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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과 <꽃보다 남자>

예전에 KBS에서 일하던 선배는

"SBS는 사장이 유리창 닦으라고 그러면 얼른 닦아야 하고

사장이 말할 때 열심히 안 들으면 짤릴 수도 있어. 너 나가, 그러면 짤리거든.

그런데 우리는 사장이 말할 때 딴 데 보고 있어도 돼"

그런 말을 해주었다. 상업방송이니까 사장 맘대로 하나봐.

 

상업방송 SBS가 잘못 하는 일은 참 많기도 한데 그 SBS에서 용산참사에 대해서 다뤘다.

볼까 말까 많이 망설였다. 긴 감기 때문에 우울이 커튼처럼 드리워져있는 상태에서

뻘소리 듣고 나서 감당못할 분노에 화르르 타오를까봐 망설였는데...잘 봤다.

'철거민'이나 '시위대' 같은 단어는 그들을 평범한 나와는 다른 이방인으로 느끼게한다.

학교 다닐 때 나는 내가 평범하지 않다고 생각한 적도 많았고

경찰이 무서워 피해다니기도 했었다. 나는 겁이 많았으니까.

그런데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고 나서는 내가 왜 피해야하는데, 그런 생각을 한다.

 

길을 걷다가 불심검문을 하면 거부할 수 있을 것같고(그런데 한 번을 안당했네 ^^;)

지하도를 건너 밖으로 나가야하는데 입구를 막고 있는 전경을 보면

"내가 내 길을 가겠다는데 당신이 왜 내 길을 막고 있는 거지?"항의할 수 있을 것같다.

왜냐하면 나는 평범한 시민이기 때문에.

내가 어떤 사상을 가졌건 나는 자유로운 인간이고 내 생각과 행동을 구속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으니까. (하지만 누군가로부터 구속당할만한 행동을 안한지 백년도넘은듯)

 

왜 이런 소리를 늘어놓느냐 하면 <무너진 망루>는 평범한 이웃들이

왜 망루에 오를 수밖에 없었는가를 조근조근 잘 말해주었다는 거다.

과격시위니 떼쟁이니 하는 이따위 말들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를

우리 아이들도 이해할만큼 잘 설명해주었다.

"처음 5~6억에 산 집을 50~60억씩 보상받으면서도"

1~2억씩 대출받아 권리금 내고, 가게 꾸며서 하루하루 열심히 일해온 사람들의 터전을

재개발이라는 이름으로 갈아엎으면서 몇 천만원 밖에 안 준다면 누구라도 싸울 수밖에.

 

직접적인 화재의 원인에 대해서는 어물쩍 넘어가기도 했고

"청계천 개발 때 이명박은 천번도 넘게 상인들을 만났는데"라며

용산구청장이나 용산의 지주들로만 공격의 범위를 한정짓는 것이 씁쓸하긴 했지만

그 줄타기가 불쌍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노력이 가상하다.

 

사무실 맞은 편도 재개발중이다.

개발을 위해 한창 가게들이 이사를 갈 즈음에

가끔 가던 '김소연 미용실'에 머리를 자르러 갔는데

그 때 2층 까페 크리스탈이며 1층 철물점은 이미 다 비워져서

빨간 색 스프레이로 X자가 그려져있는 그 흉흉한 건물에서

홀로 남아있던 김소연 언니는 건물 주인이 혼자만 보상받고 떠나버렸다고

권리금 3천만원이 날라가게 생겼다며, 나는 절대 못 나간다고 말했었는데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 그 가게도 비워졌길래 난 김소연언니가 보상을 받았을 거라고

그렇게 씩씩하고 당당했던 언니가 당연히 보상을 받아서 나갔을 거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토요일 밤, 난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고나서야 비로소

그 언니가 험한 꼴을 당한 건 아닌지, 용산 4지구의 그 수많은 상인들처럼

그렇게 억울하게 용역들에게 쫓겨간 건 아닌지

그제서야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내 무심함이 미안하다.

몇 주 전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돈'에 대해서 다뤘었다.

그 때 한 사람이 그랬었다.

"처음에 재테크로 1억 2억 벌 때에는 아주 신이 났었는데

이젠 10억 20억을 벌어도 별 감흥이 없다. 그저 삶의 방식일 뿐이다"

 

<무너진 망루>가 끝난 후 불꺼진 방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부자들은 정말 너무해. 그렇게 몇 십억씩 가지면서

그렇게 뻥뛰기 된 자기들 재산에서 권리금은 정말 푼돈인데

그것까지 그렇게 혼자 먹으려고 하냐'

그런 생각 혼자 하다가 그러다 몇 주전 보았던 '돈'에 대한 프로그램을 생각해냈다.

그저 삶의 방식일 뿐인 건가.

사람이 죽어나가도 차곡차곡 쌓여가는 돈, 그 숫자 외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건가.

 

스필버그가 CJ이미경에 대해서 그런 사람을 키운 한국이 궁금했다고 말했다거나

박찬욱이 "있는 집 자식들은 정신도 풍요롭다" 따위의 말을 했다거나

그런 말을 들으면 물질의 궁핍이 정신까지 궁핍하게 할지도 몰라 걱정하기도 했었지만

사실 그 돈많은 삼성이 그 돈 지 자식한테 물려줄려고 저지르는 꼬락서니며

품위있는 귀부인 행세하면서 그림에다가 돈 묻어두는 고상한 재벌가 사람들의 행태는

한마디로 추악할 뿐이다.

명박이며 김은혜며 수많은 부자들이

셀 수 없이 많이 가졌으면서도 더 가지려고 발악하는 추악한 몸부림들이 구역질난다.

 

<꽃보다 남자>는 시청금지!라 못박았는데

하늘은 공부방의 모든 아이들이 그걸 보는데 자기만 못 보았다고 울먹이고

하돌까지 보여달라고 조르고...남편이 거기에 가세를 해서 그냥 보라고 했는데

나는 좀 짜증이 났다.

전직대통령 손자? 경제개발의 주역 신화그룹?

그애들이 보여주는 행태가 자꾸 거슬린다.

착한 사람들의 피땀을 훔친 아비들의 도둑질이

그애들의 사치를 만들어줬으니까. 대대손손 그렇게 살려고 사람 죽여가며 살았을 테니.

하지만 자꾸 짜증만 낼 뿐. 왜 나빠? 왜 나빠? 묻는 하늘에게 뭐라 설명도 못해주었다.

 

나는.........

 

영화를 만들어야겠다.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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