이제는 정말 벼랑까지 몰려서<br />
갈 데가 없어서<br />
버림받을까봐 어쩔 수 없이<br />
내 말에 귀기울이는 그를 보면서<br />
생각한다.<br />
이 연민에 나는 망할 거다.<br />
제발 지금보다 좀 나아져라.<br />
내가 편안한 마음으로 너를 떠날 수 있게.<br />
<br />
4.<br />
영화를 보러왔는데 시간이 많이 남아서<br />
종로를 돌아다녔다.<br />
창밖에는 어떤 풍경들이 보였다.<br />
20대의 민예총 편집실에서 보았던 풍경.<br />
사무실은 옥탑방에 있었고<br />
잠시 밖으로 나오면 맞은편 건물 2층<br />
열린 창으로 마작을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p>
<p>게이바였던 지하1층.<br />
그리고 낙원상가.<br />
장미꽃을 들고왔던 M.<br />
M을 못마땅해했던 편집장.</p>
<p>그때 보았던<br />
그 풍경을<br />
다시 보며<br />
M, 너를 생각했다.</p>
<p>대단했던 너의 엄마를 피해서<br />
너랑 같이 있으면 내가 없어질 것같아서<br />
그렇게 너를 떠나왔는데<br />
피하지 말았어야 했나봐.<br />
그거 알아?<br />
너의 엄마는 내게 여러 번 말했어. 전화로도. 직접 만나서도.<br />
“너만 우리 M마음을 돌릴 수가 있어.<br />
다시 삼성으로 돌아가라고 그래.<br />
아직 늦지 않았어.<br />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br />
니가 잘 설득을 해“</p>
<p>너의 엄마는 너에 대한 애정이 너무 지나쳤고<br />
나는 그 애정의 독에 치이는 게 싫어서<br />
너를 떠났는데</p>
<p>새로 떠나온 이 곳에는</p>
<p>그에 대한 애정 따윈 하나도 없는 인간들 사이에서<br />
그의 아내라는 이유만으로<br />
마음에도 없는 웃음을 지으며<br />
살아야했다.</p>
<p>그래서 이제는 도망가지 않으려고 해.<br />
이 곳에 남기 위해서가 아니라<br />
내 인생을 위해서.<br />
내 앞에 닥치는 문제를 피한다고 해서<br />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거든.<br />
그 문제는 눈덩이처럼 더 커진 채로<br />
다시 나타나.<br />
정면돌파하지 않으면<br />
나는 평생을 이 악순환의 고리에서<br />
벗어나지 못할거야.<br />
결국 모든 것은 나의 선택이었고<br />
삶은 좀더 나은 다음 생을 위한<br />
트레이닝장인 거지.<br />
그렇게 생각하고<br />
의연하고 당당하게 이 순간을 맞으려고 해.</p>
<p>뭐 달리 어쩌겠어....</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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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그 때처럼 영농법인의 사람들과 웃으면서 인사하지만 교류는 하지 않는 그런 관계.</p>
<p>오랜만에 작업실에 갔는데 바닥에 지푸라기며 흙먼지가 많았다.</p>
<p>작업실이 오래 방치가 되어었었던 거다.</p>
<p>기분이 별로 나쁘지는 않은 상태로 청소를 할까 말까 하고 있는데</p>
<p>kms가 왔다. kms는 내게 사과를 했고 나는 그 사과를 받아들였다.</p>
<p>그런데도 kms는 경찰에 끌려가게 생겼다.</p>
<p>kms를 도울 방법이 없을까 영농법인의 회장님, 부장님하고 같이 상의했지만</p>
<p>그들은 별 관심이 없었다.</p>
<p>나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하지만 그다지 절실하지는 않은 마음으로</p>
