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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학교(부천시 초중등 대안학교) 7, 8, 9학년의 도보들살이는 9박 10일 일정으로 첫째날 용산역에서 용문역으로 이동 후 강릉까지 170km가 넘는 길을 걷는다.
일곱째 날부터는 2개의 모듬으로 길을 걷는다.
일곱째 날 1모듬 걸은 길. 평창군 대관령면 ~ 강릉시 사천면
2023 산학교(대안학교) 중등과정 도보들살이 일곱째 날의 기록. 교사 자연이 적은 글.
4월 18일 화요일 봄 도보 들살이 일곱 째 날 - 1모둠 이야기
*어제 올리려다 잠들어 아침에 올려요~
모둠 별로 온전히 걷는 날. 쾌적한 숙소에서 잠을 잘 자고 일어났어요. 비 예보가 있고 오늘 코스도 쉽지 않아 짐을 싣고 걷기로 했어요. 아침 일찍부터 김군이 오셔서 차에 짐을 한가득 실어주셨습니다. 우비를 챙겨입고 어제 미리 준비해둔 핫팩도 하나씩 들고 도보를 시작했습니다.
오늘 1모둠은 26키로를 걸어요. 대관령을 넘어 강릉으로 진입하는 날입니다. 대관령을 오르니 안개가 자욱해 신비로운 느낌입니다. 걸어서 대관령을 넘다니, 기념사진을 한장 남기고 대관령 옛길로 들어섰어요. 비가 내려 미끄럽긴 했지만 파도의 기억대로 아름다운 길이었어요. 오랜만에 밟아보는 것 같은 흙길과 연둣빛 나무들, 비오는 날의 숲내음이 아스팔트 도보에 지친 몸과 마음에 환기가 되더군요. 물론 산길의 내리막은 쉽지 않아 두시간을 내리 걸어야했지만요.
오후에는 거짓말처럼 해가 나더니 온 세상이 반짝반짝 합니다. 오르막 내리막이 끝없이 이어진 길이 쉽지 않았지만 거친 숨소리를 내면서도 발걸음을 멈추지 않습니다. 오르막길이 많아 정윤이가 힘들어했는데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걸었어요. 다른 친구들도 밀어주고 기다려주고 짐을 들어주며 할 수 있다고 도와줍니다. 이찬이도 어제부터 끝까지 다 걷고 싶다며 지원을 받지 않고 걸었어요. 각자의 힘듬을 견디고 서로를 살피며 오늘도 함께 완주에 성공했습니다. 1모둠은 마지막 강릉 숙소까지 8키로만 남겨두고 있어요. 사실상 오늘이 마지막 고생길이어서, 도착했을 때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8키로는 산책이지, 하며 내일을 기대하고 있어요. 일찌감치 도착해 2모둠 아이들과 교사들을 환영하기로 했습니다.
체력 소모가 많을 것 같아 김군께 과일 구입을 부탁드렸는데 제가 카드를 깜박하고 드리지 않아 사비로 사주셨어요ㅠ 도보 후 먹는 과일 맛이 정말 꿀맛이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7일동안 차량지원, 도보 지원으로 함께한 파도가 부천으로 돌아갔어요. 저는 아직 도보 초보교사인데, 도보 경력자인 파도가 있어 든든했어요. 도보하며 신나하는 파도의 모습에, 그리고 “스스로 자부심을 느껴도 된다”는 파도의 말에 아이들도 많은 에너지를 받았습니다. 파도는 내일부터 1,2학년 들살이 지원을 갑니다. 들살이 두탕 뛰는 파도 화이팅입니다!!
내일까지 교사가 한명이라 난장판이 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7일차의 아이들은 뭐든지 알아서 척척입니다. 교사가 말하지 않아도 각자의 생활을 잘 챙기고 맡은 역할들을 능숙하게 합니다. 하루나눔을 기다리고 있는데 한울이가 “별이 진짜 예쁘다”며 나와보라 합니다. 숙소가 외진 곳에 있고 하늘이 맑아 정말 별이 사방에 박혀있더라구요. 여유롭고 평화로운 밤입니다:)
2023.04.19.
깡통
2023년 4월 18일 도보들살이 일곱째 날 1모듬. 자연이 밴드에 올린 글에 함께 올라온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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