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정의 실천 어떻게 할 것인가
-축사 정동영 대륙으로 가는 길 상임고문
오늘 의미 있는 토론회가 열리게 됐습니다. 바로 ‘사법정의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라는 토론회입니다. 이는 작년에 이은 두 번째 토론회로 알고 있습니다.
민주주의가 국민의 위임을 받아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의 삼권으로 나뉘어져 견제와 균형을 하며 운용되어가는 것은 잘 아는 사실입니다.
우리 헌법상, 사법부라고 하면 좁은 의미로 법원을 의미합니다만, 넓은 의미의 사법부는 헌법재판소와 검찰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포함된다 하겠습니다. 입법부를 이루는 국회의원과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은 주권자인 국민이 선거를 통하여 직접 선출하고, 잘못하면 국민이 투표로서 심판합니다.
그러나 법원을 포함한 넓은 의미의 사법부는 국민이 선출하지도 않고, 국민이 심판할 수도 없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사법부는 법률의 해석자로서 사람을 징역 보낼 수도 있고, 남의 재산관계를 결정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1987년 민주항쟁 이후 우리가 형식적 민주화를 달성한 후 광의(廣義)의 사법부의 권한은 훨씬 강해졌고, 그 권위가 하늘을 찌를 지경입니다. 법원의 재판이나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모든 국민이 따라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국회와 대통령도 그 권위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우리나라에서 5부요인이라고 할 때, 5부요인은 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라고 하는 데, 그 중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중앙선거관리위원장 3명이 바로 각기 다른 사법부의 수장(首將)입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사법부가 민주주의 수호자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묻겠습니다. 민주주의 수호자라는 사법부의 권위와 권한은 어디서 나오고, 사법부가 잘못된 결정을 할 때 주권자인 국민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또 무엇을 할 수 있습니까? 이는 주권자인 국민이 행사해야할 권한의 위임 과정과 심판을 묻는 것입니다.
선거에 관여한 전 국정원장이 선거법위반이 아니라고 법원이 판결했을 때 우리 국민은 무엇을 할 수 있습니까? 1975년 이른바 인혁당 사건으로 8명의 무고한 사람이 사형을 당했는데, 이를 수사하고 기소한 검사들과 사형판결을 내린 1심, 2심, 대법원판사들에게 어떤 책임을 물을 수 있었습니까?
많은 사람들이 소홀히 하고 있습니다만, 민주주의의 규범 및 가치와 병립하는 사법부의 역할 정립은 한국 정치개혁의 최대이슈의 하나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와 같은 대통령중심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입법부와 행정부 위에 군림하는 제왕적 사법부의 문제가 미국 정치학계의 중요 이슈가 된 지는 오래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법원, 헌법재판소, 검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활동이 국민 주권을 실현하는 가, 정의에 합치하는 가는 주권자인 국민이 계속 논의하고, 언론이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국회개혁, 정당개혁, 대통령의 권한통제에 대해서는 국민과 언론이 관심을 갖습니다만, 광의의 사법부의 개혁과 그 정의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이 거의 없는 현실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 문화예술유권자연맹과 정의사법구현단을 비롯한 시민단체가 ‘사법정의실천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뜻 깊은 토론회를 개최하는 것에 박수를 보냅니다.
오늘 모임이 한국사법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대안을 마련하는 좋은 자리가 되기를 바라면서 아울러 이 토론회를 준비한 모든 분들께 감사와 응원의 말씀을 드립니다.
10월 17 대륙으로 가는 길 상임고문 정동영