<p>kms를 걱정했다.</p>
<p>----------------------------------------</p>
<p>남편이 완벽하게 몰락하기 전까지 kms라는 이름은</p>
<p>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을 지옥에 빠뜨렸다.</p>
<p>2017년 이후에 나는 남편과 그 이름을 사이에 두고 미친 듯이 싸웠다.</p>
<p>그녀는 남편 직장의 직원이었고 불행한 결혼생활 중이었으며 남편에게 많이 의지했다한다.</p>
<p>남편은 위기상태에 빠진 그녀와 자주 상담을 했고</p>
<p>남편과의 대화에 힘입어 이혼을 감행했다고 한다.</p>
<p>산책을 할 때면 남편은 그런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그런가 싶었다.</p>
<p>미디어교육 때문에 사무실에 가서 보면 그녀는 얼굴에 표정이 없었다.</p>
<p>남편 사무실에는 두 명의 여성이 있었는데 두 사람 다 이혼을 했고</p>
<p>그리고 남편이 펼치는 회사의 전망에 희망을 갖고 있었다.</p>
<p>나는 늘 조심했으나 그녀들은 나를 불편해했다.</p>
<p>책임자를 좋아하고 존경하지만</p>
<p>책임자의 아내가 자기네 사무실에 오는 것이 불편한 걸거라고만 생각했었다.</p>
<p>그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는.</p>
<p>경제적 지표로는 좋은 평가를 얻기 힘드니까</p>
<p>활발한 프로그램으로 좋은 평가를 얻기를 원한 남편이 내게 부탁을 해서</p>
<p>미디어교육을 시작했다.</p>
<p>기획안이 뽑혀서 강사료가 생긴 시점부터는 동료들에게 교육을 넘겼으나</p>
<p>워밍업 기간에는 그냥 내가 교육을 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p>
<p>누가 돈도 안받고 이 먼 강화까지 와주겠나.</p>
<p> </p>
<p>그런데 그녀들은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걸 귀찮아했다.</p>
<p>문제는 자기네 직원들 회의를 할 때에는 네네 하고나서</p>
<p>영업과 배송으로 모두 나가고 두 사람만 있을 때 내가 교육을 가면</p>
<p>냉정하게 대하곤 했다는 거다.</p>
<p>남편의 아내라서 그런 식으로 대해지는 건 처음이 아니니 그냥 조심하며 할 일만 했다.</p>
<p>문제는 나의 동료들이 교육을 할 때 일어났다.</p>
<p>교육일정을 공유하지 않아서, 그러니까 교육이 없다는 걸 알려주지 않아서</p>
<p>두 번이나 내 동료들이 허탕을 쳐야했다.</p>
<p>두번째 허탕을 치던 날, 그날 나는 아침방송 때문에 여의도로 가고 있었는데</p>
<p>가는 길에 전화를 받았다.</p>
<p>남편이 전화를 해서 "오늘 교육없는데 알고 있냐"고 했고</p>
<p>나는 황급히 내 동료에게 전화를 했고 내 동료는 이미 합정역에서 M버스를 탄 후였다.</p>
<p>첫번째 허탕을 쳤을 때 나는 사무국장에게 일정 정도는 공유해달라고 했으나</p>
<p>같은 일이 다시 발생한 거다.</p>
<p> </p>
<p>두 명의 여성 중에 한 명은 회계였고 한 명은 프로그램 담당이었다.</p>
<p>프로그램 담당에게 전화를 해서</p>
<p>교육을 하고 싶지 않은 거냐.</p>
<p>그렇다면 당신들 조직 안에서 그렇게 말하고 교육을 안하겠다고 해라.</p>
<p>우리는 당신네 대표가 부탁해서 오는 사람들이다,</p>
<p>다른 도움은 바라지도 않는다. 일정조차도 공유하지 않는건 너무한 거 아니냐..</p>
<p> </p>
<p>나중에 집에 돌아오니 나 때문에 그녀가 울었다며 나보고 뭐라고 그랬다.</p>
<p>뭐냐 이건.</p>
<p>막장드라마에 나오는 여성캐릭터들에 내가 걸린 거야?</p>
<p>어쨌든 남편과는 기나긴 냉전에 들어갔고</p>
