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 목록
-
-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책들
- 05/26
-
- 다시! 108회 – 여유롭게 늙어가는 삶
- 05/22
-
- 다시! 107회 – 동물과 나무랑 소통하기
- 05/18
1
근처에 모종을 파는 곳이 생겼습니다.
조그만 비닐하우스를 하나 지어놓고 장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텃밭에서 다양한 채소들을 키워먹는 제 입장에서는 가까운 곳에 모종판매점이 있어서 더없이 편합니다.
얼마 전에 모종 몇 개를 사려고 갔었습니다.
호박 모종을 사려는데 3개에 2천원이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저희 텃밭에 3개를 심을 공간이 없어서 2개만 달라고 했더니
얼마에 팔아야하는 지를 잠시 고민하다가 천원에 파시더군요.
보아하니 농어촌 청년창업 지원사업으로 시작한 것 같았는데
아직 장사하는 데 익숙지 않아서 살짝 어리숙한 면이 보였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조금 짠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했습니다.
보통 모종을 사려면 차를 타고 종묘사에 갑니다.
그곳도 딱히 대형 종묘사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규모가 있는 곳이라서 그런지
이주노동자들이 바쁘게 일하는 속에서 무뚝뚝한 사장이 바쁘게 판매를 합니다.
그곳에 비하면 이곳은 시골 구멍가게 같은 느낌인데
오히려 그런 점이 정겨움으로 다가옵니다.
규모가 작아서 모종 종류들이 많지는 않겠지만 웬만하면 이곳에서 모종을 사러 가야겠습니다.
제가 사오는 모종들이 이곳 사장님에게 큰 소득이 되지는 않겠지만
부디 잘 버티셔서 오랫동안 이어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2
4월 중순에 수확했던 감귤의 정산이 이제야 됐습니다.
그동안 동생에게 빌린 돈도 갚고
이래저래 미뤄뒀던 일들도 처리하고
주위에 고마운 분들에게 선심도 쓰려고 계획들을 잡아놨는데
정산 결과가 아주 처참합니다.
수확량이 적지만 품질은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품질에 문제가 생겨버렸던 겁니다.
원인을 생각해보니 수확을 앞둔 막판에 물 관리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1년 동안 여러 가지 신경을 많이 쓰며 노력해왔는데
막판에 실수를 하면서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 버린 겁니다.
속이 쓰리고 기운도 많이 빠집니다.
이런 과정들을 겪으면서 배운 것이라고 하지만
2~3년마다 한 번씩 사고를 치고 있으니...
올해는 과수농사가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 많이 깨우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손해가 생기고 있기는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이렇게 시행착오를 하면서 나아가는 수밖에...
저축해둔 돈이 조금 있으니
동생에게 빌린 돈도 갚고
미뤄뒀던 일들도 하나씩 처리하고
고마운 분들에게 선물도 보내야겠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나무를 살피면서 올해도 또 노력해봐야겠죠.
3
이래저래 신경 쓰이는 일이 많은 요즘입니다.
한 발 물러서서 바라보면 사소하다면 사소한 일들인데도
그것에 신경이 몰려있다 보면 심각한 일처럼 커져버립니다.
그럴 때면 그 일에서 되도록 한 발 물러서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해보지만
이미 예민해져버린 마음은 자꾸 저를 잡아끌어서는 저를 노예로 만들려고 합니다.
그렇게 예민해진 마음의 노예가 되면
머릿속 상황은 점점 심각하게 발전해서 격렬한 투쟁을 구상하게 되고
마음이 격렬해지면 몸도 지치고 피곤해집니다.
제 마음과의 거리두기가 실패하면 그냥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놔둡니다.
저항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그냥 마음대로 하게 놔두면
조금 날뛰다가 제풀에 시들해져버립니다.
그때야 조심스럽게 제 마음을 들여다봅니다.
강한 척 깊이 있는 척 자주 목소리를 높이는 녀석이지만
사소한 것에 뾰족한 가시를 세울 만큼 예민하고
밖으로 나가지도 못한 채 만만한 저만 불러들여서 족치려드는 소심쟁이입니다.
가끔은 제가 번쩍 정신 들게 만들기도 하고
외롭고 힘들 때 세상에 둘도 없는 벗이 돼주기도 하는 녀석이지만
이럴 때보면 참 안쓰럽고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살며시 손이라도 잡아주고 등이라도 토닥여주고 싶지만
그러면 서로가 쑥스러워질 것 같아서
녀석이 들으라고 노래 하나 틀어야겠네요.
(사공의 ‘외로워’)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