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오히려 섹스와 젠더가 이렇게 계속 혼동되어 쓰인다는 사실 자체를 . 해결되지 않고 지속되는 어떤 문제들을 보여주는 징후로 읽을 필요가 있다. 우선 하나는 자연과 문화의 대립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몸을 전적으로 사회적인 고안물로 재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하는 것이다. 자연과 문화가 별개의 두 영역으로 인식되는 한, 사회 적 고안물이라는 틀만으로 몸을(그리고 섹스를)적합하게 포착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섹스/젠더 구분이 가진 일견 뚜렷한 명확성은 섹스도 젠더도 모두 사실은 지식의 한 형태라는 사실을 은폐한다. 자연적인 것 대 구 성된 것의 대립을 채택하는 것은, 투명한 '자연'이 우리가 그러한 자연에 대해 생산하는 지식과 따로 떨어져 존재한다는 관념을 영속화 한다.그러나 실은 '자연'도 '섹스'도 역사를 가진 개념이다.
'섹스'도 '젠더'도 모두 의미의 귀속이라는 점에선 같으며, 다만 몸을 물리적 세계와 사회적 세계의 두영역 속에 두는 다양한 방법들이다 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섹스와 젠더의 구분을 굳이 고집할 필요는 또 어디 있겠는가?
섹스와 젠더의 분명한 구분을 유지하기 어려운 또 다은 이유는, 페미니즘(18세기 민주혁명 시기에 서구에서 기원한 정치적 운동)과 사회과학( 그 기원이 페미니즘의 기원과 크게보아 동시대적인)이 공통 적으로 가진 보편화 충동에 있다. 바로 이 보편화 충동이 '여성'과 '남성'의 근본적인 차이를 자명한 것으로 받아 들임으로써 여성을 시간과 문화를 넘어 근본적으로 동질적인 것으로 보는 시각을 낳는것이다.
그런 보편적 테마 안에서 젠더는 항상 동일한 것을 의미한다. 즉 남성과 여성의 각기 상이한 기능들을 별개의 분리된 활동과 공간 속으로 조직해내는, 남성과 여성의간의 적대적이라고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비대칭적인 관계가 곧 젠더라는 식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젠더가 남녀 사이에 존재하는 불변적인 차이를 의미하고 그것이 보편적이라면, 생물학이 아닌 어떤 문엇이 그 보편성을 궁극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젠더가 여성과 남성 사이에 이미 존재하는 차이 위에 단지 사회적으로만 부과된 형태들이라고 한다면, 결국 차이를 결정하는 요인의 자리에 남아있게 되는 것은 자연(몸, 섹스)일 뿐이다.
둘다 지식이라면, 젠더가 섹스를 반영하는 것이라거나 혹은 섹스위에 단순히 부과되는 무엇이라고 볼 수 없다. 오히려 섹스가 젠더의 효과가 된다. 젠더, 즉 사회안에서 남성들과 여성들 가느이 관계를 조직하려고 시도하는 사회적 규칙이, 우리의 섹스에 대한 그리고 성차에 대한 지식을(섹스와 자연을 등식으로 생각하는 우리의 문화속에서) 생산하는 것이다. 섹스와 젠더는 둘다 성차에 대한 어떤 신념의 재현이다.
발췌:
젠더와 정치에 대한 몇가지 성찰 , 조운 W. 스콧 (번역: 배은경)
<여성과 사회>제 13호 2001 창작과 비평사
강조는 따로 한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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