<p>그리고 한 달 후, 시사회날,</p>
<p>나의 동료들이 와서 시사회 준비를 하는데</p>
<p>(그러니까 암막커튼을 치고 의자를 배치하고 기타 등등)</p>
<p>그녀들은 꼼짝을 하지 않고 구경만 하다가</p>
<p>시사회가 시작을 했는데도 오지 않아서 남편이 부르러 가고</p>
<p>뭐 기타 등등.</p>
<p>남편은 그러니까 처음으로 그녀들이 나와 나의 동료들을 어떻게 대하는지</p>
<p>자기가 애써 부탁해서 하게된 사업에서</p>
<p>자기네 직장 동료들이 어떻게 처신하는지를 알게 되었다.</p>
<p>쪽팔렸겠지.</p>
<p>쪽팔렸을 거다.</p>
<p> </p>
<p>그러니까 멍청한 남편은 그동안 호구노릇을 하고 있었던 거야.</p>
<p>좋아하는 과자를 사주고 신부님, 신부님, 하면서 살살 거리니까</p>
<p>그냥 자기가 잘하고 있는 줄 알았던 거다.</p>
<p>그리고 자애로운 신부님으로서</p>
<p>이혼위기에 빠져있는 여성이 형편이 어려우니까</p>
<p>출근시간은 늦춰주고 퇴근시간은 당겨주고</p>
<p>아이가 학교 끝나는 시간이면 언제든 픽업을 위해서 나가게 해주고.</p>
<p> </p>
<p>언젠가 남편 회사에서 오리요리를 했다고 초대를 한 적이 있었다.</p>
<p>큰 애와 같이 갔다가 본 이상한 풍경.</p>
<p>그녀는 자기 아이들 뿐 아니라 자기 친구들까지 데려와서 호스트노릇을 하고 있었다.</p>
<p>내가 사무실에 가면 늘 무표정했던 그녀는</p>
<p>그렇게 다른 얼굴로 호스트노릇을 하고 있더라.</p>
<p>별로 가고 싶지 않은데 간 거라서 나도, 큰애도 그냥 인사만 하고 집으로 돌아왔었다.</p>
<p> </p>
<p>그러니까 어떤 풍경은 나중에 아주 다르게 이해된다.</p>
<p>그러니까 오리요리가 넉넉해서 가족들과 친구들을 부른거다,라고 넘어갔던 그 일이</p>
<p>다시 떠오른 것은 시사회 이후였다.</p>
<p>시사회 사건 이후로 남편이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p>
<p>며칠동안 외부활동 없이 조용히 직원들의 상황을 파악하고</p>
<p>나이 어린 사무국장이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p>
<p>말하자면 두 명의 여인들이 실질적인 주인 노릇을 하고 있는,</p>
<p>출근시간도 멋대로고, 퇴근시간도 멋대로이고</p>
<p>야근을 한다 하고서 저녁을 먹으러 가서 외부에 오래 있다 와서 얼마 있다가 퇴근하는,</p>
<p>그런 행태들을 파악한 후에</p>
<p>전체회의에서</p>
<p>"이제 특혜는 없다. 그냥 원칙대로 한다"라고 한 후</p>
<p>그녀들은 무단결근을 했다가</p>
<p>법인에 내부고발을 한다.</p>
<p> </p>
<p>횡령 얘기는 그 때부터 나왔을 거다.</p>
<p>그녀들은 그런 얘기를 했다고 한다.</p>
<p>1. 내가 사무실 일에 너무 관여를 해서 일을 할 수가 없다.</p>
<p>2. 내가 푸른영상 이름으로 사업을 벌이기 위해서 우리 조직을 이용한다.</p>
<p>3. 신부님만 아는 돈거래가 있다.</p>
<p>뭐 기타 등등.</p>
<p> </p>
<p>그녀들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서</p>
<p>그러니까 오물을 뒤집어 쓴 나의 자리에 대해서는 누구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p>
<p>다만 법인은 내부감사를 통해</p>
<p>kms가 맡은 일은 회계인데</p>
<p>회계 일이 제대로 안되어있다는 것,</p>
<p>조직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남편에게 경고.</p>
<p>뭐 그런 식으로 일처리가 되었다고 들었다.</p>
<p> </p>
<p>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얼마 후에 그만뒀다.</p>
