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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화자가 제3자가 아니라 당사자라면 어떨까? 다큐멘터리 <할매꽃>이 선 자리는 그래서 독특하다. <슬로브핫의 딸들>을 필두로 교회와 여성, 교회와 장애 등 교회를 화두로 지속적으로 작업을 하고 있는 문정현 감독은 집안 이야기를 통해서 한국 현대사의 한복판에 뛰어든다. 다큐멘터리의 시작은 참 흥미롭다. 2001년 11월, 정신병으로 평생을 고생하시다 돌아가신 작은 외할아버지의 일기를 발견한 감독은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몇 박스나 되는 일기는 작은 외할아버지가 30여 년 동안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적은 것인데 날마다 교회에 가서 찬송을 부르고, 성경을 읽고, 설교를 들은 것에 대해서 꼼꼼히 적은, 거의 똑같은 내용들이었던 것이다. 이 이상한 일기의 정체가 궁금해진 감독은 작은 외할아버지가 그런 일기를 적은 이유를 물었고 감독은 어머니에게서 그 동안 전혀 알지 못했던 가족의 비극, 고난에 찬 외가의 역사를 듣게 된다. 이 다큐멘터리는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다루고 있지만 ‘이제는 말할 수 있다’나 다른 독립다큐멘터리에서 시도했던 ‘역사 바로쓰기’와는 선 자리가 다르다. 외할머니 일가가 살던 전라남도 산골을 찾아가 동네 어른들로부터 옛날 이야기를 듣는 첫 만남은 정답지만 만남이 거듭될수록 듣게 되는 이야기들은 묘한 기시감을 불러일으킨다. 화악산, 금정굴과 같은 지명들은 소설 <태백산맥>을 떠올리게 하고, 이장님이 부르던 기억 속의 노래는 다큐멘터리 <송환>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소설 속 장면이나 비전향 장기수의 노래가 시골 촌부들의 입을 통해서 재현되는 순간, 정형화된 역사는 내 이웃의 삶으로 녹아든다. 그리고 삶이 계속되는 것처럼 금기시된 역사는 여전히 말하기를 주저하게 만든다. 처음 주저주저하던 이장님은 대화가 깊어갈수록 숨겨왔던 이야기들을 꺼내고 결국은 50여년 전, 빨치산들이 부르던 노래를 정확하게 불러보인다. 봉인된 기억들은 그렇게나 조심스럽게 세상으로 나온다. 생기발랄하게 카메라를 들었던 젊은 감독 또한 영화가 전개될수록 진실의 무게에 힘겨워한다. 어머니 가족과 친구 분의 가족이 과거에는 피살자 집안과 살해자 집안이었다는 불편한 사실을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외할머니의 오빠가 총살당할 때, 그 총을 겨눴던 사람이 바로 이웃이었다. 그 사실을 모른 채 정답게 너나들이 했던 이웃에게 그 사실을 밝혀야 하는지에 대해 어머니와 감독은 입장을 달리한다. 밝혀야 한다는, 그 억울한 죽음에 대해서 사과를 받아야 한다는 감독에게 어머니가 말한다. 그 사람도 피해자였다고. “네 이야기를 듣다 보면 너무 깊이있게 옳고 그른 것이 나타나있어. 그런데 어머니가 이 나이 먹도록 살아보니까 사실 그 옳고 그름이라는 것도 인간에게는 모순이야. 인간 자체가 옳고 그르다 말할 수 없는 거야.”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이웃을 죽이고 이웃에게 죽음을 당해야 했던 슬픈 조상들. 어머니는 이 땅의 슬픈 현대사를 껴안으며 이대로 묻고 가자고 한다. 어머니에게 설득당하는 감독과 감독 앞에서 단호하지만은 못한 어머니는 생각의 끈을 주고 받으며 마지막 만남을 준비한다. 여전히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미워하지만 겉보기에는 평화로워 보이는 시골 마을의 어른들처럼, 이 땅의 역사는 여전히 치유되지 못한 채 묻혀 있다. 진정한 화해를 위한 첫걸음은 묻혀 있는 것을 세상에 드러내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도 이른바 ‘빨갱이’로 낙인찍혔던 사람들과 그 가족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전면적으로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치러야할 댓가를 헤아리던 관객들에게 영화는 결국 마지막 질문을 던진다. 이 땅에서 진정한 화해는 어떻게 가능한가? 그 해답을 찾는 것, 그리고 진정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 그것이 역사 바로쓰기의 첫걸음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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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절한기타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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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이 까칠해서 명품 이란 단어가 거슬린다능~ 좋은영화인건 알지만, 여튼 맘에 안듬~ 되도록 참가하는 방향으로요!!!부가 정보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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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론회 때 가실 거지요?부가 정보
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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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휴간데 뭐할까 고민 중이었는데... 할매꽃 보러 가면 되겠네요. 비가 오지 않으면 자전거 타고 극장에 가도 좋겠구요. ^^ 좋은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꾸벅. (근데 저도 읽으면서 명품이란 낱말에 자꾸 멈칫거리게 되요. 좀 불편하긴 하네요)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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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죠? 사무실에 온 메일에는 '<송환>, <엄마...> 등 명품 다큐를 만든 푸른영상'이라는 말이 있어서 한참 웃었어요. 다른 분들은 몰라도 제건 절대로 명품은 아니거든요.ㅋㅋ 좋은 시간 되시길 빌어요~부가 정보
숲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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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문구는 인디스토리가 한 건가?구리다 '명품' 영화는 좋은데.
19일이면 목요일이네. 갈 수 있을까 모르겠다.
태제네 집에 가야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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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인디스토리가 한 거 같아. 태제형네 집이면....지방에 가시는 거네요.거기 공기 좋은 데? ^^ 언제 시간내서 우리랑 같이 밥 먹자.
남편은 자기 혼자 형 만나겠다고 하더라. 아기들 정신없으니까.
나랑 먹고 싶어, 남편이랑 먹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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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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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오랜만에 극장에 가서 이 '명품(ㅋㅋ)' 좀 보겠어요.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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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래주세요~ ^^부가 정보
sch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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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dvd로 봐서 이참에 극장에서 봐야지 싶네요. 근데 인디스페이스에 가보니 19일 타임이 안나와 있어서 무지 궁금하다는...저녁에는 일정이 있는데 낮에 하면 득달같이 달려가서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데.... ^^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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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김연수와함께 보기 이벤트도 있던데 거기 한 번 가보고 싶다는.... ^^;부가 정보
조르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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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작년엔가 영화제에서 봤는데..인디다큐때였나..? 이렇게 큰 이야기를 품고있을 줄 몰랐어요. 다른 영화제때 또 상영하길래 친구들한테 막 추천하고 그랬었는데..개봉한다니 반갑네요^^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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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해주셨다니 고맙습니다. 저는 서울독립영화제 때 봤었는데 그 때 객석이 논쟁으로 뜨거웠어요. 개봉하면 또 어떤 반응일지 궁금해요. 개봉을 반가워하는 관객이 있다는 것을 감독에게 꼭 전할께요. 관심 고맙습니다부가 정보
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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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마당에 19일 1시 표 예매했답니다. 흐흐 날씨 좋으면 창동에서 자전거 타고 달려가 땀냄새 풀풀 풍기며 볼까 해요 ^^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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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잘하셨어요~ 짝짝~!! 이 참에 정규한테도 소개를 해야겠네요. 함 봐요~~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