<p>그녀는 갈 데가 많은 정신보건사회복지사였으므로.</p>
<p>그리고 kms만 남았다.</p>
<p>법인의 감사가 이뤄지면서 kms가 남편을 찾아와서 그랬다고 한다.</p>
<p>저는 신부님을 우리 교회 목사님보다 더 믿고 의지했어요.</p>
<p>사실은 그 얘기를 전해들으면서</p>
<p>성격이라고만 생각했던 그녀의 무표정이</p>
<p>사실은 나에 대한 적개심이었다는 것을 알았다.</p>
<p> </p>
<p>내가 매개가 되어서 이상하게 꼬여서 이룬 성과는</p>
<p>어쨌거나 조직정비는 이뤄졌다는 거다.</p>
<p>내가 남편에게 화난 이유는 남편이 나를 믿지 않았다는 거다.</p>
<p>내가 가끔 교육을 하러 가서 보는 풍경들</p>
<p>장애인 당사자들은 작업실에서 일을 하다가 나와 교육을 하고</p>
<p>교육 중간에 비품이 필요해서 나와보면</p>
<p>인터넷 쇼핑을 하거나 차를 마시며 수다를 떨고 있던 그녀들</p>
<p>집에 돌아와서 내가 본 풍경을 얘기하면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p>
<p>"당신이 뭘 봤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직원들, 박봉에 격무에 시달려.</p>
<p>매일 야근을 해야할 만큼 일이 많아."</p>
<p> </p>
<p>최근 남편이 당하고 있는 어려움 중에</p>
<p>회계 문제 때문에 오해를 당하는 걸 지켜보면서</p>
<p>약간 고소했다.</p>
<p>봐,그러니까 내 말을 들으라고 했잖아.</p>
<p>새로 오신 회계 선생님 덕분에 그 전 회계가 얼마나 일을 엉망으로 했는지</p>
<p>누락본이 얼마나 많은지에 대해서 남편은 아주 구체적으로 전해들었을 테니까.</p>
<p>그리고 모든 것을 잃고 나니까 이번에도 역시나 내 말을 듣는다.</p>
<p> </p>
<p>사람들은 이렇게 말을 한다.</p>
<p>착하고 순진한 신부님이 세상일에 대해서 뭘 알겠냐고.</p>
<p>나한테는 이런 궁금증이 있다.</p>
<p>그렇게 좋은 사람으로 패싱되고 싶을까.</p>
<p>우리는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p>
<p>나의 꿈, 내가 이루고 싶은 일들, 그것을 향해서 사는 거 아닌가.</p>
<p>나는 무능이 싫고 게으름이 싫고 책임회피가 싫고 도둑질이 싫다.</p>
<p>불평등이 싫고 거드름이 싫고 권위주의가 싫다.</p>
<p>그런데 남편한테 가장 중요한 건 뭘까...좋은 사람이라는 이름표인가.</p>
<p> </p>
<p>그녀들이 내부고발을 하러 갔다는 걸 알았을 때</p>
<p>나는 걱정했다.</p>
<p>혹시나 성폭력같은 걸로 남편을 걸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p>
<p>나는 남편을 믿지만</p>
<p>그리고 모든 것이 남편의 호의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지만</p>
<p>남편은 그녀를 위해 온갖 편의를 봐주었고</p>
<p>갈 곳이 없는 그녀를 위해 덕포리에 집도 구해주었다.</p>
<p>남편 혼자 구해준 것은 아니지만</p>
<p>계약서를 쓸 때 남편이 옆에 있어줬다.</p>
<p>나는 그 마음을 믿는다.</p>
<p>척박한 시골동네에서 혼자사는 여자에게 동네 사람들이 함부로 대할까봐</p>
<p>든든한 뒷배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일부러 남편 회사에서 계약서를 쓰게 했고</p>
<p>옆에 같이 있어줬다고 한다.</p>
<p> </p>
<p>내부고발을 위해 서울 법인 사무실에 그녀들이 면담을 하는 동안</p>
<p>그리고 그 소식을 듣고 남편도 서울로 가는 동안</p>
<p>어떤 이야기들이 오갔는가에 대해서 궁금해하며 기다리고 있는 동안</p>
<p>남편은 서울에 도착했는데 그녀들의 면담이 길어진다는 얘기를 듣는 동안</p>
<p>내가 걱정했던 게 혹시라도 성폭력같은 걸로 걸리는 게 아닌가 하는 점이었다.</p>
<p> </p>
<p>출근 시간을 늦춰주고 퇴근시간을 당겨주고</p>
<p>중간중간 특혜도 봐주고</p>
<p>집을 얻는 데에 보증도 서주고...</p>
<p>그것은 남편의 좋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지만</p>
<p>혹시라도 나쁜 마음을 먹고</p>
<p>그런 특혜들의 이유는 사실 따로 있다, 라고 말할까봐.</p>
<p>그래서 오명을 뒤집어쓸까봐 걱정했다.</p>
<p>그건 아니라서 다행이었다.</p>
<p> </p>
<p>발효하는 언니네 집에 간 적이 있었는데</p>
<p>그 집 맞은 편이 kms의 집이라는 것을 발효언니가 알려주었다.</p>
<p>kms는 가장 힘든 시기에 그냥 안나와버렸다.</p>
<p>2018년 교육을 위해 기획안 신청을 했고</p>
<p>두 개의 지원을 받아서</p>
<p>내 이름으로 된 두 개의 통장과 두 개의 카드를 발급받아서</p>
<p>kms에게 전해주었는데</p>
<p>(교육은 우리가, 행정은 남편네가 하기로 했으니까)</p>
<p>갑자기 그만 둬버려서 사무실 동료들은 강사료도 못 받고 일을 했다.</p>
<p>그리고 결국 11월이 되어서야 회계처리를 내가 해야 했다.</p>
<p>그냥 만들기만한 계정,</p>
<p>전해준 메모가 어디있는지 몰라서</p>
<p>아이디와 비번을 물어보느라 전화를 했지만 전화는 받지 않았고</p>
<p>가장 무책임한 방식으로</p>
<p>나에게 가장 고통을 주는 방식으로</p>
<p>kms는 그렇게 우리에게 복수하고 떠났다.</p>
<p> </p>
<p>연민은 나를 움직이는 가장 큰 동력이다.</p>
<p>아마 나는 연민 때문에 망할 것이다.</p>
<p>만취한 남편이 엄마, 엄마, 엄마 하면서 잠꼬대를 할 때면</p>
<p>엄마없이 험한 세상을 살아왔을 남편에 대한 연민에 마음이 아프다.</p>
<p>그 연민을 어쩌지 못한 채</p>
<p>나는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p>
<p> </p>
<p>20대의 나는 반복되는 패턴에 상처받았다.</p>
<p>열렬한 구애와 그래서 시작된 연애와 멀티플레이, 그리고 결별.</p>
<p>사람과 사랑에 대한 모든 기대를 접었을 때 남편을 만났다.</p>
<p>기대없이 결혼했고 결혼하자마자 임신을 했고 그렇게 숙제처럼</p>
<p>제시되는 미션들을 한 개씩 클리어하며 지금까지 살고 있다.</p>
<p>나의 인생게임은 정교하게 디자인된 듯 하다.</p>
<p>그러니까 연애 미션을 포기한 댓가로</p>
<p>배신없는 사랑을 선택한 댓가로</p>
<p>그러니까 사제이니 최소한 그런 식의 멀티플레이는 없겠지라는 믿음때문에</p>
<p>이 관계를 선택했는데</p>
<p>그 이유때문에 바꾼 이 스테이지가 너무 어려워.</p>
<p> </p>
<p>이 관계에서 반복되는 패턴은</p>
<p>나의 말을 믿지 않는다는 거.</p>
<p>그리고 모든 것을 잃은 후에야 그 때서야</p>
<p>나의 말에 귀기울이고</p>
<p>위기 때 가장 관계가 좋다는 거다.</p>
<p>나의 인생게임은</p>
<p>너무 고난이도다.</p>
<p>가끔은 이 관계를 포기하고나면</p>
<p>내 삶이 지금보다는 나아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p>
<p>하지만 아직은 더 여지가 있다.</p>
<p>20대의 나는 늘 타인을 탈출의 수단으로 삼았다.</p>
<p>북경에서 맞았던 29살의 크리스마스가 내가 솔로로 맞았던 유일한 시간이었다.</p>
<p>나는 쉴새없이 연애를 했다. 그렇다고 그것이 나의 의지는 아니었다.</p>
<p>그냥 수동적으로 흐름에 나를 맡기다보면 그렇게 되어있었다.</p>
<p>페미니스트 벨훅스가 말한다.</p>
<p>"홀로 존재하는 법을 아는 것은 사랑의 기술의 핵심이다.</p>
<p>홀로 있을 수 있을 때</p>
<p>타인을 탈출의 수단으로 삼지 않고</p>
<p>그들과 함께할 수 있는 것이다."</p>
<p> </p>
<p>타인을 탈출의 수단으로 삼지 않는다는 말을 기억해야했다.</p>
<p>다른 이들을 수단삼지 않고</p>
<p>고독을 수련해야했다.</p>
<p>29살에 나는 북경에서 고독을 수련해야겠다고 다짐했다.</p>
<p>그리고 30살의 9월에 결혼을 했다.</p>
<p>9개월은 고독을 수련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었던 것같다.</p>
<p>고독을 수련하지 않은 댓가로</p>
<p>나는 지금 너무 어려운 스테이지에서 고전하는 중이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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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꿈 때문이었다. 기록해야할 꿈이 생겼기때문에.</p>
<p>그런데 그 꿈을 기록하지 못했다.</p>
<p>오늘 아침 깨어서 갑자기 기록하지 못한 그 꿈 생각이 났다.</p>
<p>그 꿈은 나에게 큰 위로를 주었으므로 어떻게든 기억해보려고 한다.</p>
<p> </p>
<p>그 곳은 쁘렝땅백화점이 있던 그 거리의 어떤 건물을 연상케했다.</p>
<p>민예총 편집실에서 일할 때</p>
<p>낙원동 사무실에서 쁘렝땅백화점까지 걸어가서 718번을 타고 집으로 갔다.</p>
<p>아침에는 시흥역까지 걸어가서 1호선을 타고 종로3가역에서 내려 걸어갔었고.</p>
<p>쁘렝땅백화점 앞에서 718번을 기다릴 때엔 늘 할 일이 없어서 건물들을 보았고</p>
<p>그러다보니 그 건물들이 눈에 익었나보다.</p>
<p> </p>
<p>꿈 속 건물은 쁘렝땅백화점 혹은 그 부근에 있던 어떤 근대식 건물을 연상하게했다.</p>
<p>건물 밖에서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연좌농성을 하고 있었다.</p>
<p>그 곳에 jsy도 있었는데 그는 그 무리의 지도자격인 것 같았다.</p>
<p>나의 위치? 심리상태는 관광객이었다.</p>
<p>그 곳 호텔은 편안했고 나는 그 곳에 관광객으로 묵고 있는 사람이었다.</p>
<p>jsy와 그 일행은 낮 동안은 농성을 하고 밤에는 우리와 같은 층에서 잠을 잤다.</p>
<p> </p>
<p>나는 여행자의 마음으로 농성자들을 구경하거나</p>
<p>건물의 모양새를 관찰하기도 했다.</p>
<p>농성자들이 나를 경계하지 않았으므로 나는 어디든 갈 수 있었는데</p>
<p>농성자들이 농성하는 그 위치에서 PBS라는 큰 영어문자가 씌어있는 건물을</p>
<p>멋지게 찍을 수 있는 포인트가 있었다.</p>
<p>그러니까 밖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이 안에 들어오고 싶어하고</p>
<p>특히나 카메라맨들이 탐을 낼만한 포인트에</p>
<p>나는 누구의 제지를 받지도 않고 접근할 수 있었던 거다.</p>
<p>하지만 나는 촬영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p>
<p>그렇게 여행자의 마음으로 하릴없이 배회하다가</p>
<p>한 사람만이 들어갈 수 있는 작은 쪽문이 있어서 들어갔는데</p>
<p>내가 들어가자마자 두 명의 사람이 나를 밀고 들어왔다.</p>
<p>그 문은 내가 묵고있는 호텔로 들어갈 수 있는 비밀문 같은 곳이었다.</p>
<p>그 두 사람은 사복형사같은 위치였는데</p>
<p>순간 나는 내가 조심하지 못해서 jsy와 그 일행들이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는 생각에</p>
<p>너무나 미안했다.</p>
<p>어떻게든 그 두사람을 막아내고 다른 사람들한테 이 문제적 상황을 알려야했다.</p>
<p>그런데 거기 박환성PD가 나타났다.</p>
<p>박환성PD는 JP와 비슷한 시기에 장례를 치러야했던 독립PD인데</p>
<p>생전에 일면식도 없던 사람이었다.</p>
<p> </p>
<p>그런데 꿈 속에서는 박환성pd는 그 두 사람의 침탈자를 가볍게 제압했고</p>
<p>나는 작은 카메라로 그 장면을 찍었다.</p>
<p>두 사람은 이내 포기하고 계단에 털썩 주저앉았다.</p>
<p>박환성PD때문에, 그리고 내 카메라 때문에</p>
<p>그들은 그들의 뜻을 이루지 못했다.</p>
<p>박환성PD는 환하게 웃으며 나를 위로했다.</p>
<p>박환성PD와 함께 일하는 후배PD들이 있었는데</p>
<p>나는 그 PD들을 보면서 '저 사람들은 확실히 배우겠구나'라는 생각을 했고</p>
<p>그 사람들이 부러웠다. </p>
<p> </p>
<p>얼마 후 큰 운동장에서 연대집회가 있었다.</p>
<p>우리는 관광객으로 왔지만 연대집회에는 참여하기로 했다.</p>
<p>운동장 스탠드 같은 데에 앉아있는데 내 앞자리에 자폐성 장애를 가진 젊은 남성이 있었다.</p>
<p>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은 그의 돌발행동 때문에 난감해하고 있었다.</p>
<p>나는 그 사람에게 인사를 했고</p>
<p>그리고 머리가 너무 헝클어져있어서 그 사람의 머리를 빗겨주었다.</p>
<p>그 사람의 머리는 곱슬이었는데 아주 많이 엉켜있었고</p>
<p>내가 가진 빗은 얼레빗이 아니라 드라이용 빗이라서</p>
<p>머리를 빗기면서도 '이게 빗기려나' 싶었는데</p>
<p>의외로 술술 잘 빗겨졌다.</p>
<p>그 사람의 머리를 빗기고 있는데</p>
<p>남편이 왔다.</p>
<p> </p>
<p>그는 남편이 오자 활짝 웃으며</p>
<p>"신부님, 저 예쁘지요?" 하며 안겼고</p>
<p>남편은 "네 좋네요. 하면서 다정하게 안아주었다.</p>
<p>모두가 어떻게 다가가야할지 몰랐던 그 사람을</p>
<p>편안하게 대해주는 남편이 모습에 내 마음이 환해졌다.</p>
<p> </p>
<p>꿈 전문가는 현재 내가 처해있는 상황이 아주 잘 풀릴 거라는 것을</p>
<p>말해주는 예지몽이라고 했다.</p>
<p>예지몽을 꾼 적은 없었던 것같지만</p>
<p>(아니다 1년 전에 예지몽인지 몰랐는데 결과적으로 이제 와서 보니 예지몽인 어떤 꿈이 있었다)</p>
<p>그 말을 믿고 싶었다.</p>
<p>어떻게든 내가 처해있는 이 상황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p>
<p>꿈 속 박환성pd가 어쩌면 JP일 수도 있다고</p>
<p>JP가 어떻게든 나를 돕고 있을 거라는 말도 해주었다.</p>
<p>그 말에 슬픔과 따뜻함이 내 마음에 물처럼 차올랐다.</p>
<p> </p>
<p>2.</p>
<p>쁘렝땅 백화점과 근대식 건축물에 생각이 미치자 갑자기 앞날이 궁금해진다.</p>
<p>1971년부터 1984년 9월까지는 해남에서 살았고(13년)</p>
<p>1984년부터 1992년까지는 중랑구 중화동에서 살았고(8년)</p>
<p>1992년부터 2000년 9월까지는 광명 하안동(8년)</p>
<p>2000년부터 2010년 1월까지는 관악구 봉천동(10년)</p>
<p>2010년부터 2011년 2월까지는 주중엔 관악구 봉천동, 주말엔 강화</p>
<p>그리고 2011년부터 2019년까지 강화에서 사는 중이다.(8년)</p>
<p> </p>
<p>3월 개학 전에 목포에 한 번 가고 싶다.</p>
<p>마루에서 창밖을 바라보면 평화로운 들판, 그리고 그 너머 산이 보인다.</p>
<p>내 노년의 풍경 또한 여기일까,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p>
<p>작년 이맘때 이혼 얘기가 나올 때</p>
<p>남편과 언니는 이혼 말고 별거를,</p>
<p>그래서 나는 서울에서 따로 살고</p>
<p>아이들과 남편은 강화에서 살면 어떨까라는 제안을 했었는데</p>
<p>나는 내 아이들과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p>
<p> </p>
<p>이제 곧 아이들은 자랄 것이고 그리고 이 집을 나갈 것이다.</p>
<p>주중에는 흩어져살다가 주말이면 모두 모이는, 그런 형태가 되지 않을까 싶다.</p>
<p>내가 평생 바라봐야할 풍경이 이 풍경일까</p>
<p>누군가는 편안함을 말하지만, 그리고 나도 평화롭다고 느끼지만</p>
<p>여행지라는 느낌이 크다.</p>
<p> </p>
<p>목포에 갔을 때 나는 고향에 온 것같았다.</p>
<p>나는 가겟집 아이였고</p>
<p>집 앞에는 5일장이 있었다.</p>
<p>장날 전에는 생선좌판 할머니가 우리 집에 오셔서 같이 먹고 잤다.</p>
<p>그 할머니를 나는 좋아했다.</p>
<p>할머니 말고도 볼이 빨간 아주머니도 장날 전에 집에서 묵었었는데</p>
<p>어느 저녁, 아버지가 그 아주머니에게 친근감을 표현하는 걸 보고서</p>
<p>그 아주머니가 잠시 미웠던 기억이 난다.</p>
<p> </p>
<p>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아니 돌아가시기 전부터 장은 쇠퇴해갔고</p>
<p>이제 장은 안 선다.</p>
<p>축제같던 장날의 풍경과 정서는 이제 고향 그 곳에는 없다.</p>
<p>2003년에 어린 하은과 겨울여행을 갔었다.</p>
<p>남편이 운전하는 차의 뒷좌석에서 어린 하은을 무릎에 눕힌 채</p>
<p>차창 밖을 바라보면 규칙적으로 숫자가 적힌 푯말이 나타났다.</p>
<p>0에서 시작해서 숫자는 올라갔다.</p>
<p>그리고 목포에 도착할 때쯤 푯말에는 300이라고 써있었다.</p>
<p>남편이 말해주기를 서울에서 목포까지가 300Km라고 했다.</p>
<p>그 겨울여행의 첫 날은 군산에서 잤다.</p>
<p>밤샘운전이 무리였으므로 하루밤 묵을 어딘가를 찾다가 군산에 간 것이다.</p>
<p>그 때의 군산에는 특별한 기억이 없다.</p>
<p> </p>
<p>나에게는 목포가 강렬했다.</p>
<p>목포의 항구에서 저녁을 먹는데</p>
<p>뱃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있었고</p>
<p>나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노란색 염색머리의 중년 여성을</p>
<p>뱃사람들은 "박양아~" 불렀고</p>
<p>박양이라고 불린 그 분은</p>
<p>뱃사람들에게 술을 따르고 있었다.</p>
<p> </p>
<p>젖먹이 아이를 안고 뜨거운 국물을 떠먹으면서</p>
<p>나는 좀 슬펐다.</p>
<p>그리고 이 사람들 곁에서 함께 살면서 영화를 찍는 건 어떨까</p>
<p>그런 막연한 상상을 했었다.</p>
<p>최근에 목포가 화제가 되면서 그 밤의 슬픔, 그 밤의 상상이 떠올랐다.</p>
<p>노년의 나는 어떤 곳에서 누구와 함께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p>
<p>생각해보곤 한다.</p>
<p>이 곳은 아닐 것이다.</p>
<p>지금은 위기의 시간.</p>
<p>지금만 잘 넘기고 나서</p>
<p>천천히, 아주 꼼꼼히 생각해봐야겠다.</p>
<p>내 몸 안에는 떠돌이의 피가 흐르고 있으므로.</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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